👋 이번 뉴스레터는 지난 12월 13일 IESF 블로그에 연재된 글을 다듬어 발행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IESF 블로그에는 국제e스포츠연맹의 다양한 활동과 다른 Ambassador들의 흥미로운 오리지널 컨텐츠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다들 한 번씩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스포츠와 호텔 산업의 콜라보레이션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제부터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유럽 e스포츠 미디어 이스포츠 인사이더(Esports Insider, 이하 ESI)에서는 '이스포츠와 호텔이 상호 이익을 만들 수 있는 방법(Staying power: How hotels and esports can mutually benefit)이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이스포츠와 호텔이 긴밀한 키워드는 아니었기 때문에 다소 생뚱맞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기사를 읽어보니 충분히 상호 이익을 추구할 만한 좋은 파트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숙박 산업 디지털 인프라 서비스 업계에 종사했던 친구가 스카이스캐너가 발행한 '트래블 트렌드 2025'를 전달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 스포츠, 천체관측, 웰니스, 아트벤처, 카우보이 체험, 가든 투어에 이어 이스포츠가 2025년에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스카이스캐너는 이스포츠에 대해 "비디오 게임에 대한 열정을 여행과 결합하여 게임 관련 컨벤션 행사나 게임 명소로 찾아가는 여행자가 늘고 있습니다. 게이머들이 휴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입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스포츠와 호텔이 아주 말이 안되는 조합은 아닌가 봅니다.
이번 글에서는 ESI의 기획 기사가 어떤 핵심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이스포츠 산업과 호텔 산업이 어떤 접점을 갖고 있는지, 미래에 두 업계가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기사 요약 1. 호텔 산업이 먼저 주목하고 있다
ESI는 호텔 업계 주요 관계자들이 모이는 2024 Fall ALHI Executive Exchange(이하 ALHI 컨퍼런스)에 초대를 받았다고 합니다. 1986년에 설립된 ALHI는 미국, 미주, 유럽, 카리브해, 중동, 아시아 및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250개 이상의 럭셔리 호텔 및 리조트, 크루즈 등을 보유한 마케팅 회사인데요. 이번 행사에서는 이스포츠와 게임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비성수기의 낮은 점유율을 채우는데 e스포츠 이벤트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가 눈길을 끌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비성수기 기간 동안 고급 리조트와 호텔에서 이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한다면, 호텔은 공간을 임대하고, 토너먼트 측은 올인원 솔루션을 제공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터콘티넨탈 몰타 호텔은 지난 2년 동안 네 번의 ESL의 카운터 스트라이크 프로리그를 개최했습니다. 레드불은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갓프리 호텔에서 에이펙스 레전드 토너먼트를 개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뿐만 아니라 롤드컵, CS2 메이저, TI 등 대형 글로벌 이스포츠 대회들은 호텔들에게 중요한 기회입니다. 이런 이벤트가 열릴 때 도시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호텔이나 리조트로 끌어들이는 미니 이벤트나 마케팅 활동도 유용한 전략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2024 LoL EMEA 챔피언십이 독일 뮌헨에서 결승전을 치를 때, 팬들은 호텔 숙박이 연계된 패키지를 구매할 수 있었고, 파크로얄 컬렉션 호텔 역시 2022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TI 2022 시기에 게이머와 이스포츠 팬들을 위해 AMD, ASUS, 마이크로소프트와 콜라보 한 스위트룸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기사 요약 2. 이스포츠와 호텔 업계의 시너지
ESI는 이스포츠와 호텔 업계의 관계가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호텔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대회를 개최할 수 있고, 연습 공간을 찾는 팀과 숙소를 원하는 팬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이죠.
ESI는 이에 대한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NIP Group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여름, 나스닥에 상장한 NIP Group은 중국에서 BTG Homeins와 파트너십을 맺고 e스포츠 테마 호텔 개발 및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2023년 2월 이후 2만 개 이상의 이스포츠 호텔이 있고, 이스포츠 호텔은 투숙객이 객실에서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NIP Group의 공동 CEO인 히챔 샤힌은 "BTG Homeinn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시청자에게 다가가거나 팬들의 즐거움을 높이고 충성도를 재확인하기 위한 독특하고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열렸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ESI는 서구 이스포츠 업계에서는 NIP가 중국에서 하고 있는 정도의 파트너십은 아직 어렵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스포츠와 호텔 업계가 함께 시너지를 내고자 한다면, NIP가 중국에서 호텔 사업으로 하고 있는 것이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의 시너지 효과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LHI 행사에서는 호텔 업계에 이스포츠와 게임을 가르치는 교육에 대한 것도 중요한 주제로 다뤄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ALHI는 지난 2023년, 자체적으로 이스포츠 사업부를 설립했고 2024년 봄에 열린 ALHI 컨퍼런스에서는 참가한 호텔 업계 관계자들에게 게임과 이스포츠를 가르치기 위해 학생들을 데려오기도 했습니다. 게임을 잘 모르는 호텔 업계 간부, 의사결정자들의 이해도를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스포츠와 호스피탈리티, 우리나라 사례는?
이스포츠와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결합은 유럽,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ESL 같은 대회 주최사들 주도로 이스포츠 산업이 움직이고 있는 유럽 시장은 다양한 지역에서 대회가 열립니다.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 북아프리카 등 이스포츠 대회가 열리는 지역은 더 다양해지고 있죠.
실제로 2025년 예정된 카운터 스트라이크2 S티어급 대회만 28개이고, 유럽, 미국은 물론 중국, 인도, 사우디 아라비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열립니다. 이외에도 EWC 같은 초대형 이스포츠 이벤트도 예고되어 있죠. 이런 대회들은 참가하는 팀도 많고, 먼 지역에서 관람을 하러 오는 팬들이 많습니다. 이들을 위해서 호텔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티켓, 숙박권을 패키지로 판매하거나, 이스포츠나 게이밍 시설을 마련해 선수단에게는 좋은 환경의 연습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NIP Group처럼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이스포츠와 호스피탈리티 업계의 협업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16년에는 호텔 에버8이 당시 LoL 챌린저스 코리아에 출전하는 '위너스'를 인수하여 호텔 기업 중 최초로 e스포츠 팀을 창단했었습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에버8은 "사회 공헌 및 호텔 마케팅에 e스포츠 콘텐츠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에버8은 2018년까지만 팀을 운영하면서 이제는 이스포츠 팬들에게 잊혀진 호텔 기업이 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에버8 위너스는 젠지 탑 라이너 '기인' 김기인이 데뷔한 팀으로 더 유명합니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서는 PCG 2021를 인천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개최한 바 있습니다. 글로벌 32개 팀 중 현지에서 온라인으로 대회를 치른 중국 5개 팀을 제외하고 27개 팀이 파라다이스 시티에 모였는데요. 각 팀 로스터는 코칭스태프까지 포함해 6~7명 정도였으므로 선수단만 해도 160여명이 넘는 대규모 이스포츠 이벤트였습니다. 약 1달의 대회 기간 동안 선수단의 숙박, 식사 등을 제공하기 위해서 파라다이스 시티를 선택한 것이죠.
코로나19 시기로 인해 무관중으로 진행된 탓에 관중들의 호텔 이용은 기대할 수 없었고, 네트워크 및 PC 사양으로 인해 게이밍 환경이 좋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멋진 인테리어로 장식된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광장을 대회 장소로 선택한 크래프톤은 획기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경기장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한화생명e스포츠도 이스포츠와 호스피탈리티의 콜라보를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LCK 경기가 진행되는 종로 롤파크와 도보로 접근 가능할 정도로 인접해있는 '더 플라자' 호텔과 LCK 관람, 선수단 굿즈 제공을 결합한 '와이낫 슈퍼다이브 위드 한화생명e스포츠' 호캉스 상품이었는데요. 실제로 더 플라자 상반기 '패키지 매출'의 82%를 차지할 정도로 성공적인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T1도 이번 2024 롤드컵 결승전 때 멤버십 회원들을 대상으로 뷰잉파티를 개최했고 장소는 워커힐 호텔의 빛의 시어터였습니다. 아무래도 멤버십 회원들을 위한 특별한 뷰잉파티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장소를 찾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상호 발전의 여지가 많은 두 산업
이스포츠와 호스피탈리티 산업은 확실히 상호 발전의 여지가 많아 보입니다. 우리나라 이스포츠에서도 이미 참고할 만한 좋은 협업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죠. 시작은 호텔 사업자가 직접 게임단을 운영하는 것이었지만 이후에는 산업 간의 콜라보레이션, 협업으로 규모가 더 커졌습니다.
두 산업은 앞으로도 더 많은 교류가 발생할 여지가 많습니다. 프로게임단들이 사업 영역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하면서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죠.
젠지는 현재 해외 팬들을 대상으로 본사 투어 및 GGA 코칭 클래스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호텔 체인과의 파트너십으로 숙식을 포함시킨다면 더 풍성한 패키지가 될 수 있습니다.
T1은 이 분야에서도 꽤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T1은 지난 4월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와 공식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5성급 호텔, 외국인 카지노, 다목적 공연장, 컨벤션 센터, 쇼핑몰, 실내 워터파크를 갖춘 최고급 리조트로 LED로 만든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구역으로 큰 화제가 된 곳입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와 올해 T1이 개최한 홈그라운드 행사와의 결합은 어쩌면 필연적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T1이 2025년 4번의 홈그라운드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당당히 밝힐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인 것이죠. 특히 홈그라운드는 한국관광공사와 협력해 해외 홍보가 되기도 했는데요. 인천공항과 가깝게 위치한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해외 팬들에게도 편의성이 좋은 장소입니다.
이 밖에도, 호텔 산업은 이스포츠를 활용한 사회 공헌 사업과도 상당히 잘 어울리는 분야라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2월 5~6일 열린 IESF의 월드 이스포츠 서밋(WES24) 중 '이스포츠의 사회적 가치'라는 주제의 토론에는 파크 하얏트 부산 호텔의 총지배인 'Roman Kardashov'가 참석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Roman은 "이스포츠는 거친 게이밍 세계를 전환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는 것보다 이스포츠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교류하는 과정 속에서 행동, 매너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배우게 된다"며 "호텔은 대게 지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지역 공동체 유지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 부산에서도 이스포츠 이벤트가 많이 열리는데, 그 관객들을 우리 호텔로 유치하거나, 호텔 공간을 활용한 청소년 이스포츠 교육 등으로도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스포츠는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오프라인 현장에 왔을 때 이스포츠 직관이 특별하고 환상적인 기억을 선사한다면 그 기억을 가진 팬들의 애정은 더욱 깊어지고, 그런 팬들이 늘어날수록 이스포츠 비즈니스는 더 좋은 토양 위에서 자라나게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호텔, 리조트 같은 호스피탈리티 산업 역시 이용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호텔에 간다, 리조트에 간다는 행위는 고된 일상 생활 속 달콤한 휴식과 여행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측면에서 이스포츠와 호스피탈리티 산업은 지향하는 바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실제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고객에 도달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을 위해 두 산업의 콜라보레이션, 파트너십에 대해서 더 많은 연구, 논의 및 실험이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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