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션 및 패널 소개
이스포츠의 팬 문화는 양날의 칼이자 영감을 주는 동기이지만 운동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팬덤 문화의 양면 : 열정의 댓가' 세션은 이스포츠 팬 참여의 강렬한 특성을 탐구하고 팬덤과 이스포츠 사이의 균형이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형성하는지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세션에서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이스포츠 팬덤이라고 해도 지역별, 국가별로 특징이 모두 다르고, 문화별로 악성 팬덤에 대응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하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문제의식은 '팬덤은 양면성이 있고, 악성 팬덤은 제어 및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 Sergey Parvatkin (라트비아 이스포츠 연맹) 세르게이 파르밧킨
🎙 Kedeng Le (올 게이머즈 컴퍼니) 케뎅 리
🎙 Eddy Lim (인도네시아 이스포츠 연맹) 에디 림
🎙 Muhammad Naim (말레이시아 이스포츠 연맹) 무함마드 나임
🎙 Hajar A. (크리에이터, 약사) 아자르 아준
팬덤의 양면성
이스포츠 산업 내에서 '팬덤'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스포츠가 '수익성'을 고민하지 않았던 태동기에는 이스포츠 산업이 추구해야 할 궁극의 가치는 '높은 인기'였고, 산업적으로 지속가능성이라는 중요한 숙제를 풀어야 하는 요즘 시대에는 팬덤이 단순한 '콘텐츠 소비자'를 넘어 수익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스포츠 생태계'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스포츠 팬덤은 점점 더 많은 참여를 하게 됩니다. 물론, 과거에도 커뮤니티에서 맹렬히 활동하는 '코어 팬덤'이 적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스포츠의 저변이 넓어지고 이들이 이스포츠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익 모델의 일부가 되면서 팬덤은 이전보다 더 깊이 몰입하고 있습니다.
이제 프로게임단이나 대회 주최자들은 팬덤과의 교류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비록, 아직까지도 '이스포츠 중계는 무료'라는 인식을 깨긴 어렵지만, 프로게임단은 멤버십 프로그램과 굿즈 판매, 게임사들은 이스포츠 디지털 콘텐츠 판매 등으로 팬덤 비즈니스를 개발해나가고 있죠.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 팬덤의 양면성은 더욱 부각됩니다. 좋은 팬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특히, 이스포츠를 더욱 몰입하여 즐기는 경우에는 '좋은 팬덤'만큼 '악성 팬덤' 역시 많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죠.
때문에 이스포츠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팬덤과의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이냐, 어떤 방식으로 악성 팬덤을 관리하느냐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팬들이 없다면 시청자가 없다면 수익이 없습니다. 스폰서들도 중요하지만, 시청자, 팬들이 있어야 스폰서도 있습니다. 팬들은 기본적으로 선수들과 관계를 맺고 싶어하고, 선수들의 발전을 기원하기 때문에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이건 결국 인간의 본성과도 같습니다. 이스포츠가 신생 산업이기는 하지만, 팬덤은 오래전부터 있었던거에요."
세르게이(라트비아 이스포츠 연맹)
악성 팬덤을 제어하는 방법들
패널들은 주로 악성 팬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소속된 지역과 단체마다 약간씩 의견은 달랐지만 대부분은 악성 팬덤을 '제어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한국 이스포츠 업계 역시 악성 팬덤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는데요. T1은 이 부분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게임단입니다. 지난 2022년, 0게임단 내 법무조직을 신설하면서 악플러들에 대한 고소를 진행한 바 있고, 얼마 전에는 악성 유튜브 채널에 법적 조치를 착수했다고 밝혔죠.
T1처럼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마지막에 고려해야 하는 방법입니다. 사실 프로게임단이 악성 팬덤을 판단하는 기준은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게임단 운영 방식에 항의하는 일부 팬들의 트럭 시위를 악성으로만 볼 수는 없는 것이죠. 아무리 악성이라고 해도 모든 이슈를 법적으로 다룰 수는 없기에 방송, 공지사항 등으로 팬덤의 자중 및 자정을 촉구하는 것을 우선으로 합니다.
이에 대해서 인도네시아 이스포츠 연맹의 에디 림은 선수들이 팬덤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지속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선수들은 팬덤으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팬들의 안 좋은 코멘트에 더 많은 영향을 받죠. 우리들은 선수들이 팬덤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는지 계속 알려주려고 합니다. 특히, 멘탈과 자아가 약한 선수들이 팬덤의 부정적인 반응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죠. 어떤 경우에는 선수의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주기도 하니까요."
에디 림(인도네시아 이스포츠 연맹)
악성 팬덤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프로게임단, 대회 주최사 외에도 많은 주체들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특히, 모로코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아자르 아준은 이스포츠, 게임 크리에이터들에게 강한 책임감을 주문했습니다.
지금 가장 책임감이 큰 사람들은 컨텐츠 크리에이터, 선수 출신 방송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커뮤니티의 리더들이고 롤모델이며 팬들이 가장 목소리를 기울이는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누군가가 워치파티(코스트리밍)를 하고 있다면 특히나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특정 선수를 비난하는 말을 한다면, 그 말이 커뮤니티에 바로 퍼지면서 악성 유저들은 적극적으로 동조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 크리에이터들은 훨씬 더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아자르 아준(크리에이터, 약사)
상당히 새로우면서도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이스포츠에서 '크리에이터'라는 역할군이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감이 미미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스포츠 이슈들을 다루는 크리에이터나 선수 출신 해설위원이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거나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면서 방송 외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주최 측으로부터 권리를 얻어 공식 대회를 활용해 코스트리밍 같은 콘텐츠 활동을 하는 게임 크리에이터들도 많죠. 아자르는 이들이 이스포츠 팬덤의 계몽과 제어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 세션에 대한 소감
'팬덤 문화의 양면 : 열정의 댓가' 세션은 매우 중요한 주제를 다뤘기 때문에 패널들의 발언량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WES 하이라이트에서 다룰 만한 깊은 인사이트가 담겨져 있는 발언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스포츠 산업 종사자가 팬덤에 대해서 너무 날선 발언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문화권에 따라 악성 팬덤을 규정하는 방식과 관용의 범위가 달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이스포츠 팬덤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는데에 도움될 만한 해외 사례들이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세션은 각자의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문제의 본질로 파고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각자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사례를 선정하여 소개하고 그로부터 배울 만한 인사이트나 교훈을 공유하는 구성으로 진행이 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라트비아,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모로코까지 다양한 문화권에서 이스포츠 팬덤을 바라보는 시선이 비슷하고, 일부 악성 팬덤을 규제와 제어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모로코에서 온 크리에이터 아자르 아준이 이스포츠 주변의 크리에이터들이 사회적으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은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팬덤이 없으면 이스포츠 산업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스포츠가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팬덤의 더 큰 사랑과 더 많은 참여는 필수죠. 팬덤으로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가 이스포츠의 지속가능성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죠. 하지만 일부 악성 팬덤은 오히려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기도 합니다. '일부의 의견'이라고 치부되는 악성 팬덤도 있지만, 일부 악성 유저들은 '인플루언서화'되어 코어 커뮤니티의 여론을 주도 및 선동하기도 합니다. 작년부터 LCK와 T1 같은 인기 팀에게 가해지고 있는 디도스 공격을 극단적인 악성 팬덤의 소행으로 추측하는 사람들도 존재할 정도죠.
때문에 팬덤과의 올바르고 건강한 소통과 악성 팬덤에 대한 단호한 대응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은 악성이다'라고 빠르고 정확하게 규정하고 대처하는 능력 역시 이스포츠 산업 주체들에게 강하게 요구될 것입니다. 때문에 이 주제는 앞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더 연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WES 같은 글로벌 서밋 행사에서 꾸준히 다뤄져야 할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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