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1 관련 이슈들이 많습니다. 워낙 인기가 많은 팀이다보니 이슈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최근 화제가 되는 이슈들은 안타깝게도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저는 본업과 생업이 따로 있다보니 업계의 가십보다는 산업이나 정책적인 이슈를 다뤄보자는 생각으로 e스포츠 크리틱을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LCK 이적 시즌 관련 뉴스나 어떤 팀의 우승 소식 같은 가십이나 단신들은 업계 동향 파악을 하는 정도로만 따라가고 있었죠.
하지만 최근 T1과 관련된 몇 가지 뉴스는 단순한 가십을 넘어서 연구할 만한 문제의식을 갖게 했습니다.
우선 어떤 이슈들이 제 관심을 사로 잡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제우스 이적과 관련된 이슈입니다. 이 이슈는 지난 이적 시장 때 화제가 되었다가 최근 다시 불타오르고 있는데요. 대형 유튜버 김성회의G식백과가 영상을 제작해 올렸고, 인벤에서도 기획기사를 낸 바 있습니다.
두 번째는 구마유시 주전 선정에 대한 이슈입니다. 지난 LCK컵 때 스매쉬 선수가 좋은 활약을 보이며 T1의 주전 원거리 딜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최근 T1이 공식 발표를 통해 '구마유시'를 주전으로 LCK 2025 시즌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T1의 홈그라운드에 대한 이슈입니다. 지난 2024년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성공적으로 홈그라운드를 개최한 T1은 올해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LCK, VCT까지 포함해 사흘 동안 홈그라운드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공통 요소 - 조 마쉬 CEO
조 마쉬는 '스타 CEO'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최고의 인기 프로게임단인 T1을 이끌고 있으며 활발한 대외 활동을 통해 이슈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사실, CEO가 이렇게 전면에 나서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특히, 한국 e스포츠 업계 내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CEO가 대외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 조 마쉬로부터 시작된 논란이 꽤 많았던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제가 조 마쉬 논란 특집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하게 다루진 않겠지만, 멤버십 유료 콘텐츠 유출, 2023년 LCK 스토브리그 때 젠지와 캐니언의 계약 사실을 유출한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세 가지 뉴스에는 조 마쉬라는 공통 요소가 있습니다.
#1 제우스 이적 사가
제우스 이적 사가에서 조 마쉬는 그야말로 논란의 중심이자 출발점이었습니다. 제우스가 한화생명e스포츠로 이적하는 과정에 대해서 많은 보도와 이야기가 오고가던 중 FMKorea AMA에서 '제우스와 관련된 이슈는 모두 에이전트 측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라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죠.
이후 조 마쉬는 해외 유튜버 'David Szajnuk'과의 인터뷰에서 템퍼링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반박하는 한화생명e스포츠 김성훈 단장의 인터뷰에 대해서 자신의 SNS에 'tHe Liars worst Enemy is someone with a good memory.' (거짓말쟁이의 최대의 적은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다)라는 저격글을 올려 화제가 됐습니다.
최근에는 김성회의G식백과의 유튜브 영상, 인벤의 기획 기사를 통해 '제우스 이적 사가 논란'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이슈는 e스포츠 크리틱이 직접 취재를 하고 있는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김성회의G식백과, 인벤의 취재가 맞다고 주장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제우스 이적 사가 논란'이 조 마쉬를 통해 시작되고, 증폭되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2. 스타팅 라인업
최근 T1은 '구마유시'를 2025 LCK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시켰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저는 이 발표를 보고 두 가지 '의아함'을 느꼈습니다. 하나는 6명까지 로스터 등록이 허용되고 있는 LCK에서 굳이 특정 선수를 주전으로 한다는 발표를 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소식이 T1이나 김정균 감독의 이름이 아니라 조 마쉬의 이름으로 발표되었다는 점입니다.
스포츠에서 선수를 기용하고 전략을 짜는 것은 감독 및 코칭스태프의 고유 권한입니다. 유럽 프로축구에서는 가끔 구단주가 감독의 선수 기용에 개입하는 바람에 갈등이 유발되거나 팬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요. 아니나다를까 T1 팬들은 이번 일에 대해서 트럭 시위를 하면서 본격적인 항의를 시작했습니다.
#3. 2025 T1 홈그라운드
최근 조 마쉬는 플레이포럼과의 인터뷰에서 '2025년 T1 홈그라운드를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3일간 롤-발로란트로 진행한다'는 소식을 공개했습니다. 이 뉴스는 앞선 두 이슈처럼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의아했습니다.
만약, 누군가 저에게 지난 2024년 e스포츠 산업계에서 가장 의미있는 뉴스를 꼽아보라고 묻는다면 T1 홈그라운드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프로게임단이 직접 LCK 경기를 유치하고 방송 제작 및 송출까지 했던 이 이벤트는 수익성 개선이라는 숙제를 갖고 있는 LCK와 참가 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2025년 T1 홈그라운드는 작년에 비해 규모가 대폭 확대되었고, 이는 e스포츠 팬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 모두가 주목할 수 밖에 없는 빅 이슈입니다. 하지만 이 소식이 조 마쉬와 특정 미디어의 인터뷰를 통해 너무 싱겁게 공개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 정도 소식이라면 티저, 어나운스먼트 영상, 기자간담회 등 발표 그 자체만으로도 핫한 이벤트가 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게다가 이런 중요한 소식을 특정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개한 것은 '특종을 준 행위'이기 때문에 다른 미디어들의 반감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안그래도 최근 조 마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데 미디어 리스크까지 함께 올라가버리면서 엎친 데에 덮친 격인거죠.
T1, PR, 유감...
PR은 Public Relationship의 줄임말로 위키백과에 따르면 정부, 정당, 기업, 개인 등의 마케팅 주체가 대중과의 호의적인 관계를 위해 하는 모든 활동을 지칭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미디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거나, 대중들에게 공식적인 발표를 하기 위해 별도의 PR 팀을 운영합니다.
'좋은 소식을 널리 알리는 것'만큼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것' 역시 PR의 중요한 목적입니다. 특히,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했을 때에는 미디어와의 빠르고 정확한 소통, 대중의 분노와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잘 쓴 사과문 등 PR 활동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온게임넷, MBC게임 같은 방송국은 물론 한국e스포츠협회나 프로게임단에서 PR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당시에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컸기 때문에 PR 활동은 주로 e스포츠를 취재하는 기자, 미디어 관리 위주로 진행됐습니다.
최근에는 X,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 채널들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e스포츠 업계 내에서 미디어들의 비중이 낮아지면서 PR의 비중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팬들도 미디어를 거쳐 기사로 전해지는 소식보다 소셜 미디어 발표나 소통 방송 등 팀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더 선호하고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PR의 개념이 무쓸모가 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직접 소통의 시대일수록 PR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어떤 표현을 쓸 것이냐가 기업 내의 구성원들과 미리 합의되어야 하는 것이죠.
저 역시 PR 관련 업무를 꽤 오래 맡았었는데요. 지난 2022년 한 LCK 팀에 합류했을 때 가장 처음으로 한 PR 활동은 '선수단의 COVID-19 감염 소식'의 발표문을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국가의 모든 분야가 코로나에 영향을 받았지만, 저희 팀은 선수단 관리 소홀 측면에서 팬들의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 코로나가 발생하면 자초지종과 향후 대응 계획을 공개 가능한 선에서 설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비록 몇 줄짜리 공지글이었으나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내부 논의를 거친 뒤에 소셜미디어 포스팅을 진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듯 기업이 대중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상당히 신중해야 하는 일입니다. 전담 PR팀이 없더라도 중요 의사 결정자들이 PR에 대한 의식을 갖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것이죠.
이런 측면에서 T1의 PR은 유감입니다. 특히, 최고 의사 결정자인 CEO가 리스크의 중심이라는 점은 더 유감입니다.
CEO가 적극적인 대외 활동으로 팬덤의 지지를 강화하거나, 노이즈가 발생했을 때 소위 말해 '몸빵'을 해주면서 리스크를 낮춘다면 이는 최고의 PR 활동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라면 리스크는 두 배, 세 배 이상 커집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노이즈가 선수단에게까지 영향을 주게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조 마쉬의 대외 활동에는 T1의 PR 정책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T1이라는 거대한 e스포츠 기업 조직이 PR에 대해서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T1의 오너리스크에 대한 칼럼을 작성한 인벤은 기사 게재 이후 T1으로부터 그 어떤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 마쉬 이름으로 발표된 성명문이지만 사실은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되어 공감대를 형성한 내용이었다든가,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방식의 대응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기사 작성 과정에서 인벤이 T1 측에 충분한 취재를 시도했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으므로 거기까지는 추측하지 않겠습니다.
과거에는 e스포츠 미디어들이 비판조의 기사를 쓰면 해당 기업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요즘 e스포츠 미디어들의 영향력이 옛날 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디어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 과연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제우스 이적 사가 떡밥이 다시 불타오르면서 T1과 조 마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T1이 PR에 어떤 입장과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를 방증합니다. 노이즈를 제대로 잠재울게 아니라면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지만, 이 사안은 이미 조 마쉬를 통해 몇 배는 증폭된 상태이므로 무대응이 결코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T1이 PR을 아주 등한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단장의 소통 방송 등 팬덤과 소통하는 활동을 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발생하고 있는 노이즈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다면 그 동안 했던 노력들은 무너질 수 밖에 없고, 앞으로의 PR & 커뮤니케이션 활동에도 큰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e스포츠 업계 내에서 기자라는 직업을 가졌었고, 이후 커리어에서 늘 Public Relationship 또는 Communication 관련 직무를 가졌던 입장에서 프로게임단들의 PR 경시는 상당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특히, e스포츠처럼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산업에서 PR은 상당히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에만 치중되어 있을뿐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의 PR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PR에 대한 경시는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e스포츠 업계에서는 가끔 담당자나 고위 관계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물론 사안에 따라서 사이다 같은 메시지는 종종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즉흥적, 감정적인 소통은 부작용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PR 정책 수립과 구성원에 대한 교육은 이런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어젠다라고 생각합니다.
e스포츠 기업들이 돈을 충분히 벌지 못하고 지속가능성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PR 팀을 꾸리거나 담당자를 뽑는 것은 우선 순위가 낮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팬덤 또는 미디어와의 소통은 반드시 해야하는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며, 프로게임단은 적극적인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T1뿐만 아니라 e스포츠 업계가 PR에 대한 중요성을 한 번쯤은 환기해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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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빙
'사가' 가 Saga 였군요 ㅎㅎ 직무 전문성을 가지신 만큼 더 깊은 통찰력이 느껴집니다 ~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_ _)
e스포츠 크리틱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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