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뉴스레터는 지난 9월 27일 IESF 블로그에 연재된 글을 다듬어 발행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IESF 블로그에는 국제e스포츠연맹의 다양한 활동과 다른 Ambassador들의 흥미로운 오리지널 컨텐츠도 꾸준히 올라온다고 합니다. 다들 한 번씩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2025년 정부 예산안에 'e스포츠 내셔널리그 출범'이라는 명목으로 8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지역 연고제를 기반으로 수도권에 집중된 e스포츠 인프라를 지방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으로 보이며, 국산 게임을 채택해 국내 게임업계 발전도 꾀할 방침' 외에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습니다.
정확히 알 수 있는 키워드는 '내셔널리그', '8억 원'. 현재 운영 중인 e스포츠 종목 중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것은 님블뉴런의 <이터널 리턴>이 유일합니다. 현재 내셔널리그라는 이름으로 대회를 하고 있고, 참가 팀이 8개죠.
정부 예산안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직은 모릅니다. 다만, 이참에 이터널 리턴 e스포츠에 대해서 한 번 살펴보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터널 리턴 e스포츠 개요
현재 <이터널 리턴>은 두 개의 1티어 대회가 동시에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터널 리턴 마스터즈'와 '이터널 리턴 내셔널 리그'입니다. 각 대회의 진행 방식과 구조를 알아보려면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야 하므로, 일단은 두 대회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정도만 살펴보겠습니다.
'이터널 리턴 마스터즈'는 예선부터 시작되는 시즌제 대회입니다. 예선부터 시작된다는 것은 자격 요건(인게임 레이팅)을 갖춘 팀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뜻이죠. 총 16개 팀이 출전하며, 1년에 세 번의 시즌이 진행되고, 각 시즌은 또 세 개의 페이즈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페이즈가 진행되는 동안 '서킷 포인트'를 확보해 시즌 파이널 진출 팀을 가리고, 시즌 파이널에서 우승 팀을 가리게 됩니다. 9월 27일 현재, 시즌 4가 끝나고 오는 10월 11일부터 시즌 5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터널 리턴 내셔널 리그'는 8개 팀만 출전하는 또 다른 1티어 대회입니다. 출전하는 팀들은 특정 지역에 연고를 둔 팀들입니다. 내셔널리그에 출전한다고 해서 무조건 마스터즈에 출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두 대회가 상하위의 개념은 아닙니다. 마스터즈는 예선을 통해 누구나 출전이 가능한 '오픈 대회', 내셔널리그는 지역 연고팀만 출전 가능한 '폐쇄형 대회'라고 보시면 됩니다.
안정 궤도에 올랐다는 이터널 리턴
e스포츠는 결국 게임에 종속되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대회를 잘 만들고,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도 게임을 하는 유저가 없다면 e스포츠가 인기를 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단 게임은 꽤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모습입니다. 최근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이터널 리턴>은 9월 현재 스팀 최대 동시 접속자 3만을 돌파했는데요.
사실 <이터널 리턴>은 얼리 액세스 시절 5만 명이 넘는 동시 접속자를 자랑하기도 했으나, 정식 출시를 앞두고 최대 동접자수가 5천 명대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당시 투자사인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 종료를 권고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이에 <이터널 리턴>은 정식 출시 때는 과감히 1인 모드를 삭제하고 3인 스쿼드 모드로 게임을 재편했습니다. 8개 스쿼드가 한 번에 경쟁할 수 있도록 최대 참여 인원을 24인으로 늘렸고, 아이템 파밍, 제작 시스템 단순화 등 시스템을 뉴비 친화적으로 바꾸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죠.
물론, 시즌에 따라 부침은 있었지만 시즌 3 이후에는 파밍 간소화 등 게임을 더 라이트 하게 바꾸면서 안정궤도에 오른 모습입니다.
이터널 리턴 e스포츠의 차별화된 행보
e스포츠 측면에서 님블뉴런은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경기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되 대전e스포츠경기장(대전 드림 아레나), 부산e스포츠경기장(브레나) 등 지자체 거점 경기장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오프라인 대회도 꾸준히 개최했습니다.
그 결과 님블뉴런은 대전시와 e스포츠 활성화 업무 협약을 맺기도 했었고, 지역 기반 진흥원이나 지자체, 지역 기반 기업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시즌 4부터는 '지역연고제'가 도입된 내셔널리그 파일럿 시즌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지역 거점 경기장에 눈을 돌리다
님블뉴런의 e스포츠 제작 파트너는 '더플레이'라는 프로덕션입니다. 유비소프트의 <레인보우식스 시즈> 한국 지역 대회를 제작하는 회사인데요. SOOP, WDG처럼 다수의 관중이 입장 가능한 오프라인 스튜디오가 없습니다. 크래프톤, 넥슨, 라이엇 게임즈, 블리자드처럼 e스포츠 대회 제작에 큰 비용을 쓸 수 없는 님블뉴런은 대부분의 경기를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지만, 결승전 같은 중요한 대회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은 대회의 위상에 큰 결격사유를 남기게 됩니다.
이에 눈을 돌린 것이 바로 지역 거점 e스포츠 경기장입니다. 중앙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설립된 뒤 지자체가 운영하는 경기장들은 '콘텐츠 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국내 메이저 e스포츠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트>, <오버워치 2> 등은 이미 자체적인 경기장 또는 SOOP, WDG 같이 경기장을 보유하고 있는 파트너들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죠.
서울 거점의 롤파크, 아프리카 콜로세움 등 경기장에 비해 지역 경기장은 거리도 멀고, 규모도 작을 수밖에 없고, 오히려 제작 비용이 상승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지역 거점 경기장이 역으로 지출을 해서 메이저 대회를 유치해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거점 e스포츠 경기장을 활용해 대회를 치르겠다는 게임사는 당연히 큰 환영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산 게임이라는 독보적 위치
그 결과 님블뉴런은 올해 1월 문체부로부터 '콘텐츠 발전 공로 표창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자체와 함께 꾸준히 e스포츠 행사를 개최하며, 지역 e스포츠 균형 발전과 상생을 도모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이죠.
문체부가 올해 5월 '5개년 게임산업진흥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e스포츠 지역 연고제'와 '지역 연고 실업팀 창단'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님블뉴런의 이런 행보가 문체부의 정책 연구에 영향을 줬을지도 모르겠네요.
특히, 님블뉴런은 라이엇 게임즈, 블리자드와 비교해서 가장 차별화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국내 게임사라는 점입니다. 문체부는 이 당시 발표에서 e스포츠토토, 정확히는 LCK의 스포츠토토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는데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가 국산 게임이 아니라는 점이 상당히 큰 허들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아무래도 국민이 낸 세금에서 편성되는 국가 예산을 활용해 e스포츠를 진흥해야 하는 문체부 입장에서는 해외 게임사를 지원할 명분을 찾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요. 넥슨이 서비스하지만 베이스가 해외 게임인 <FC온라인>조차 문체부 입장에서는 적극 지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넥슨의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가 상태가 좋았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만요. 크래프톤의 <PUBG> 역시 좋은 국산 종목이지만 <이터널 리턴>이 지역 기반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 특별한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이터널 리턴 e스포츠의 미래는?
최근 진행 중인 마스터즈와 내셔널 리그는 나름대로 파이를 잘 넓혀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실시간 시청자는 4~5천 사이를 기록하고 있고, 오프라인 대회 때에는 대전e스포츠경기장이 늘 가득 찬다고 합니다.
사실 실시간 시청자 숫자는 아직 폭발적인 수준은 아닌 듯합니다. 2022년 카트라이더 리그의 동시 시청자가 유튜브에서만 1만 정도 나왔던 것을 생각해 보면 조금 더 성장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대회 운영과 방송 제작 측면에서도 조금은 더 노련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대전e스포츠경기장에서 열린 이터널 리턴 마스터즈 시즌 4 파이널 때는 수용 인원을 훨씬 초과하는 관객들이 몰려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방송 제작 퀄리티 또한 중계진의 의상, 메이크업, CG 등 디테일 측면에서 다른 e스포츠 종목들과 아직은 차이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터널 리턴 e스포츠가 현재 의미 있는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내셔널리그에서는 지역 연고제, 실업팀, 각 팀별 인게임 아이템 판매를 통해 수익을 분배하는 서포트 프로그램의 도입 등 e스포츠 에코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죠.
개인적으로도 이터널 리턴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초기부터 갖출 만한 것들은 다 갖추려 하고 있고, 허락되는 선에서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아닐 수도 있지만!
문체부가 국가 예산을 활용해 이 내셔널 리그를 진흥하고자 한다면 이터널 리턴 e스포츠는 새로운 페이즈에 접어들 것입니다. 그동안 님블뉴런 혼자서 끌고 왔지만 문체부의 진흥 정책이 시작되면 이를 실행할 한국e스포츠협회와 본격적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정책의 진흥을 받는 만큼 지금보다 더 큰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고, 아마추어, 학생 e스포츠씬을 위해서도 더 많은 활동을 해야 할 테니까요.
무엇보다 게임의 지속적인 성장은 지금보다 더 중요한 필수 조건이 될 것입니다. 게임을 하는 활성화된 유저가 계속 늘어나지 않는다면 아무리 e스포츠에 정성을 들이고 투자를 한다고 해도 효과는 미비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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