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뉴스레터는 지난 12월 6일 IESF 블로그에 연재된 글을 다듬어 발행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IESF 블로그에는 국제e스포츠연맹의 다양한 활동과 다른 Ambassador들의 흥미로운 오리지널 컨텐츠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다들 한 번씩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BNK FearX가 'Fearless Foxes Festa(이하 FFF)'를 개최합니다.
오는 12일 부산 e스포츠 경기장, 13일 서울 성수동, 양일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BNK FearX가 최근 LCK 팀으로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을 비롯해 다가올 2025 시즌을 함께할 선수단과 신규 유니폼을 소개하는 출정식이자 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함께 하고 있는 파트너사들의 임직원을 초청하고 협업 부스도 운영됩니다. 기업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행사인 것이죠.
이런 오프라인 이벤트는 상당히 많은 비용과 리소스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인기가 많고, 규모가 크거나,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팀들이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해서, BNK FearX가 그런 팀이라고 확실하게 분류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BNK FearX의 오프라인 이벤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샌드박스게이밍 시절부터 '박싱데이'라는 '출정식 & 팬 페스티벌'을 꾸준히 개최했습니다. 지난 2022년 스토브리그 직후에는 모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의 경영난으로 인해 게임단 매각 추진 이슈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오프라인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매년 연말 열리는 BNK FearX의 오프라인 이벤트는 어쩌면 이들의 '정체성'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올해는 규모를 대대적으로 확장하여 'FFF'라는 새로운 이벤트를 연다고 합니다. 이 두려움 없는 여우들에게 FFF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FFF의 기원, 박싱데이
우선 박싱데이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싱데이(Boxing Day)는 2021년부터 시작된 리브 샌드박스의 오리지널 이벤트입니다. '박스(Box)'가 선물상자를 의미하므로, 새 시즌을 앞두고 팬들에게 새로운 로스터, 새로운 유니폼, 팬미팅 등 선물 같은 하루를 선사한다는 기획의도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박싱데이는 2021년 당시 리브 샌드박스 단장이던 Becker 정회윤 단장(현 T1 단장)의 기획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1년 6월에 '온라인 팬미팅'의 콘셉트로 시작되었는데요. 당시 모회사인 샌드박스 네트워크가 MCN 기업이었기 때문에 유튜브, 소셜미디어 등 뉴미디어를 통한 팬 소통에 중점을 둔 모습이었습니다.
같은 해 2021년 12월에는 오프라인으로 확장되며 본격적인 '팬 페스티벌'의 성격을 갖기 시작했고, 이후 계속 오프라인 이벤트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포바이포 인수 이후 팀 리브랜딩 발표 및 출정식을 위한 오프라인 이벤트로 이어졌고, 박싱데이라는 이름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는 더 커진 규모와 함께 'FFF'라는 새로운 이름의 오프라인 이벤트로 확대되었습니다.
부산 연고 프로게임단
FFF는 부산 연고 프로게임단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중요한 이벤트입니다.
BNK FearX와 부산의 인연은 리브 샌드박스 시절이던 지난 2021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실 당시에는 부산 연고를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산 지역 연고라고는 하지만 선수들의 연습과 대회 출전은 모두 서울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리브 샌드박스는 부산에서 진행되는 활동을 넓히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박싱데이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운영하고 있는 '부산 e스포츠 경기장(브레나)'를 활용하기에 적합한 오프라인 이벤트였고, 2021년 리브 샌드박스의 두 번째 박싱데이는 브레나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박형준 부산 시장을 비롯해 부산 아이파크 프로 축구단의 김병석 대표가 참석했고, 롯데자이언츠 투수 김원중도 참석해 '클로저' 이주현과 유니폼 교환식을 하면서 박싱데이는 '부산 연고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합니다.
2022년부터 리브 샌드박스는 부산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합니다. 대부분의 경기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레인보우식스 시즈 팀의 연습실과 숙소를 부산에 마련했고, 비시즌과 시즌의 텀이 긴 와일드 리프트 팀도 부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소셜미디어 그래픽 어셋에도 부산에 대한 요소를 넣기 시작했고, 선수들도 인터뷰 등에서 부산을 종종 언급했습니다.
때문에 2022년 박싱데이는 2021년보다 더 본격적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행사의 규모를 더 키워야 했고, 부산과의 접점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롯데자이언츠와의 콜라보임을 강조했습니다. 2023년에는 팀 리브랜딩과 출정식을 위한 장소로 다시 한 번 부산을 선택하면서 이름은 바뀌어도 '부산 연고 팀'으로는 여전하다는 사실을 강조했죠.
이름은 새롭게 바뀌었지만 '부산 연고 팀'의 정체성은 2024년에도 이어집니다. 12일 'FFF 2024 Busan'은 올해도 역시나 브레나에서 개최됩니다. 특히, 올해는 롯데자이언츠와 함께 부산아이파크 선수들까지 이벤트 경기에 참가합니다. 부산 지역 BNK FearX 팬들은 '부산뽕'이 머리 끝까지 차오를 것 같은데요. 2021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열리는 연말 e스포츠 이벤트이기 때문에 부산 지역 e스포츠 팬이라면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어지는 행사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부트캠프
이번 FFF의 주요 콘텐츠를 살펴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13일 서울 성수동 캔디성수에서 열리는 FFF 2일차 행사인 'FFF 2024 Seoul'에서는 BNK FearX의 LCK팀이 LTA North(북미 메이저)의 Cloud9, 100 Thieves와 이벤트 경기가 펼쳐집니다.
이틀 연속으로 열린다는 것은 단순히 두 배의 리소스를 투자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벤트가 열리는 장소가 똑같은 것도 아니고 '끝과 끝' 서울과 부산입니다. 때문에 비슷한 콘텐츠로 양일간의 행사를 채울 수가 없습니다. 즉, 겹치지 않으면서도 매력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해야 합니다.
부산은 BNK FearX의 연고지이기도 하고, 롯데자이언츠, 부산아이파크 선수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흥행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상대적으로 e스포츠 이벤트가 적게 열리므로 LCK 팀의 팬 페스티벌은 상당히 매력적인 이벤트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반면, 서울은 상황이 다릅니다. 캔디성수라는 작지 않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팬들을 모으는 것은 부산에서보다 도전적인 과업입니다. T1, 젠지 같은 팬덤이 없는 BNK FearX 입장에서는 팀 팬뿐만 아니라 LCK 팬들에게 어필할 만한 콘텐츠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Cloud9과 100 Thieves와의 친선전은 꽤 매력적인 콘텐츠이며, 상당히 영리한 선택입니다.
해외 팀과의 친선전은 성사시키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BNK FearX는 지난 2022년 이후로 꾸준히 '부트캠프'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각으로 클럽 하우스를 마련한 이후 넉넉해진 시설 공간을 활용해 해외 팀의 전지훈련 인프라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진행해오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Cloud9과 100 Thieves는 현재 부트캠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Cloud9은 지난 5월에도 부트캠프를 이용하면서, BNK FearX와 프리섬머 이벤트 매치를 갖기도 했습니다.
부트캠프는 일견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비즈니스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해외 팀 입장에서는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서버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연습이 되고, 우리나라는 워낙 인터넷 인프라가 좋기 때문에 적당한 에어비엔비 숙소만 있으면 합리적인 비용으로 전지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LCK 팀과의 연습 역시 인맥을 동원하면 몇 차례 정도는 진행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BNK FearX 같은 e스포츠 기업이 부트캠프를 통해 유의미한 매출을 내기 위해서는 '해외 팀이 알아서 하는 전지훈련'보다 더 큰 가치를 선사해야 합니다. 쾌적한 연습 환경, 훌륭한 식사는 기본입니다.
그러면 LCK 팀과의 실전 같은 친선전은 어떨까요? 연습의 성과를 체크할 만한 꽤 매력적인 기회입니다. 그러면 LCK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어떨까요? 북미 팀이지만 LCK와 접점을 만들 기회는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LoL Esports는 국경이 없으니까요. 이런 측면에서 BNK FearX 부트캠프에 참가 중인 Cloud 9과 100 Thieves가 FFF에 참가하는 건 상당히 괜찮은 콘텐츠입니다. FFF 참가를 조건으로 부트캠프 비용을 크게 할인해 줬어도 BNK FearX에게는 큰 손해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비즈니스 기회 셀프 확장
FFF는 BNK FearX의 2025 시즌 비즈니스를 위한 중요한 '자기 PR'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발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FFF는 풍성한 팬 이벤트 행사와 콘텐츠, 관계 파트너사들과의 협업 부스 등으로 팬들을 맞이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협업 부스'를 운영한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콘텐츠입니다.
LCK 프로게임단들은 다수의 후원사, 파트너사들과 함께 합니다. LCK라는 국내 최고의 e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는 프로게임단과 함께하면서 높은 마케팅, 홍보 효과를 기대하죠.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모든 후원사가 똑같은 노출 기회를 갖지 못합니다. 대회 시청자 수치가 높아도 '그게 우리 기업 홍보에 얼마나 기여한거지?'라고 물어보면 마땅히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최근 프로게임단들은 실효성에 의문이 있는 온라인보다 적지만 확실하게 효과가 있는 오프라인에서의 기회를 갖길 원하고 있습니다. LCK 결승전 때 '팬 페스타' 같은 부대 행사를 개최해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한 팀들에게도 이런 기회가 제공되지만, 모든 팀이 '팬 페스타'에 참가하는 것도 아니고 결승전이라는 메인 이벤트가 있기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결승전 무대에 자주 진출했던 T1마저도 더 많은 오프라인 기회에 대한 갈증이 있었기 때문에 'T1 홈그라운드'를 개최했고 2025년에는 횟수를 더 늘리고자 합니다. 젠지도 홈그라운드 형태의 이벤트 개최를 고려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우리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밀도가 높아야 홍보, 마케팅 효과도 높아진다는 것이 대세의 의견인 듯 합니다.
하지만 BNK FearX 같은 중하위권 팀들은 오프라인 이벤트, 프로모션 기회를 자연스럽게 잡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T1처럼 홈그라운드 형태의 이벤트 개최를 하기도 어렵죠. 때문에 FFF는 BNK FearX가 비즈니스 기회를 최대한 확장하기 위한 중요한 이벤트입니다.
LCK 결승전, 홈그라운드 같은 대규모 이벤트는 아니지만, 파트너사들에게는 분명 신선하고 새로운 기회가 됩니다. 그리고 이 기회는 파트너사들이 관계 지속을 결정하는데 긍정적인 요소가 됩니다. 이벤트의 취지나 기대효과가 잘 전달된다면 파트너사들이 추가 비용을 기꺼이 내고 참가하기 때문에 전체 행사 비용의 일부를 회수할 수도 있습니다.
e스포츠든 스포츠든 비교적 전력과 팬덤이 약한 팀들은 딜레마에 빠지기 쉽습니다. 팬덤을 키워야 비즈니스도 힘을 받기 마련인데, 팬덤을 키우기 위한 가장 단순한 방법은 성적을 높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성적을 내기 위해 스타 플레이어들을 영입하고자 한다면 들여야 하는 비용은 워낙 큽니다. 무리해서 자금을 끌어와 '원기옥'을 한다고 해도 실패한다면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는 더욱 큽니다.
반대로 중위권 정도의 목표를 잡고 선수단을 꾸리고 콘텐츠 제작, 마케팅 등에 힘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활동 역시 상당한 비용이 들고 팀 성적이 애매하면 팬들의 관심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소셜 미디어로 활발히 소통을 해도 우리 팀을 좋아하는 팬덤은 늘 비슷한 수준이죠. 이럴 바에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선수단만 운영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 딜레마에 정해진 해답은 없습니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전략을 세울 뿐입니다. 개성 있는 브랜딩, 마케팅으로 성적에 비해 큰 팬덤을 자랑하는 팀들이 다른 스포츠에서도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팀이 만년 비인기 팀에 머물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주어진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해야 한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BNK FearX 역시 이런 딜레마에 빠지기 쉬운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스스로 만든 슬로건 'Fearless Foxes(두려움 없는 여우들)'는 선수단뿐만 아니라 기업의 정체성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풍족한 자원은 없지만 스타일리쉬함을 추구하고,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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