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연구실

T1 홈그라운드의 스노우볼 , 어떻게 굴려야 할까?

예측 가능하고 실체화 된 기회가 e스포츠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이유

2024.07.03 | 조회 3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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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크리틱

조금은 Deep하지만 다양한 e스포츠 이야기들

T1 홈그라운드가 끝났다. 바라보는 관점과 입장에 따라서 제각각의 평가를 내리겠지만, 하나의 게임단이 외부에서 이 정도 규모의, 그것도 LCK의 정규리그를 진행한다는 것은 그 동안 상상할 수 없었기에, e스포츠 산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상당히 의미 있는 시도였다는 평가에는 대부분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획의도 만큼의 성과, 디테일은 숙제

이번 글에서는 T1 홈그라운드가 남긴 의미와 향후 전망을 살펴보려고 한다. 그래도 그 전에 전체적인 평가와 감상을 남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인 의견과 현장을 다녀온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겠다.

전체적으로 T1 홈그라운드는 T1이 기획한 의도 만큼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경기 진행이 어려울 정도의 큰 사건 사고가 없었고, 'T1 팬이라면 행복사 할 정도로 완벽한 이벤트'였다는 것이 현장을 다녀온 팬들과 관계자들의 반응이었다.

행사는 전체적으로 T1 팬이라면 즐거울 수 밖에 없는 요소들로 가득했다.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풍성한 T1 굿즈 구입, 이벤트 경품 등 마음과 손이 모두 풍족했다고 한다.

후원사 부스가 생각보다 적다는 느낌이 있긴 있다
후원사 부스가 생각보다 적다는 느낌이 있긴 있다

비즈니스적으로도 다비드 아발론(DAVID AVALN), 레드불, 한국관광공사 등의 참여가 있었고, T1 멤버십과 T1 아카데미 등 T1의 자체적인 수익 사업의 성과 및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후원사들이 부스 참가를 하길 바랐는데, 계약, 일정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T1이 단독으로 개최한 대형 이벤트였던 만큼 디테일적으로는 향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사운드 이슈로 경기 중 밴픽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고, 현장의 온도 조절, <리그오브레전드>의 흐름과 잘 안 맞는 응원, 롤드컵 주제곡 GODS를 헌정 대상이었던 kt롤스터 데프트 앞에서 활용한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비드 아발론과 콜라보하여 제작한 2023 챔피언십 반지 (출처 : T1 유튜브)
다비드 아발론과 콜라보하여 제작한 2023 챔피언십 반지 (출처 : T1 유튜브)

그럼에도 불구하고, e스포츠와 프로게임단 비즈니스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과 현장을 찾은 T1 팬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점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겠다. T1이 '팬들에게 압도적인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는 포부가 있었다고 전해 들었는데, 그러한 측면에서는 꽤 알찬 이벤트가 아니었을까.


게임단 주도 홈 경기에 대한 기준

T1처럼 홈 경기를 치르고 싶어하는 팀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만약 있다고 해도 6천석 규모의 실내체육관 규모를 검토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LCK는 '최소 1천석 규모 이상의 장소여야 게임단 주도의 홈 경기를 승인할 수 있다'는 방침을 고려 중에 있다고 한다. 롤파크가 4~5백 석 정도이니, 이런 기준은 합리적이다.

다른 팀들도 홈 경기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면, LCK 역시 이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작업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바로 당장은 아닐테지만,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T1 홈그라운드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소중히 활용해야 한다.

사운드 이슈를 텍스트만으로 처리했던 상황 (출처 : LCK 유튜브 캡처)
사운드 이슈를 텍스트만으로 처리했던 상황 (출처 : LCK 유튜브 캡처)

특히, 이번에는 경기 중 사운드 이슈로 인해 밴픽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이 문제를 곧바로 해결하지 못해서 비공개 밴픽 후 무대에서는 경기만 진행되었는데, 이는 시청자들이 평소처럼 선수와 감독이 소통하며 밴픽을 하는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과 다름없다.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LCK 프로덕션과 T1 홈그라운드의 방송 제작 및 송출을 맡은 WDG가 사전 협의를 했을텐데, 돌발 상황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것 같다. 평소의 LCK였다면 현장 상황을 보여주며 캐스터가 시간을 끌었겠지만, 이번에는 광고로 화면을 넘기고 자막으로만 현장 상황을 전달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지루한 경험이었다.

앞으로는 이러한 이원화 된 제작 환경에서 중계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한 가이드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장에서 방송 신호를 만들어서 보낼 프로덕션의 역량을 LCK 프로덕션이 사전에 체크하거나, 준비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 등을 예시로 들 수 있겠다.

이 외에도 홈 & 어웨이 응원석의 규모와 위치, 응원 방식, 스포츠맨십을 해칠 수 있는 돌발 상황 등을 대비해 다른 스포츠의 홈&어웨이 관련 규정이나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외부 홈경기시 리그 후원사와 팀 후원사의 노출 방법 및 형태, 현장 응원단의 노래나 구호 소리와 중계진의 해설 음성이 겹치는 상황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가이드가 역시 별도로 마련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질적인 고민, T1은 왜?

다시 한 번 본질적인 고민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T1은 왜 롤파크를 벗어나기로 한 것일까? T1이 스폰서나 팬덤을 활용한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기회가 부족했던 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그리고 T1은 스스로 만든 기회로 결핍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 목 마른자가 우물을 판 격이다.

한 번이 어렵지, 두 세 번은 쉬워지기 마련이다. 이미 한 번 승인을 했으니, 이번을 스탠다드로 삼아 제안한다면 LCK도 승인을 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즉, T1이 2025년 후원사 유치시 한 번이나 두 번의 홈그라운드를 세일즈 덱에 넣어 영업을 한다면, 2024년보다 훨씬 좋은 조건, 높은 비용으로 더 많은 후원사를 유치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두 번째 외부 홈 경기도 T1이 될 것인가? <출처 : T1LoL X>
두 번째 외부 홈 경기도 T1이 될 것인가? <출처 : T1LoL X>

프로게임단에게는 자신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회가 더 필요한데, 좋은 성적이나 인기와는 별개로 후원사에게 더 잘 어필하기 위한 '예측 가능하고, 실체화 된 기회'가 보장되어 있어야 각자의 사정에 맞는 영업을 더 잘할 수 있다. T1이나 Gen.G처럼 결승전, 롤드컵 단골 손님이 아닌 대부분의 팀들에게는 이러한 기회는 더 절실하다.

물론, LCK는 지금도 결승전마다 '팬 페스타'를 진행하는데, 팀들은 이 곳에서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정규시즌 종료 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들은 곧바로 선수단에게 휴가 일정을 주기 때문에 팬 페스타에서 선수단을 활용한 이벤트를 기획하기가 어렵다.

아쉽게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한 팀은 정서적으로 팬 페스타 참여가 꺼려지는 측면이 있다. 현실적으로는 경기 일정상 결승 진출을 가정하고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팬 페스타를 위한 인력, 시간적인 여유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반짝 진행하는 팬 페스타 부스 운영을 위해서 추가로 예산을 투여하기에는 비용 대비 효과라는 수학적인 검토도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팬 페스타는 LCK 팀이 후원사를 유치할 때 세일즈 포인트로 잘 활용하지 않고 있다.


LCK 리그 차원의 고민은 필요 없나?

롤파크에서 이루어지는 팀들의 후원사 이벤트, 프로모션 활동은 기본 사항이지만 규모가 작다. 한 매치당 400~500 명의 관중들이 오고, 그 중에서 우리 팀 팬이 절반 정도라고 대충 계산하면 사실상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렇다면 경기 숫자라도 많아야 하는데, 스플릿당 18경기가 진행되므로 각 팀들은 약 3,500에서 4,000 명의 오프라인 팬들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단순 계산이지만 T1은 이번 홈그라운드를 통해서, 단 하루 만에 한 스플릿에서 만날 수 있는 팬보다 약 2,000 명을 더 만난 것이다.

T1처럼 Gen.G, 한화생명, 디플러스, kt롤스터 등 성적도 좋고, 재정적으로 사정이 괜찮은 팀들이 자체적으로 홈 경기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팀들은 어떨까? 홈 경기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팀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T1의 홈그라운드를 바라본 Gen.G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T1의 홈그라운드를 바라본 Gen.G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기 위한 팀들의 적극적인 자세는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LCK가 리그 차원에서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비판 받을 여지가 있다. 일부 부유한 인기 팀뿐만 아니라 모든 프랜차이즈 팀들이 동등하게 활용할 수 있는 큰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리그 주최, 운영사의 의무가 아닐까?

문득, 과거 스타리그와 MSL 시절이 떠오른다. 특히, 스타리그는 한 때 8강 2주차 경기를 지방투어로 진행하는 것을 약속처럼 지켰다. 지방투어는 스타리그의 저변을 넓히고 팬층을 확장시키면서 메인 스폰서로부터 더 많은 비용을 받기 위한 매력적인 조건으로 활용됐다.

LCK 역시 이처럼 결승전 이외의 정기적인 지방 투어 같은 대형 야외 이벤트를 고려해보면 어떨까? 경기 일정상 스타리그처럼 원데이 이벤트로 진행할 경우 형평성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차라리 판을 키워서 정규리그의 한 주(1 Week) 일정을 통째로 진행하는게 나을 수도 있다.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나 사업타당성은 별도로 검토해야겠고, 반드시 지방투어의 형태는 아니어도 된다. 주장의 요지는 게임단이 예측 가능한, 실체가 있는 '특별한 세일즈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리그오브레전드>는 스노우볼을 잘 굴리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다. 좋은 기회가 생겼어도 이를 잘 살리지 못하면 유리한 경기를 내주기도 하고, 불리해도 작은 기회를 잘 살려 스노우볼을 꾸준히 굴린다면 역전을 하기도 한다. 

T1이 홈그라운드를 통해 만든 스노우볼은 어떻게 굴러갈까?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어떤 식이든 T1은 물론 LCK 팀들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스포츠 크리틱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깊은 고민을 통해 구체화하여 조심스럽게 제안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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