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뉴스레터는 지난 11월 1일 IESF 블로그에 연재된 글을 다듬어 발행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IESF 블로그에는 국제e스포츠연맹의 다양한 활동과 다른 Ambassador들의 흥미로운 오리지널 컨텐츠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다들 한 번씩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LCK가 대격변을 예고했습니다. LoL Esports가 2025 시즌 메이저 5대 권역 재편, 3번의 국제 대회, 피어리스 드래프트 도입 등의 파격적인 변화를 발표한 상황에서 LCK 역시 그 흐름에 발맞춰 파격적인 리그 구조 개편을 발표한 것인데요. 어느 정도의 변화는 예상되었으나 워낙 큰 변화다 보니 많은 미디어들도 이와 관련된 소식들을 쏟아내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LCK 2025의 변화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고, 각 변경점의 의도를 짐작해 보고자 합니다. 미디어들을 통해 알려진 전문가들과 업계의 반응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변화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는 늘 위험요소를 갖고 있는데요. 의도는 좋았지만 막상 해보니 기대에 못 미치거나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고인물은 반드시 썩는 법입니다. 라이엇 게임즈 역시 리그 오브 레전드를 그렇게 만들지 않으려고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e스포츠 역시 더 나은 방식을 통해 신선한 재미를 추구하고, 인게임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간접적으로나마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LCK가 2025 시즌에 큰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LCK 2025 주요 변경점
2025년부터 LCK는 단일리그로 진행됩니다. 기존에 스프링, 서머에서 챔피언이 배출됐던 것과 달리 2025 시즌에는 단 하나의 챔피언만 등장하게 되는 것이죠. 정규시즌은 총 다섯 개의 라운드로 진행이 되고, 정규시즌 전에는 LCK CUP이 신설되어 우승 팀이 신설되는 LoL Esports의 첫 국제 대회에 출전하게 됩니다.
정규시즌의 경우 1~2라운드는 기존처럼 10개 팀이 풀리그로 BO3를 두 번씩 치르는 더블 라운드 로빈 방식입니다. 상위 6개 팀이 MSI 선발전인 'LCK 로드 투 MSI)를 치르고, MSI가 끝난 뒤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구조의 3~5라운드가 진행됩니다.
3라운드부터는 1~2라운드 성적을 기준으로 레전드 그룹(상위 5개), 라이즈 그룹(하위 5개)으로 나누어집니다. 프로축구 K리그에서 상/하위 스플릿으로 리그 후반부를 운영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각 그룹의 팀들은 세 번의 Bo3를 치르게 됩니다.
이후 레전드 그룹의 1, 2위는 LCK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직행, 3, 4위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 진출합니다. 레전드 그룹의 최하위는 라이즈 그룹 상위 세 팀과 함께 플레이-인을 치르고, 라이즈 그룹의 4, 5위는 시즌이 마감됩니다.
즉, 플레이-인은 LCK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2개의 팀을 가리기 위한 순위 결정전으로 볼 수 있는데요. 라이즈 그룹의 4, 5위만 하지 않는다면 LCK 우승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살아 남는 셈입니다. LCK 플레이오프는 더블 엘리미네이션으로 진행되는데요. 3위까지 롤드컵에 직행하기 때문에 기존의 롤드컵 선발전은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보다 더 자세한 변경점과 이에 대한 해설이 필요하다면 아래에 링크한 기사를 참고해 주세요. 아주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LCK 컵과 첫 번째 국제 대회 - 다소 우려
정규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LCK 컵과 첫 번째 국제 대회가 진행됩니다. 이에 대해서 인벤이 취재한 기사를 살펴보면 몇몇 프로게임단 관계자는 LCK 컵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의미 없는 대회가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정규시즌을 한 달 정도 쉬는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우려입니다. 아무래도 단 한 팀만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있고, 이 국제 대회는 MSI와 달리 롤드컵 출전권 숫자에도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때문에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은 상대적으로 동기부여가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LCK 컵이 정규시즌과는 다른 방식으로 열리고, 피어리스 드래프트의 도입이 확정된 만큼 팬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며 대흥행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LCK 컵과 첫 번째 국제 대회가 열리는 기간이 애매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LCK 2025의 시작을 알리는 초반부의 흥행은 시즌 전체의 흥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색다른 방식과 피어리스 드래프트 그리고 스토브 리그를 마친 팀들의 실전 감각 테스트 등으로 다채로운 경기가 나와주면 좋겠지만, 현재 발표된 조건으로는 LCK 컵은 버리고 정규시즌에 집중하겠다는 팀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미 국제 대회 개요가 발표된 상황에서 국제 대회 참가 슬롯을 늘리는 방식의 대대적인 대안은 제시될 수 없을 텐데요. LCK 컵에 많은 상금을 걸고 순위에 따라 팀들이 의미 있는 상금을 가져갈 수 있게 하거나, LCK 컵을 '의미 없는 프리시즌'이 아니라 '한 시즌의 기대감을 고조시킬 수 있는 개성 있는 이벤트'로 꾸미기 위한 기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레전드 그룹과 라이즈 그룹 - 좋은 의도
정규시즌 3라운드부터는 레전드 그룹과 라이즈 그룹으로 진행이 됩니다. 1, 2라운드의 성적을 토대로 상위 5개 팀 / 하위 5개 팀이 조를 나눠 3라운드부터 5라운드까지 진행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몇 가지 측면에서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1, 2라운드 경쟁 심화 유도
팀들은 아무래도 상위 그룹인 '레전드'에 속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때문에 1, 2라운드의 성적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특히, 레전드 그룹 진입 마지노선인 5위를 확보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데요. 기존 방식에서는 스프링, 서머 스플릿의 플레이오프 직전에 6위 싸움을 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기회가 단 한 번입니다.
즉, 5위 이상의 성적으로 1, 2라운드를 마치지 못하면 '라이즈' 그룹 팀들은 한 동안 상위권 팀들과 맞붙을 기회가 없어집니다. 때문에 기존 LCK 서머 플레이오프 진출이나 롤드컵 선발전 같은 치열한 분위기의 순위 경쟁과 전력 투구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연출된다면 LCK의 의도가 잘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의미 없는 경기의 축소
기존 10개 팀 풀리그 방식에서는 사실상 의미 없는 경기가 자주 나왔습니다. 순위가 거의 정해진 상태에서 상위권 팀과 하위권 팀이 맞붙을 때는 대부분 예상대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죠. 특히, 하위권 팀 입장에서 라이즈 그룹은 매번 승리할 만한 경기이기 때문에 위닝 멘탈리티를 회복하고, 승리를 통해 약점을 보완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팬들의 입장에서도 내가 응원하는 팀이 비록 하위 그룹에 있더라도 이기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응원하는 팀이 없더라도 전력 차가 많이 나서 일방적인 경기를 보는 것보다 비슷한 수준의 팀들이 치열하게 맞붙는 경기가 바람직하겠죠. 이는 프로축구 K리그에서 도입한 상/하위 스플릿을 통해 검증된 모델입니다. 게다가 마지막 5라운드에서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기 위한 레전드 그룹과 시즌을 마감하고 싶지 않은 라이즈 그룹의 경쟁이라는 관전 포인트가 생기기 때문에 기존 방식에 비해 의미 없는 경기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우려는 있다
이렇게 좋은 의도를 갖고 있는 레전드 / 라이즈 그룹이지만 우려할 만한 요소는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레전드 그룹에는 T1, Gen.G, 한화생명e스포츠, 디플러스기아 같은 인기 팀이 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라이즈 그룹에 있는 팀은 3~5라운드에서 이 팀들과 맞붙을 기회가 사라지는데요. 이는 각 팀들이 스폰서십 비즈니스를 하는데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T1과의 경기는 비록 패배하더라도 높은 뷰어십 수치나 커뮤니티 리액션을 기대할 수 있는데요. 라이즈 그룹에 가버리면 이 기회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또한 리그 막판 순위 경쟁 중인 상위권 팀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묘미가 사라지거나, 라이즈 그룹에 속한 팀들이 동기를 잃고 더 침체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팀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LCK-챌린저스간 콜업을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선수 임대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늘어난 경기 수 - 대환영
대회 구조와 방식의 변경은 장단점이 있겠지만, 경기 수가 늘어나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환영할 만한 변화입니다. 지금까지 프로게임단들은 LCK 측에 경기 수의 확대를 꾸준하게 요구해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4 시즌 개막을 앞두고 LCK 팀들이 발표한 공동성명서에도 경기 수 확대는 시급한 해결 과제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인벤의 취재 기사에 따르면 문의에 응답한 프로게임단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전체 경기 수의 증가를 가장 긍정적인 변화로 꼽았습니다. 팀이 노출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은 팀의 스폰서십 가치를 높이는데 가장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의 관계자 멘트 중 '바뀐 포맷에서 야외 경기가 더욱 많아질 수 있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롤파크가 오프라인 프로모션을 하기에 규모 면에서 아쉽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숫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온라인 뷰어십, 소셜미디어 수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이므로 이로 인해 각 프로게임단의 사업 팀의 영업 활동은 보다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100만 원 받았던 스폰서 비용을 150만 원으로 높일 만한 근거가 생긴 셈이죠.
LCK 스프링 결승전 대체할 MSI 선발전
LCK는 10월 30일 한국e스포츠협회와 함께 오는 6월 개최되는 2025 MSI LCK 대표 선발전 유치를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공개 모집을 시작했기 때문이죠. 일단 LCK 스프링 결승전을 대체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일 리그 변화로 인해 야외 결승전이 한 번으로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프로게임단의 우려를 고려한 결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LCK 2025는 MSI 선발전과 LCK 결승전(플레이오프 일부 포함)까지 기존처럼 두 번의 야외 이벤트가 진행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올해 T1이 시도한 홈그라운드 같은 이벤트가 몇 차례 더 추가된다면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오프라인 프로모션 기회는 기존에 비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홈그라운드의 경우는 T1이 2025년에도 진행할 것으로 보이고, Gen.G 역시 최근 홈그라운드 개최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리하자면, LCK 2025 시즌의 대대적인 변경점은 최소한 프로게임단 비즈니스 기회 확대의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LCK 에코 시스템 기대
다만, 이러한 변화가 적자 운영으로 힘들어하는 LCK 팀들에게 드라마틱한 게임 체인저가 되진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리그의 인기가 더 많아지고, 경기 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프로게임단의 낮은 수익성의 원인이 제거되진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발표는 대회의 구조 변경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사실 프로게임단들이 기대하는 것은 '인게임 e스포츠 콘텐츠 판매를 통한 수익 분배'로 대표되는 에코 시스템일 것입니다.
실제로 라이엇 게임즈는 각 팀별 테마로 제작된 '감정표현'의 수익을 LoL Esports에 참가하는 모든 팀들과 나누는 작업을 시작했고, 향후 인게임 e스포츠 콘텐츠 판매를 통한 수익 분배를 통해 프로게임단을 지원하기 위한 'GRP(Global Revenue Pool, 수익 총괄 적금)'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LCK뿐만 아니라 LoL Esports는 2025년부터 대대적으로 개편됩니다. 그러나 사실 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팀들에게는 'GRP'처럼 팀 운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수익성과 관련된 에코 시스템에 대한 발표가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에코 시스템의 강화는 팬들에게도 즐거운 일입니다. 무엇보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인게임 e스포츠 콘텐츠 판매를 위한 더 재미있고 신선한 프로모션들은 팬들에게 신선한 즐길 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앞서 발표된 GRP가 성적뿐만 아니라 팬덤 활동에 따라 배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프로게임단들은 팬 이벤트, 서비스를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2025 LCK의 대회 구조 변경점을 살펴보고, 주요 변경점에 대한 분석을 해봤는데요. 좋은 점도 있고, 우려되는 점도 있지만 LCK의 기획 의도에 부합하는 변경점 들이기 때문에 아무쪼록 좋은 의도한 성과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다만, 글 마지막 에코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다소 의아하게 읽으셨을 독자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LCK가 대대적인 구조를 변경하는 이유는 결국 리그의 흥행성을 끌어 올려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프로게임단의 수익성 개선을 통한 지속가능성 향상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실효성 있는 에코 시스템의 도입'이 2025 시즌 대격변의 마침표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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