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ck Your Tales!
[ 시간이 지나야 하는 것들 ]
Unfold the Map : [ 하울의 움직이는 성 ] From [ 콜마르, 프랑스 ]
Tune in, Take Off : [ 첫눈에 ]
Letter from JEMA✍🏻
[ 시간이 지나야 하는 것들 ]
한때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 자체로도 괴로웠어요. 성미가 워낙 급한 탓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 너무 힘드니까 눈앞이 깜깜해 출구라곤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어딘가엔 출구가 있을 거란 말이 뭐 그렇게 와닿았겠어요. 사실 이곳에 온 이후로 매일이 도전이었어요. 도전은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지만, 거듭되는 도전은 사람을 주눅 들게 하기도 하더라고요. 심한 번아웃에 시달릴 때도 있었어요. 최근에 더욱 심했는데요, 개인 시간이랄 게 없이 매일 일을 하기도 했지만 콕 집자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심했던 순간이 있었거든요.
최근 이곳에 오면서 꼭 함께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말 그대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던 거죠. 그런데 아뿔싸,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위기가 찾아왔어요.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했던 영어는 그 밑바닥이 순식간에 드러났고 매일 체력은 바닥이 되어 한숨만 푹푹 나왔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걸 기다릴 여유가 없었어요. 결국 새벽에 길거리에서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어떻게든 시간은 흘렀고 결국 이 경험은 또 제 인생이 행복했다고 떠올리게 만드는 순간들을 만들어주었어요. 그리고 생각했어요. 이 괴로운 시간들 또한 내가 성장하고 나아가는 데 꼭 필요한 시간일 테니 어차피 흐를 시간에 일일이 괴로워하기보다는 그저 흐르는 대로,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자고요!
지금 힘드신가요? 막막함에 몸부림치고 계신가요? 그 시간은 꼭, 꼭 지나갈 거예요. 그러니 부디 덜 괴로워하시길, 부디 견디는 시간이 덜 고통스럽길 바랄게요. 그리고 그렇게 살다 어느 날 불현듯 마주할 행복이 조금 더 빨리 다가오길 바랄게요!
Unfold the Map📍

9월의 크리스마스는 [ 콜마르, 프랑스 ] 에서 찾았어요.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걸 보면서 가을이 왔다는 걸 실감해요. 그리고 신도 나죠. 바람은 시원하고 하늘은 높고 푸른 데다가 무려 겨울이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크리스마스가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면 저도 모르게 신이 나는 것 같아요. 지금 이때가 캐럴을 듣기 시작하기 제일 좋은 때라는 거 아시나요? 가만히 앉아 캐럴을 듣고 있으면 어느덧 크리스마스가 눈앞으로 훌쩍 다가온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신이 날 때면 무작정 걷고 싶어져요. 그래서 얼마 전에 도시 외곽으로 나들이를 다녀왔어요. 산책이라기엔 꽤 많이 걸었던 하루였지만, 그림과도 같은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어딘가 막혀있던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선선한 가을 날씨와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곧이어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기 좋은 영화를 가지고 왔어요. 바로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입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Howl’s Moving Castle
✦ 크리스마스 지수 [ 🎄🎄🎄 ]
✦ 개봉 : 2004.12.23.
✦ 관람 연령 : 전체 관람가
✦ 장르 : 애니메이션, 판타지
✦ 러닝타임 : 119분
모자 가게에서 일하며 매일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는 소피는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이 없고 소극적인 성격의 소녀입니다. 어느 날, 곤란한 상황을 마주한 소피는 우연히 마주친 하울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그날 밤 황무지 마녀의 습격을 받은 소피는 90세 할머니 모습으로 변하는 저주에 걸리게 되는데요. 자신의 모습을 가족에게 들키기 싫었던 소피는 몰래 집을 떠나 아무도 없는 황무지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기괴하게 움직이는 성을 발견한 소피는 주저 없이 그 성안으로 들어갑니다. 그 성은 다름 아닌 하울의 성이었고, 소피는 자신이 저주에 걸렸다는 사실을 숨긴 채 성의 청소부로 지내게 됩니다. 성에서 지내면서 소피는 하울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고 그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찾는데요. 과연 소피는 하울과 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확인하세요!

내 모습은 내가 결정하는 거야
영화 속 소피는 마녀의 저주 때문에 할머니의 모습을 하게 되죠. 하지만 극 중에서 소피의 모습이 젊어질 때가 있어요. 저주가 풀렸나? 하면 또 그건 아니고요. 그러다가 흥미로운 해석을 봤어요. 사실 이 저주는 소피의 마음에 달린 거라는 거예요. 자신을 못났다고 생각하거나 낮은 자존감이 드러날 때면 할머니의 모습을 하게 되고 하울에게 사랑을 말할 때나 당당히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면 다시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 정확히 맞는 해석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죠.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어요. 나에게도 어쩌면 어떤 저주가 걸려 있을지도 모르겠다고요. 최근에 스스로가 못나 보이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만났던 친구들이 하나같이 피곤해 보인다며 괜찮냐고 안부를 묻곤 하더라고요. 괜찮아! 하면서도 내심 놀랐어요. 티가 나나? 하고 말이죠. 마음 하나 달라진다고 그 사람의 외모나 성격이 뭐 얼마나 달라지겠어? 하지만, 사실 그 당당함과 자신감 있는 태도는 정말 외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끼치더라고요. 얼마 전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좋아하는 뮤지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러자 문득 친구가 제가 뮤지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빛이 난다고 이야기해 주더라고요. 단순히 좋아하는 걸 이야기할 때도 빛이 날 수 있다면,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고 아껴줄 땐 얼마나 아름다운 빛깔이 보이게 될까요? 궁금하지 않나요? 그러니 우리 오늘부터 노력해 보자고요. 내 안의 빛을 꺼내 보이기 위해서 말이에요!

동화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듯,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지 콜마르
영화 초반부에 소피가 살고 있던 도시의 배경이 바로 프랑스 콜마르예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콜마르를 여행하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동화 같은 콜마르에서 영화의 명장면인 하울과 소피가 지붕 위를 걸어 다니는 장면이 탄생한 것이죠. 콜마르는 ‘쁘띠 베니스’라고도 불리는데요, 도시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운하와 그 양옆으로 늘어선 알록달록한 건물들의 풍경은 마치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죠. 콜마르의 건물 색깔이 다양한 이유는 과거 문맹률이 높았던 시대에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직업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표식이라고 해요. 어부의 집은 파란색, 제빵사의 집은 노란색, 정원사의 집은 초록색 등으로 구분했어요. 또, 일부 집의 색깔은 특정 가문이나 귀족의 문장과 관련이 있다고 해요. 콜마르의 크리스마스도 정말 아름답다고 하는데요. 콜마르의 전체가 수많은 전구와 반짝이는 장식으로 화려하게 빛나며, 여러 광장과 골목에 6개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분산되어 열리는 것이 특징이에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기간 중 저녁 시간대에는 어린이 합창단 공연이 펼쳐지는데요. 강물이 흐르는 잔잔한 물 위에서 아이들의 맑은 캐럴 소리가 울려 퍼지며, 콜마르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어줘요.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감동을 그대로 간직한 콜마르. 알록달록한 건물과 낭만적인 운하, 그리고 반짝이는 크리스마스의 빛 속에서 영화보다 더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도시인 것 같아요.

늘 도시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며 살아왔는데, 요즘은 자꾸만 도시를 떠나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떠난 곳에서 만난 조용한 평화가 엄청난 힐링이 되었어요. 흥겨운 음악 소리마저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그곳에서 잠시간 있다 보니 다시 마주할 용기가 나더랄까요. 가끔 삶에서 일시 멈춤을 두려워하곤 해요. 하지만, 잠시간의 멈춤이 더 먼 길을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어준다는 걸 체감한 이후로는 부러 멈추는 시간을 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제 정말 크리스마스가 곧이겠어요. 부디 건강 조심하시고 잔잔한 초원의 풍경과 감미로운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어우러진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함께 행복한 9월의 마무리와 더 즐거운 10월을 맞이하시길!
Tune in, Take Off🎧

구독자님에게 소개드리는 노래 ‘첫눈에’는 한 편의 뮤지컬이 펼쳐지는 것 같은 노래예요. 카페에 들어선 한 여자에게 첫눈에 반한 19살 소년의 설레는 마음을 담은 노래랍니다. 한겨울 김이 폴폴 나는 라테 한잔과 함께 들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가을이 왔다는 건, 사랑을 하고 싶어지는 계절이 왔다는 것 아니겠어요? 푸르른 하늘과 선선한 바람과 함께 살짝궁 나들이 나가보시는 건 어떠세요?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아름다운 카페에 가보는 거예요. 그러다 문득, 첫눈에 반하게 될 사람을 만날지도 모를 일 아니겠어요? 달콤한 ‘첫눈에’와 함께 두근거리는 10월이 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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