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영감노트_혐오는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차별과 배제의 언어를 인지하고 수정하기

2023.05.26 | 조회 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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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마음

계속해서 읽고 쓰고 싶은 마음으로 띄우는 편지

ⓒ민채씨
ⓒ민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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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님 잘 지내셨나요? [읽고 쓰는 마음]은 2주간 쉬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실은 저는 본업에 너무 바빠서 2주간의 공백기 동안 주로 [만드는 마음]만으로 보냈답니다.

저는 단행본을 만드는 편집일을 하는데, 책 만드는 일에는 꼼수를 부릴 수가 없어요. 모든 글자를 직접 읽어 이해해야 하고, 글에서 곡해될 만한 소지가 없는지를 살펴 다듬어야 하지요. 그 과정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을 모든 편집자가 거듭 감내합니다.

때로 지난하지만 단계를 거듭할수록 책의 꼴을 갖추어가는 원고를 볼 때면, 제조업자 특유의 희열을 누리기도 하지요. 인쇄, 제본, 후가공 등 제작 공정을 거쳐 마침내 완성된 책을 받아드는 일은 매번 반복해도 설레요.

 

📝 차별과 배제의 언어를 인지하고 수정하기

출판 편집자로서 해가 거듭할수록 ‘보이는 것들’은 늘어나게 마련이에요. 나름 나잇값을 한다고 할까요? 인생 경험이 누적되면서 원고에서 걸리는 부분들이 더 새롭게 확장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제 경우 2020~2021년에 장혜영 의원의 프로젝트 <내가 이제 쓰지 않는 말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내가 이제 쓰지 않는 말들>은 우리 시대에 통용된 차별과 배제의 언어를 인지하고 수정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우리가 관습적으로 쓰는 표현들이 누군가에게는 차별의 언어이고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그 프로젝트를 지켜보면서 깨달았습니다. 장혜영 의원의 후원회장인 이슬아 작가 또한 그 무렵 <‘부모’ 말고 ‘고아’ 말고>라는 칼럼을 통해 배제하는 언어에 대한 고찰을 풀어내기도 했죠.

 

그때부터 저는 책을 만들 때에도 예민한 감각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습관적으로 쓰는 이 말로 인해 누군가가 불편해질까? 그 언어가 동시대의 다른 사람들을 고통 받게 하지는 않는가?

제가 먼저 시작한 것은 굳이 성별을 확인시킬 필요가 없는 대목에서 여교사, 여경, 여검사처럼 주로 직업에서 -’라는 접두사를 사용한 경우 -’를 삭제하는 것이었어요. 미망인, 고아, 반병신처럼 특정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낮잡는 말도 다른 표현으로 바꾸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뒤로는 전쟁에 관련한 표현들이 자꾸 눈에 걸렸지요.전운이 감돌다, 무장시키다, 전면전, 총력전, 전초전 등 생각보다 전쟁에서 비롯된 단어들이 많았고, 문장 내 뉘앙스를 살려 다른 말로 대체했어요.

 

👀 거리에 내걸린 혐오 표현

타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말들은 도처에 널려 있었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이 되고 보니, 저 자신이 그런 표현을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쓰는 말이 곧 아이들의 미래가 될 테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신문에서 혐오 표현이 담긴 현수막 설치에 대한 취재 기사를 읽었습니다. 서울 대기업 사옥 주변에서 기업의 행태에 반발하며 욕설을 쓴 시위 현수막, 또 전국적으로 특정 정당을 향해 무조건적 비난을 담은 정치적 현수막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말의 세계가 거리에 보란 듯이 걸려 있었습니다.

직접적으로 욕설이나 혐오 단어가 쓰이지 않았더라도, 내가 속하지 않은 이익집단을 구분 짓고 비난하는 말들과 그러한 정서 자체를 길거리에 전시하는 일이, 혐오가 판을 치는 이 세상에서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거리에 걸린 현수막을 조금 불편한 시각에서 봅니다. 그것들이 편 가르기 혹은 비난을 위한 비난을 내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응시하면서요.

 

2023.05.26. 순천에서 민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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