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자신만의 분야를 만들고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라프는 늘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하는 편이었다. 보험 영업을 하면서도 친구들과 '인생 2막'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연기라는 것이 해 보고 싶어서 직장인 뮤지컬 동아리에 잠깐 참여해 뮤지컬 공연을 해 보기도 했다.
라프는 새로운 것,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망설임 없이 '도전'했다. 그래서 한 가지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지는 못했지만, 도전한 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었다. 오히려 그런 도전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한번 해 볼 걸…'이란 후회를 했을지도 모른다.
20대에 라프는 계속 '나는 뭘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기 위해 다양한 책, 도구 그리고 프로그램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하나씩 라프의 강점이 무엇인지 발견했다. 그리고 그 강점들은 회사에서 잘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생에 어려운 고비가 찾아오자 라프에게 정말 필요한 질문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든 거지?"
살다 보면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 때가 있다. 이유 없어 어떤 상황이나 사람이 싫어지는 순간도 있게 마련이다. 라프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올라올 때마다 못 본 척했다. 라프는 그때마다 '그냥 지나가는 순간적인 마음일 거야'라며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꾸면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렵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이를 때가 있다. 10년 전 라프에게 왔던 감정처럼 말이다. 두 번째 사춘기로 힘든 라프와 갱년기와 공황장애 증상으로 힘들어하던 엄마가 같이 살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었다. 매일 술과 담배로 자신의 힘든 마음을 외면했던 라프는 결국 이런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저 달려오는 차에 뛰어들고 싶다'
한강 작가님은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에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는 순간이 있다'는 말을 했다. 라프에게도 그런 순간이었다. 라프의 가까운 지인들 중에 4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들의 죽음을 지켜보고, 그들이 떠난 후에 죽기 직전 그들이 했던 말과 그들의 일상을 곱씹어 본 적이 많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지인들은 자신들을 옭아매었던 그 상황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계속 고통 속에 살았고, 결국 그 상황이 그들을 잡아먹도록 내버려 두는 것을 막지 못했다.
'왜, 그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들이 라프를 도왔다. 그들을 생각하며 정신을 번쩍 차렸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바라보았고, 지금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안돼. 이대로 있다간 정말 엄마나 나, 둘 중 하나가 죽을지도 몰라.'
그래서 라프는 수중에 돈이 없지만, 엄마와 물리적으로 헤어져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10대 후반에 지긋지긋한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만 원서를 썼던 것처럼 이번에는 독립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다. 결국 스무 명의 사람들에게 10만 원씩 펀딩을 받았고, 작은 원룸으로 이사갈 수 있었다. 라프를 괴롭히던 상황이 해결되자 마음에 작은 평화가 찾아왔다.
돌아보니 라프의 짧은 인생에 10년마다 비슷한 패턴으로 힘든 고비가 찾아왔다. 대체로 이런 패턴이었다.
- 마음이 힘든 상황이 반복된다
- 참는다 혹은 힘든 줄 모른 채 마음속 불만이 쌓여간다
- (자신도 모르게) 참아 온 것이 한 번에 (크게) 터진다
- 최악의 상황 직전에 심각함을 깨닫고 그 상황에서 벗어난다
세 번째, 아니 네 번째 비슷한 상황을 겪고 나서야 라프는 그동안 자신이 계속 참아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제 다시는 같은 위험한 상황을 반복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언가 내가 불편하고 힘든 순간들'을 잘 포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7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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