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한 뼘짜리 추억을 잊는 게 참 쉽지 않아

'에잇' IU

2023.12.27 | 조회 2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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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한 명왕성

그를 떠오르게 하는 것들 (특히 사랑 타령하는 노래들)

오늘의 노래는

내가 아이유 노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

 

가사가 정말 좋다.

 

이 노래는 보통

멜로디나 BTS 슈가 피처링 때문에 회자되는 것 같은데

 

가사를 곱씹어보면 눈물이 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이 유독 잦았던

스물 여덟의 이지은의

이야기가 정말 슬프다.

 

곱씹을수록 좋은 가사들

 

모든 게 맘대로 왔다가 인사도 없이 떠나

이대로는 무엇도 사랑하고 싶지 않아

 

 

지나듯 날 위로하던 누구의 말대로

고작 한 뼘짜리 추억을 잊는 게 참 쉽지 않아

 

 

 

 

고작 한 뼘짜리 추억과 사랑이 뭐라고


사랑의 유효기간은 900일

 

왜 사랑에 빠졌냐는 여자친구의 질문에

호르몬 작용일 뿐이라고 대답했다가

헤어질뻔했다는 의대생 친구의 이야기가 종종 떠오른다.

 

고작 호르몬이 뭐길래

누군가의 인생을 통째로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것일까.

 

미상핵
미상핵

사랑에 빠지면 뇌의 미상핵이 활성화된다. 미상핵이 활성화될 때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성취감과 보상감, 쾌락의 감정을 느끼며, 인체를 흥분시켜 살아갈 의욕과 흥미를 느끼게 한다.

즉, 도파민은 사람을 행복한 감정에 빠지게 하고, 사랑에 빠지게 한다.

 

 

 

일이 너무 바빠

일주일 통틀어 5시간을 잤던 적이 있다.

사랑에 빠져있던 나는

유일하게 쉴 수 있는 토요일에

잠 대신 그를 만나러 나가는 걸 선택했었다.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고작 도파민이 나의 고된 삶에 생기와 힘을 줬다.

 

 

사람에게 초능력을 주는 사랑은 아쉽게도 유효기간이 있다.

 

도파민의 분비는 사랑에 빠지고난 후 1년이 지나면 50퍼센트로 줄어든다고 한다.

 

사랑에 빠진 직후에는 미상핵 활동이 늘어 감정적으로 판단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상핵 활동은 줄고, 대뇌피질의 활동이 늘어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왜 굳이 900일일까?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 아이가 혼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되기까지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이 900일이라고 한다.

이 기간에 맞춰 인간이 진화했다.

 

여기에서 "사랑의 유효기간은 900일"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사랑에 빠진후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의 힘은 점차 흐릿해져간다.

 

그래서 나는 사랑이 일시적인 환각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나면 

사랑이 주는 힘은 금방 사라지고

결국에는 무너진 내 일상만이 남는 것이 끔찍히도 싫다.

 

그래서 사랑 타령은 하지만

절대 사랑에 빠지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사랑의 유효기간을 알고나니

900일 이후의 연애가 궁금해진다.

그건 또 어떤 형태의 사랑일까.


사과

 

나는 아직

사랑의 유효기간이 다해

사랑을 끝내본 적은 없다.

 

 

모든 편지의 주인공인

너를 사랑했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다 닳아

헤어진 게 아니었다.

 

아마 너는

내가 사랑하는 마음이 끝났기에

우리가 이별을 맞이했을 거라 생각하겠지

 

그때 모든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을

사과하고 싶다.

 


한 뼘짜리 추억

 

"나는 그 애가 부러웠다.

저렇게까지 사람을 원망하고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릴 수가 있는 것은

그 사람과의 좋은 추억이 많았기 때문이다."

- 소희, <너도 하늘말나리야> 중

 

고작 한 뼘짜리 추억은

나를, 그리고 우리 모두를 지독하게 괴롭힌다.

 

그 추억은 

나도 몰랐던 나의 별로인 모습들을 끄집어낸다.

 

감정에 크게 동요되지 않던 사람들이

남몰래 슬픈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그가 뭐하고 사는지 궁금해 sns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보며 구질구질해지기도 한다.

사랑이 끝난 이들은 모두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하고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건

그 사랑이 남긴 선물이라 생각한다.

 

 

그로 인해

삶이 조금 더 다채로워졌을지도.

 

 

그를 떠올리며 느끼는 아픔은

어쩌면 그를 향한 또 다른 사랑의 감정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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