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꼬지기입니다.
구독자님, 혹시 노래로 위로받은 기억이 있나요? 만약 있다면, 아마도 그 순간 받았던 공감과 위로가 구독자님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겠죠.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노래를 마주합니다. 그리고 종종, 우연한 마주침에 살아갈 용기를 얻곤 하죠. 사람들이 동화를 믿듯이, 우리는 언어를 타고, 음악 속을 유영하며, 그들의 힘을 믿어보는 건 어떨까요.
십이월 첫째 주, 『모꼬지기』 14호에는 한 편의 노래를 그리는 시인 '김사월', 가사를 노래하는 인디 가수, 그리고 한 곡의 시를 음미하는 구독자님을 위한 플레이리스트까지, 총 세 가지 이야기를 선물해 드립니다.
⭐ 뮤직스타뜰
한 곡의 시를 한 편의 노래에 담아, 김사월
by 영
가끔은 우울하고, 가끔은 불안하고, 또 가끔은 설레고, 가끔은 즐겁고. 그 안을 영원히 배회하는 나는, 이곳의 주연인지, 혹은 조연인지도 모른 채 정처 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나의 이번 여로는, 결국 희미한 흔적을 남기지만,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은, 글이 되고 노래가 되어, 한 명의 '나'라는 존재를 담아낸다.
뮤직스타뜰 열네 번째 아티스트, ‘김사월’을 소개한다.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은 본인이 생일이 4월이라는 담백한 발상으로부터 활동명을 결정했다. 그녀는 본래 도자공예를 전공하던 미대생이었지만, 대학교 2학년 시절, 좋아하던 음악을 도전해 보자고 결심했고, 2012년 홍대 클럽에서 첫 공연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포크 뮤지션 김해원의 연락을 받아 ‘김사월X김해원’이라는 포크 듀오를 결성했고, 2014년 10월 10일 EP[비밀]로 정식 데뷔를 했다. 그는 특유의 몽환적이고 느린 감성으로 한국 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과 최우수 포크 음반상을 수상했으며, 이후에도 3번의 최우수 포크 음반상을 수상하며 한국 포크 음악계의 한 획을 그었다.
어려서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던 그는 지금 노래를 만들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의 노래’달아’의 가사에서 따온 산문집 <사랑하는 미움들>은 2019년에 출간되며 작가로서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날 것의 그를 담았다는 이 책은, 그 스스로를 위한 자취들로 가득 차있다. 노래와 글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웠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처럼, 그는 지금도 듣는 책과 보는 음악을 만들어내 선의와 비열함을 모두 가진 한 명의 살아있는 사람, 그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모순적이고도 솔직한 아가씨야
가수이자 작가인 오지은은 김사월 산문집의 추천사를 이렇게 시작한다. “김사월, 이 모순적이고도 솔직한 아가씨야”. 사람 김사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이 추천사는, 그가 보여주는 그의 모습을 관통한다. 우울하지만 사랑스러운, 또 외롭지만 자유로운 그의 존재는, 그의 작품이 되어 모두에게 선하지만 비열한 그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얼마나 이겨야 행복하니
이렇게 진다면 불행하니”
김사월의 <레슬링> 中
사랑하는 사람이 레슬링 경기를 하고, 나는 그를 바라보고. ‘레슬링’은 꿈을 꾼 직후 휴대폰으로 녹음한 것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7분에 가까운 연주와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기에 ‘한 곡의’ 시로 만들어진 ‘한 편의’ 노래를 듣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조용하게 읊조리는 목소리는 슬픈 시를 노래하며, 잔잔하게 흘러가는 음률들은 몽환적인 노래를 낭독한다. 그는 그 다운 방식으로 어쩐지 아픈 꿈 속에서 유랑하는 나의 모습을 그려나간다.
김사월은 그러하다. 그의 가사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선의과 비열함을 또렷이 요영한다. 그의 선율은 추상적이고 몽환적인 음표를 아득히 기록한다. 조금은 위태롭고, 또 조금은 모순된 그의 작품들은 그를 관통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관통한다. 완전하지만 불완전한 우리 모두를 노래하는 그는, 그동안 애써 숨기고 가려왔던 이면의 모습들을 끄집어 내며 그와 우리는 결코 다르지 않음을 내보인다. 그렇기에 더욱 독특하고 특별한 그는, 한 곡의 시를 낭독하는 시인이 되어 한 편의 노래로 우리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의 시간을 역행하며
2017년에 발매된 라이브 앨범 [7102]는 기존의 곡들을 위주로 구성하는 라이브 앨범의 특성을 부정한다. 그는 앨범을 구성하는 12곡 중 기존 발표했던 ‘꿈꿀 수 있다면 어디라도’, ‘악취’ 두 곡을 제외한 10곡을 신곡으로 선보이며 또 한 번 용감한 도전을 시도했다. 타이틀 곡 ‘달아’를 마지막으로 우울한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싶다던 그는, 앨범의 곡을 쓴 순서의 역순으로 수록했다. 가장 우울하고 황폐한 순간들을 담아내며, 그의 현재를 함께하는 이들과 그의 변화를 알고자 하는 이들 모두를 위해, 과거의 ‘지금’을 향한 ‘지금’의 담대한 역사를 기록했다.
“스스로를 미워하며
살아가는 것은 너무 달아
그걸 끊을 수 없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김사월의 <달아> 中
🎵 음악주저리
우리를 노래하는 음유시인
by 현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에서 한물간 스타 알렉스(휴 그랜트)는 작사를 주저하는 소피(드류 배리모어)에게 그냥 아무거나 쓰라고, 가사는 중요하긴 하지만 멜로디만큼 중요하진 않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 소피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멜로디만으로 어떤 음악을 섣불리 판단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음악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멜로디에 가려진 가사는 어쩌면 노래를 진정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안내서일지도 모른다.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언어라는 형식을 통해 형상화되고, 그리고 그것은 멜로디와 리듬을 타고 우리의 목소리로 마침내 완성된다. 바탕색이 칠해진 도화지에 선을 그려 질감을 나타내듯, 음악을 타고 자유로이 우리에게로 스며드는 음유시인 7인을 소개한다.
1. 자조적인 여운, 언니네이발관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은 담백하게 그려낸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세상을 관조하듯 달콤쌉싸름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한다. 텅 빈 듯 가득 채워져 있는 가사는 자극적이지 않은 말들로 천천히 흘러가듯이 남아있다. 때로는 서글프고, 때로는 후련한 말들로 노래를 전하는 그들은, 여전하게 한 곡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관심을 애처로이 떠나보내고
내가 온 별에선 연락이 온지
너무 오래되었지 아무도 찾지 않고
어떤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을 바라며
살아온 내가 어느날 속삭였지 나도 모르게
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둔게"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 中
2. 모이고 흩어지고 얽히고 설킨, 모임 별(Byul.org)
모임 별의 음악은 지구에서 바라본 별보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별 같은 아티스트다. 그저 갈망하며 기다리기만 하는 별이 아닌, 넓은 공간을 나와 함께 유영하고 있는 듯한 별처럼 유려한 선율을 그린다. 그 위에 스쳐 지나가는 우리의 순간들을 담아내며,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며 유람한다.
"함께 밟고 걷던 높이 쌓인 눈과
달빛 아래 잠긴 상어의 속삭임
너의 우주선을 뒤쫓던 경찰차
술병 위에 어린 너만의 보조개"
모임 별의 <2> 中
3. 아지랑이에 홀리다, 쏜애플(THONRNAPPLE)
쏜애플은 내면의 심상을 낯선 이미지에, 날이 선 이미지에 담는다. 가시가 돋친 사과처럼, 그들의 말들과 소리들은 매혹적이기도 두렵기도 하다. 뜨거운 증기에 우울한 몽상을 담아 피어나는 쏜애플의 아지랑이를 보고 있노라면, 내 안에 깊숙이 잠재된 감정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끝나지 않는 긴 한낮을 바랬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가고 싶었지
난 많은 바람들을 조심스럽게 묻고
아 그토록 비웃던 현실에 발을 딛네"
쏜애플의 <플랑크톤> 中
4. 조각조각 다른 이미지들의 집합, 국카스텐
국카스텐의 음악은 강렬하면서도 흐릿한 인상을 준다. 명확하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왜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표면적으로 드러나있지 않는다. 문자들은 어지럽게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이리저리 흩어지며, 선이 진한 황소가 빠르게 질주하듯 강렬한 잔상은 모호하게 우리를 맴돈다.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는 각자의 생각에 따라 살이 붙여지며 또 색다른 목적지로 달려간다.
"저물어가는 머리 속엔 오로지
서성거리는 유령이 되어 가늘하게 나를 감싸네
흐르지 않던 계절은 나를 배신해
손을 흔든 채 표정을 바꿔 옷을 훔쳐 나를 감싸네"
국카스텐의 <Vitriol> 中
5. 아날로그의 빛깔을 쓴, 히피는 집시였다
2인조 얼터너티브 그룹 히피는 집시였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주석을 뺀 상태로, 생각할 여지를 우리에게 남겨둔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은 애매한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리지 않는다. 음악이 끝나고 세상으로 발을 내디뎠을 때, 우리 눈 앞에 펼쳐지는 그 순간이 2부의 시작일 것이다.
"왜 여기에서 난 괴어 나갈 수 없나
외쳐보아도 난 기약 없는 메아리어라"
히피는 집시였다의 <밤안개> 中
6. 더 짙게 물들인 글자, 짙은
짙은의 음악은 감정이 뚝뚝 흘러나온다. 하지만, 내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지나친 감정의 과잉은 아니다. 가을 숲의 시냇물처럼 쓸쓸하고도 잔잔하게 흘러가는 선율에 맞춰, 그의 음악은 짙게 깔린 안개처럼 우리의 감정을 서서히 건드린다.
"오 안개 다리 오 안개 다리
오 보이지 않는 너와 나의 마음의 거리
아 달에 취한 나비야
내 가는 길을 비추네
아 나의 발자국을 남겼네"
짙은의 <나비섬> 中
7. 하나씩 꺼내 읽는 동화, 라쿠나(Lacuna)
밴드 라쿠나는 드립팝 장르를 중심으로 미성숙한 행복과 기쁨,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음악 안에 담아내고 있다. 라쿠나는 따뜻한 소리를 만들고 다정을 노래한다. 보석 결정에 반사된 빛처럼 찬란하게 퍼져나가듯, 그들의 동화는 아름답게 아주 아름답게 우리 맘속에서 피어난다.
"서랍에 넣은 어젠 오늘에 사라졌고
우리의 추억들은 바다에 쓸려 갔네
우리의 미래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작은 병에 잘 담아 넣어두자"
라쿠나의 <나무늘보> 中
음악의 언어는 우리의 영혼에 깊게 스며든다. 높고 낮은 선율 위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새롭게 조각나는 노랫말들은 다른 얼굴의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그 매력적인 문학을 듣고 있노라면, 시간이 멈춘 듯 당신의 지금을 붙잡을 것이다. 잠시 그 순간에 빠져 즐거웠다가, 슬펐다가, 감동했다가, 낙심했다가. 그렇게 멜로디에 전해지는 호흡들은 아련히 우리를 파고들며 또 한 편의 시를 완성한다.
💿 둠칫두둠칫
나는 한 편의 시가 되어
by 영
"아아 난 영원한 맘을 사랑하나봐
이미 비에 젖은 마음도 좋아
우리가 바다로 걸어 들어가자”
윤지영의 <문득> 中
나는 한 자루 연필이에요. 수많은 감정들을 만들고, 희미한 흔적을 남기죠. 나는 한 권 공책이기도 해요. 수많은 순간들을 담고, 그 흔적을 영원히 간직하기도 하죠.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수 많은 감정들을 만들고, 수 많은 순간들을 담아요. 나는 또 다시 희미한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을 간직하죠.
이 곳에서, 나는 조금 아팠고, 조금 불행했고, 조금 기뻤고, 또 조금 행복했기에.
모꼬지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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