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꼬지기입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저마다의 보석함을 갖고 있어요. 그 안에는 다양한 순간들이 담겨있죠. 눈 비비며 일어나 마주한 방, 하얗게 세상을 물들이는 눈, 소중한 사람과 먹는 맛있는 점심, 나른해진 오후에 창문을 타고 들어온 햇살, 밤공기에 잠겨 바람을 만끽하고 있는 나. 이 보석함은 지나간 시간들을 모아 일상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내요. 생각해보면 우리의 하루는 꽤 다채로울지도 몰라요.
십이월 둘째 주, 『모꼬지기』 15호에는 찬란하게 부서지는 파노라마 '오존', 무료한 일상 속 새로움을 선사할 '침묵을 깨다', 그리고 해가 넘아가는 순간 속 구독자님을 위한 플레이리스트까지, 총 세 가지 이야기를 선물해 드립니다.
⭐ 뮤직스타뜰
찬란하게 부서지는 파노라마, 오존(O3ohn)
by 현
스쳐 지나가는 이 순간들의 부분들이 모여 집합을 이룰 때, 무어라 딱 정의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들은 질주하고 분열하여, 나를 관통한다. 그렇기에 지금을 더 소중히 하고 싶고, 그렇기에 오늘을 더 잘 버텨내고 싶다. 이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파노라마 속의 우리는 가장 찬란하게 부서지며, 밀려오는 벅참을 노래한다.
뮤직스타뜰 열다섯 번째 아티스트, ‘오존(O3ohn)’을 소개한다.
오존은 초중고등학교 동창인 신세하(Xin Seha)의 밴드 ‘신세하 앤 더 타운’의 기타리스트로 처음 음악 활동을 시작했고, 2016년 10월 EP [O]를 공개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첫 행보를 펼쳤다. 그는 사운드 클라우드에 습작들을 이따금 공개하고 있으며, tvN의 오디션 프로그램 ‘포커스(Folk Us)에 출연하기도 했다. 또한,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미스터 션샤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여러 드라마의 OST를 통해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O3ohn’이라는 그의 독특한 활동명은 분자 ‘오존’의 원소 기호 ‘O3’와 러시아어의 ‘3’이 알파벳 ‘J’와 같은 발음이라는 점을 두루 아울러 만들어진 중의적인 이름이다. ‘오존’이 가지고 있는 뜻처럼, 그의 노래에는 그만의 특유한 냄새가 배어 있다, 투박하면서도 세심한 터치의 냄새가. 앞으로의 그가 더욱더 기대되는 것은 자신만의 음악적 기조를 지키면서 음악적 스펙트럼을 서서히 넓혀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렇게, 그의 가장자리는 더 선을 뻗어 오존이라는 장르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오묘한 빛의 교란이 우릴 비추며
오존의 음악은 아름다운 기타 선율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소리들이 군데군데 얽혀 있다. 오존의 목소리, 떨림, 숨결이 여운을 만들어내며 곳곳에 여백을 만든 채 배열되어 있다. 하지만 단순히 텅 비어있다기보다는, 오존이라는 잔향이 적막감과 어우러져 새로운 공간감을 선사한다. 짙은 감정을 덤덤하게 읊조리는 그의 노래는 투명한 진심들과 엮어져, 해질녘 들판의 바람처럼 포근한 감상으로 뭉근히 피어오른다.
“우린 그냥 소파에 앉아
말을 넣어두곤 먼 곳을 보내
흐드러지는 오늘을 한 손에 쥐곤”
오존의 <언제부터> 中
무수한 일상 속 흩어지는 감정의 조각들 속, 그의 음악은 달거나 짜거나 시거나 쓰지 않다. 자극적이지 않은 담담함에 숨어 다양한 결의 벅참을 노래한다.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다분히 내면적이었던 이야기들과 감정을 바탕으로, 따사로우면서도 쓸쓸한 그리고 헛헛한 정서를 관통하는 노래들은 오존이라는 색채를 덧입혀 찬란하게 부서지는 파편들이 되어간다.
너와 나 우리는 같은 형태의, (O)
2016년 발매된 오존의 첫 번째 EP [(O)]는 소중한 것들을 담은 나만의 작은 상자와도 같다. 조그만 상자 안에는 자연스레 내 마음에 머무는 파노라마들이 담겨 있다. 깊게 패인 상처에 슬피 울던 너의 얼굴과, 흩어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너의 눈동자와, 텅 빈 모래사장을 거니는 너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그리고 오존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너와 나, 우리는 같다고. 너의 얼굴과 너의 눈동자, 너의 모습이 곧 나의 형태였다고 말한다. 그의 고백을 깨달은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변함없이 오래도록 추억하고 싶다고, 끝내 자신을 마주하며 속삭인다.
앞으로의 기대와 바람들을 담은 ‘O’부터, 흔적들로 훑는 우리의 지난 인연 ‘untitled01’, 짙은 상처에 아파하는 널 위해 ‘Down’, 대신 전해주는 편지 한 통 ‘her’까지, 오존은 총 4개의 트랙에 우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소중히 담아 소망하며 노래한다. 먼 훗날 다시 꺼내 보았을 때, 지난날 보다 그 현재의 순간이 더 빛나기를 바라며.
“저문 날들이 쉬어가게
다친 마음을 내려둬
저린 밤이 널 지나가게
Just fade out the moon
멍든 날들이 지나갈 땐
편한 웃음을 지어줘
그런 마음이 널 찾아오게
Just fade out the moon”
오존의 <어> 中
🎧 머물다가요
"일상의 균열을 일으키다" — 성수, 침묵을 깨다
by 영
pictured by 현
우리는 어제와 오늘을 매일같이 반복한다. 고요하고 지루한 반복은 마음의 침묵을 찾아내고, 발견한 침묵 속에 우린 저항 없이 갇혀버린다. 그리고 고요한 침묵을 벗어나고 싶은 우리는, 새로운 균열을 일으켜줄 색다른 일탈이 필요하다. 지금도 침묵의 균열이 필요한 당신에게, LP 바 (LP bar) ‘침묵을 깨다’를 소개한다.
Break Your Silence, 너의 침묵을 깨다
성수역 2번 출구를 나와 걷다 보면, 고요한 침묵이 흐르는 골목이 하나 있다. 그곳에서 마주한 오래된 벽돌 건물 위 빨간 네온 사인은 골목에 내려앉은 침묵에 작은 균열을 일으킨다. 그리고 골목의 균열을 만드는 이 공간은, 우리에게 조금은 색다르고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들려오는 풍성한 사운드는 우리의 잠든 귀를 깨우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들어오는 빛의 하모니는 우리의 텅 빈 눈을 깨운다. 당신의 침묵에 일어난 균열은, 이 감각을 마주한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침묵을 깨다’는 2022년에 오픈한 음악 감상실 겸 바(bar)로, 음악과 인테리어, 그리고 음식까지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황홀한 사운드, 찬란한 빛, 달콤한 음식. 이처럼 오감이 모여있는 이곳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감각적이고 편안한 모습으로 방문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침묵을 깨다’라는 이름은 영화 <얼굴도둑>의 손을 다친 늙은 바이올리니스트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아들에게 침묵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음악으로 침묵을 깨라고 유언을 남긴다. 이처럼 모두가 본인만의 침묵을 음악과 깨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이 공간은, 침묵을 벗어나고 싶은 모든 이들의 안식처를 제공한다.
당신의 연주를 담아
‘침묵을 깨다’는 음악을 가장 풍부하게 표현하는 하이파이 오디오로 듣는 이들의 귀를 만족시킨다. 클립쉬 콘월 4 스피커, 벨칸토 블랙 ex 인티앰프, 하이파이로즈 150B 등 최고급으로 구성된 음향 장비들은, 음악을 즐기고 싶은 모두에게 꽉 차고 풍성한 사운드를 전달해 최상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또한, 거쳐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음악적 아지트로서 신청곡을 받아 함께 음악을 공유하고 있다. 이로써 이 공간에 있는 모두는 청취자뿐만이 아닌, 연주자로서의 역할을 함께 하게 된다. 턴테이블을 구비하고 있어, 원하는 음반 혹은 소장 LP 판을 가져오면 재생할 수 있으며, 테이블마다 제공된 종이에 자신이 원하는 곡을 신청할 수 있다.
균열 속 감각의 공간
‘침묵을 깨다’의 공간은 감각적인 인테리어 외에도 한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 바로 4분할로 구성된 공간이다. 먼저 스피커와 가장 가까운 1인 리클라이너 테이블은, 혼술을 즐기거나 음악을 가까이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가운데 놓인 디귿(ㄷ)자 대형 테이플은 음악과 책을 함께 즐기고 싶거나, 바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그 뒤에 놓인 대형 소파는 집의 편안함을 느끼며 음악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며, 마지막으로 창가와 가까운 원형 테이블은 음악을 즐기면서 대화를 나누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음악적 니즈와 공간적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침묵을 깨다’만의 독특한 공간 구성은, 모든 이들에게 다양하고 색다른 경험을 선물한다.
시각과 청각을 만족시켰다면, 이제 미각을 만족시킬 차례다. 음식은 편안한 공간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경험을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칵테일, 맥주, 위스키, 와인 등 다양한 주류를 맛볼 수 있으며, 멜론&프로슈토, 치즈 과일 스낵 플레이트 등 다양한 안주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여기, 이곳에서, 우리는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을 정신 없이 따라가다 보면, 고요한 침묵이 필요한 순간을 만난다. 하지만 그 침묵이 끊임없이 이어질 때, 외롭고 힘든 순간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집과 지하철, 그리고 회사를 반복하는 일상이 조금 지루하고 답답하다면, 당신의 오랜 침묵을 깨줄 나만의 공간을 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 사소한 일탈이 가져오는 작은 균열은, 어느새 당신을 침묵이란 새장 속에서 구원할 것이다.
💿 둠칫두둠칫
해가 넘어가는 순간에, 너와 나 우리
by 현
“마지막은 올라만 가는데
우린 왜 써내려가야 하는지
이제 난 일어나야 해
너를 남겨둔 채로 나는 나가야 해
아 다음 대사가 나오네
아 이제 눈물을 흘리네”
나무소년의 <영화> 中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찬연했던 한낮의 풍경은 내일을 위해 잠옷을 입고 인사를 건네요. 우리의 그림자가 주변과 맞물려 경계선이 흐려질 때쯤, 길을 밝혀줄 가로등도 하나 둘 불이 켜지죠.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지금이라는 순간에 서서 나는 온전히 그리워하지도, 온전히 받아들이지도 못해요. 그 둘 중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기에, 매일 조금씩 떨어지는 시간의 조각들 속을 방황하죠.
우리의 낮과 밤, 어제와 내일. 모두가 스치는 이 순간,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모꼬지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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