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꼬지기입니다!
유월 둘째 주, 『모꼬지기』 33호에는 지금이라는 시퀀스를 따라 흐르는 'wave to earth', 을지로의 '디엣지 서울'과 '클리크 레코드', 그리고 우주 그 너머를 여행할 구독자님을 위한 '플레이리스트'까지, 총 세 가지 이야기를 선물해 드립니다.
⭐ 뮤직스타뜰
지금이라는 시퀀스를 따라, wave to earth
이맘때쯤이면 저 또 왔노라고 벌컥 들어온 여름을 피해 시원하게 트인 강으로 부리나케 피신한다. 얇고 평평한 돌을 고르고 골라 잔잔한 물 위로 동심원을 그리며 던진다. 작은 돌 하나가 일으키는 파동은 그 넓고도 고요했던 강물의 적막을 깨뜨린다.
뮤직스타뜰 서른세 번째 아티스트, ‘wave to earth’를 소개한다.
밴드 ‘The Poles(더 폴스)의 프론트맨이자 비주얼아트 그룹 ‘we are not 0.00’의 멤버인 김다이넬과 재즈 그룹 ‘AIFF(Ant Is Fourmi in French)의 신동규, 그리고 베이시스트 차순종이 이에 합류하며 지금의 3인조 밴드 ‘wave to earth’로 이어져 오고 있다. 정식멤버는 셋이지만, 하우스 멤버로 건반의 조종근과 색소폰의 전민, 아트워크 디자이너 홍승기, 그리고 라이브 엔지니어 배지열도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재즈와 로우파이한 음악을 기반으로, 2019년 첫 싱글앨범 [wave]를 통해 대중에게 처음 이름을 알렸으며, ‘언젠가 새로운 흐름이 되어보자’는 그들의 포부처럼, 그들만의 새로운 물결을 그려나가고 있다.
너른 바다에 퍼지는
“But Calla,
You can always grow back
If you don’t have enough sunlight,
I’ll blow the clouds away
Calla”
wave to earth의 <calla> 中
wave to earth는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휘몰아치며 우리 주변을 맴도는 물결이다. 밝아지는 아침,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 사그라드는 환한 기운, 까맣게 내려앉은 하늘, 그리고 다시 차오르는 아침. 그들은 이 모든 순간에 느끼고 있는 추상적인 감정들을 하나의 시퀀스에 담아내어 음악이라는 형태로 일렁인다. 어떤 시간에도, 어떤 장소에도 구애받지 않고, 순간에 숨어드는 음악. 그렇게 너른 바다에 퍼지는 그들의 물결은 시의 음률이 되고 일상의 무늬가 되었다.
그들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어느 가까운 바닷가에 다다를 수도, 어디 머나먼 외딴섬에 도착할 수도 있다. 고요히 유영하기도 하며, 거세게 요동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 속 우리는 아름다운 산호초와 물고기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너그러운 완전함, 0.1 flaws and all
wave to earth의 정규앨범 [0.1 flaws and all]은, 밝고 팝한 사운드의 A side와 어두우면서도 좀 더 실험적인 사운드의 B side가 대조되면서도 함께 공존하며 다채로운 하나의 축을 그리고 있다. 각 사이드의 곡을 하나씩 택해 지정한 더블 타이틀곡을 비롯해 총 14개 트랙이 담긴 이번 앨범은, 지난해 10월에 선보인 싱글앨범 [dried flower] 이후 약 6개월 만에 발표하는 앨범이자, wave to earth의 첫 번째 정규앨범으로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사람은 부정적인 것을 먼저 보게 된다. 어떤 이상향을 위해, 우리는 그 툭 튀어나온 모난 부분을 자꾸만 감추려 들고 그저 회피하고 또 지독하게 가혹한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불완전한 존재이고, 그렇기에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살아야 너그러운 완전함에 가까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wave to earth는 이러한 ‘결함’이라는 주제에 집중하여, 부족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다 보면 언젠가 완전함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결함을 넘어선 그 외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존재는 그 자체로도 이미 환히 빛나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조금 더 너그럽게 감상해보면 어떨까.
“나의 작은 마음도
그 안에 자란 나음도
부서지고 굳어지고
녹아내리고 나면
그제서야 보이는 나의 영원”
wave to earth의 <사랑으로> 中
🎧 머물다가요
우리 패거리는 여기로 다 모여, 디엣지 서울 그리고 클리크 레코드
을지로3가역에서 나와 정겨운 인쇄소 골목으로 들어서면, 마치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듯 이색적인 입구가 눈에 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찾기 어렵고 철제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가는 내내 이게 맞나 싶다. 그러나 문을 열면 그제서야 드러나는 새로운 세계, 사실 입구만 두 개일 뿐 결국 하나의 공간인 독특한 세상, 그곳은 ‘클리크 레코드(Clique Records)’다.
2016년 문을 연 을지로의 ‘클리크 레코드’는, Odd J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유현승(Antoine), 그리고 DJ 6T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커티스(Curtis Cambou)가 의기투합해 시작하게 되었다. 오프라인 매장은 구매하는 유기적인 경험과 재미를 오롯이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팝업 스토어를 열었고, 이에 따라 비슷한 취향과 생각을 공유하는 패거리(Clique)가 점점 커지며, 친밀하게 소통하고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들어서자마자 입구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두 개의 턴테이블과 다양한 음반들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 거리에 레게와 디스코, 하우스, 테크노,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의 음반들을 아카이빙하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독립 레이블의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브라질, 뉴 에이지 등 디지털로도 공개되지 않은 음반들도 즐비해 있다. 구매전 확인용 목적에 한하여 턴테이블을 통해 청음이 가능하며, 디깅하는 것이 어색한 손님들을 위해 일부 레코드에는 아티스트의 라이너 노트 등 음반에 관한 정보들이 친절하게 기재되어 있다.
사실, 철제 계단을 따라 3층에 올라오면, 두 개의 문이 우리를 반긴다. 하나는 클리크 레코드,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디엣지 서울’이다. 디엣지 서울은 클리크 레코드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노래를 들으며 낮과 밤 구분 없이 커피와 내추럴와인, 맥주, 위스키, 칵테일 등 다양한 음료와 음식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본래 클리크 레코드와 디엣지 서울은 별개의 공간이었으나, 포스트 포에틱스(Post Poetiecs)의 조완이 디자인을 도와 가운데를 뚫어서 서로를 연결했다. 이런 클리크 레코드만의 독특한 공간은 3층에서 1층까지 뻗어나갔고, 클리크 레코드만의 특유한 향기를 가진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클리크 레코드는 낮에는 레코드샵, 밤에는 뮤직바로 운영되어 을지로 특유의 밤 정서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차분한 낮의 분위기와 다르게 어둑어둑해지면 붉은 조명이 공간을 물들여 이색적인 반전매력을 뽐내기도 한다. 특히,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9시부터는 DJ와 함께하는 음악 파티가 있다.
서울 레코드 디거들의 성지, 을지로의 ‘클리크 레코드’.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유행과 달리 단단한 하나의 방향으로 균형 잡힌 발전을 이뤄온 그곳은, 작지만 그만의 철학을 고스란히 유지하며 정직한 음악들을 소개하고 있다. 클리크 레코드라는 장소를 통해 직접 교류하며 일어나는 갖가지 화학작용은, 우리에게 더 자유롭고 창조적인 아름다운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 둠칫두둠칫
우주, 그 너머를 유영해
“내 우주선 광활한 곳을 나는 중
저기 저 별 유난히 반짝거리는
멀리서는 다 비슷비슷 보여도
역시나 다르네”
구원찬의 <행성> 中
세밀한 자연법칙들과 우연이 만나 운행되는 세계, 기이한 의지로 가득한 공간 속 나는 언제까지고 버젓이 존재할까요. 갑자기 떠오른 허무함은 우리를 주저앉게 만들죠. 그러나 어쩌면 그 세상은 우리를 담기에 한없이 작은 공간일지도 몰라요. 당신을 외롭게 하는 그 아득한 우주를 넘어 어느 무한의 세계로, 우리의 세상은 그보다 더 넓고 더 광활하게 뻗어나갈 거예요.
“To infinity and beyond!”
모꼬지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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