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꼬지기입니다.
추운 겨울의 끝자락, 따뜻한 사랑이 담긴 발렌타인 데이가 찾아왔어요. 누군가는 상술이라며 손가락질하지만, 달콤한 초콜릿을 핑계삼아 내 사랑을 전할 수 있다면, 조금은 괜찮을지도 몰라요. 당신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수록, 우리의 마음도 일렁일렁. 여러분은 아찔한 달콤함에 어떤 사랑을 담으셨나요? 그 사랑이 어떤 형태이든 그 마음,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이월 둘째 주, 『모꼬지기』 24호에는 우리의 것을 말하는 '프롬', 낭만이 가득한 도심 속 아지트 '음악다방 대중음악박물관', 그리고 구독자님을 위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플레이리스트까지, 총 세 가지 이야기를 선물해 드립니다.
⭐ 뮤직스타뜰
너의 것이기도 나의 것이기도, 프롬 (Fromm)
by 현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러다 그 사랑이 식어가고, 또 어쩌다 사랑이 다시 시작되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감정의 경계선은 어느 순간 다른 궤도를 그리며 경로를 이탈한다. 그렇게 솟구치는 일련의 현상들은 스스로도 붙잡지 못할 만큼 멀어져 간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그 미묘한 경계 위에 그저 서 있다.
뮤직스타뜰 스물네 번째 아티스트, ‘프롬 (Fromm)’을 소개한다.
싱어송라이터 프롬은 2012년 디지털 싱글 ‘사랑 아니었나’로 데뷔 이후,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 루키로 선정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고, 공식 앨범을 발표하기 전부터 ‘지산 락 페스티벌’과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등 주요 무대에 올랐다. 첫 앨범 발매에 주목받으면서 ‘한국 대중음악상’ 후보에 올랐으며, 특히 2집 수록곡 ‘달밤댄싱’은 뮤직비디오 요청이 쇄도하자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다양한 리믹스 버전이 담긴 싱글 믹스 앨범이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수많은 앨범과 드라마 OST,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피처링 곡 작업, 단독콘서트 등 다방면으로 활동해온 지난 시간의 음악 디스코그래피는, 그가 얼마나 대단한 뮤지션인지 보여준다. 다양한 장르, 빈티지한 사운드과 결합된 독보적인 음색으로 전하는 그만의 이야기들은 더욱 짙게 느껴진다. 어느 때는 아날로그한 강성과 빈티지한 사운드로 채워져 있고, 어느 때는 담백한 편성부터 꽉 찬 풀 사운드 편성까지 순간순간 다양한 감정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의 모든 것들을
'프롬’이라는 활동명은 ‘자신에게서 나오는 이야기’라는 뜻의 독일식 이름이다. 프롬에게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소재부터 친근하다. 사랑, 외로움, 그리움, 만남, 헤어짐 등 우리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렇게, 프롬의 음악은 ‘우리’를 설명한다. 우리를 발견하는 빛나고 고귀한 탐구를 계속할수록, 순간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다.
“너의 모든 것은 다 나에게로 와
빈 어딘가의 한 조각이 되어
우리만의 성을 지을래
슬픈 눈물은 다 마실게
날 위한 창을 내줄래
매일 문을 나서는 그댈 바라보게”
프롬의 <서로의 조각 (With 기리보이)> 中
‘우리’라는 너와 나로부터 시작된 여정은, 나에게 닿아 온전한 이해를 동반한다. 개개인은 저마다의 고독을 안고 있지만, 우리는 결국 서로가 서로의 의미가 되어 살아가는 연결된 존재들이다. 그렇게, 그의 음악은 ‘프롬’이라는 사람에서 흘러나와 우리에게로 스며든다. 펼쳐지는 순간들은 그의 것이기도 우리의 것이기도 하기에.
다만 남은 것은, 무드 선데이
프롬이 7년 만에 내놓은 세 번째 정규 앨범 [Mood, Sunday]는, 일상의 양가적인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해내, 어딘가 느긋하면서도 적적한 일요일 늦은 오후의 쉼을 담았다. 잃어버린 쉼을 찾아 떠나는 앨범은, 충분히 쉬어갈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이 되며, 잃어버린 것조차 잊고 있었던 모두의 ‘쉼의 심상’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앨범 [무드 선데이]에 담긴 모든 노래에는, 그렇게 우리가 먼 곳에 두고 온 쉼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지금으로 충분하다는 ‘그거면 돼요’, 그렇게 밀려오길 ‘WATER’, 모든 걸 사랑하고픈 ‘그런 계절이잖아요’, 그리운 예전으로 ‘봄밤에 다시 만나', 우린 여름의 존재들 ‘ALOHA', 먼 꿈을 꾸는 ‘JAVI & NIGHT', 구하고 때로는 죽이는 ‘다정함이 나를', 아무 일 없다는 듯 ‘가장 보통의 저녁’까지. 무어라 딱 정의할 수 없는 지금의 불안한 감정은, 역설적이게도 이 순간을 아낀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만히 꼭 안아주면 돼요
파도가 멀리 잠잠해져 가요
조그맣고 보드랍게
나를 감싸주는 그댄 물빛으로
일렁일렁 모든 날카로움은
무뎌지죠 이제는”
프롬의 <WATER> 中
🎵 머물다가요
“낭만의 아지트” — 잠실, 음악다방 대중음악박물관
by 영
pictured by 현
바쁜 일상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길, 어디선가 시끌벅적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쫓으면, 어릴 적 모두가 함께였던 오래된 골목 하나가 보인다. 그곳엔 개구쟁이 골목대장, 신문을 배달하는 배달부, 사랑을 나누는 연인까지, 그토록 그리워하던 풍경이 재연된다. 그리고 문뜩 그 시절 우리 모두의 아지트가 떠오른다. 바로, 낭만이 담긴, ‘음악다방’이다.
그 시절 우리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잠실 롯데월드몰 한복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따라 5층으로 향하면, 시간이 멈춰버린 오래된 골목이 나타난다. 그리운 시간을 그대로 재현한 서울 3080 골목은, 정겨운 음식을, 흥겨운 음악을 그리고 그리운 추억을 담고 있다. 그중, ‘대중음악박물관 음악다방’ 오랫동안 골목 초입을 지키고 있는 이곳의 아지트이다.
‘대중음악박물관’은 유충희 관장이 30년간 대중음악에 빠져들며 수집해온 음반, 음악 자료, 진귀한 음향기기를 가지고 2015년 경주 보문단지에 처음 문을 열었다. 6만여 점의 일반 음반뿐만 아니라 희귀 음반 및 자료들로 전시를 구성하여 한국 대중음악 100년의 변천사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게 조성함으로써, 대중음악계 최초로 정부로부터 1종 전문 박물관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경주에 위치한 대중음악박물관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방문하기 쉽지 않기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대중음악을 느낄 수 있도록 서울특별시 송파구 잠실동에 ‘대중음악박물관 음악다방’을 기획했다. 낭만과 여유를 담아 재탄생한 음악다방에서는 반가운 추억과 함께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며 보다 쉽고 친숙하게 대중음악을 즐길 수 있다.
가장 특별했던 순간
누구나 가장 특별했던 순간, 음악과 함께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소리로 기록된 순간들은, 음악이 흘러나올 때마다 끊임없이 기억된다. 음악다방이 주는 선물은 바로 그런 것이다. 지워진 기억을 음악으로 불러일으키는, 그렇게 우리는 이곳에서 가장 특별했던 순간을 다시 새긴다.
이곳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DJ가 될 수 있는 ‘씨디-플레이어’이다. 한쪽 벽면에 걸린 4개의 씨디-플레이어와 헤드폰은, DJ 박스 안에서 음악을 재생하던 DJ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작동법은 조금 단순하다. 먼저, 콘센트와 연결된 흰 색선을 아래로 당겨 전원을 켜면 자동으로 음악이 재생된다. 다음 트랙으로 넘어가고 싶다면 리모컨을 통해 조정한다. 마지막으로, 음악 감상을 마쳤다면, 흰 색선을 다시 잡아당겨 전원을 끈다. 이렇게 단 몇 번의 손짓만으로, 우리는 동경하던 음악다방의 DJ로 변신할 수 있다.
가장 달콤했던 순간
음악다방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첫사랑’. 그 시절 우리의 첫사랑은 음악다방에서 이루어졌다. 잘생긴 DJ 오빠도, 예쁜 대학생 누나도, 모두 음악다방에 모여 남몰래 사랑을 키울 때면,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던 떫은 아메리카노도 혀끝이 아리도록 달콤한 라떼로 변하곤 했다.
대중음악박물관 음악다방에서는 특별한 추억을 담은 아메리카노를 블렌딩한다. 바로 ‘옛사랑’과 ‘단발머리’이다. ‘옛사랑’은 이문세의 ‘옛사랑’곡을 모티브 하여 블렌딩한 원두로, 달콤 씁쓸한 묵직함과 후미의 단맛이 깊은 여운을 남기며, 과테말라, 콜롬비아, 브라질 원두로 구성됐다. ‘단발머리’는 조용필의 ‘단발머리’곡을 모티브 하여 블렌딩한 원두로, 가볍고 산뜻한 산미에 좋은 균형감이 조화를 이루며, 에티오피타, 과테말라, 콜롬비아 원두로 구성됐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만한 명곡을 담은 커피는, 청각과 미각, 후각을 모두 자극하며 우리를 추억 속으로 안내한다.
그땐 그랬지
그 시절 음악다방에서는, 모두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처음 듣는 음악에 흠뻑 취한 음유시인 철수도, 잘생긴 DJ에 첫눈에 반한 대학생 영희도, 모두 그곳에 모여 꿈을 키우고 사랑을 나눴다. 하루가 조금 고되고 힘들었다면, 오늘은 음악다방으로 향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노래하는 철수가 되고 당신은 철수의 연인 영희가 되어, 오늘 우리의 이야기는 새로 써질 것이다.
💿 둠칫두둠칫
오로지 너만이 또렷하다
by 현
“갈 곳 없이 헤매던
노래는 이제 머물 곳을 찾고
비어있던 내 마음은
그대로 가득 차 흘러 넘치네
이 노래는 너야”
심규선의 <소중한 사람> 中
오로지 당신만이, 이곳에서 또렷해요. 당신의 목소리와 표정, 움직임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내 안을 가득 채우죠. 내가 아는 모든 아름다운 단어들로 섬세하게 조각해 놓은 당신은, 나를 헤집고 사로잡아요. 그저, 최선을 다해 내 사랑을 모두 당신에게 줄래요. 당신은 나를 조금 덜 사랑해도 괜찮아요. 내가 당신을 온 맘 다해 사랑할 테니.
나에게 당신을 사랑할 기회를 허락해주세요.
모꼬지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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