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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ggozigi newsletter_23호

인디 뮤지션과 플레이리스트 추천, 그리고 새로운 음악 지식까지

2023.02.02 | 조회 2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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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꼬지기

우리들의 인디 음악 잔치

   안녕하세요, 모꼬지기입니다.

   이야기가 가득한 산속, 짙은 어둠이 스미기 시작하면, 작은 친구들이 하나 둘 사라져요. 옹달샘과 재잘대던 토끼는 엄마 품을 찾아 집으로 돌아가고, 이야기에 집중하던 나무는 어느새 어둠을 덮고 잠에 들죠. 그럴 때면, 홀로 남겨진 옹달샘은 까만 밤 속에서 하염없이 두려움에 떨곤 합니다. 과연 외로운 옹달샘은, 이 무서운 밤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이월 첫째 주, 『모꼬지기』 23호에는 천진난만한 밴드 '루시',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지브리 OST', 그리고 구독자님을 위한 어른의 동화가 담긴 플레이리스트까지, 총 세 가지 이야기를 선물해 드립니다.


⭐ 뮤직스타뜰

어린 날의 잔상, 루시 (LUCY)

by 영

 

   이불 속 괴물을 물리쳤던 하얀 손전등, 부모님이 생각나던 빨간 캠프파이어, 보기만 해도 행복했던 오색빛 무지개. 빛은 형형색색의 추억을 담아 우리를 비춘다. 비록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의 빛이 희미해지고 현재의 어둠이 또렷해지더라도 우리는 알고 있다. 빛은 언제나 잔상을 남기기에, 그날의 추억은 영원히 우리에게 기억될 것임을.

   뮤직스타뜰 스물세 번째 아티스트, ‘루시 (LUCY)’를 소개한다.

(▲ 루시 공식 페이스북)
(▲ 루시 공식 페이스북)

   루시(LUCY)는 신예찬(리더, 바이올린), 최상엽(보컬, 기타), 조원상(프로듀싱, 베이스), 신광일(보컬, 드럼)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이다. JTBC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 에서 결성된 그들은, 탄탄한 실력으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보컬을 맡은 이주혁이 팀에서 빠지게 되고, 최상엽을 새로운 보컬로 영입하며 지금의 루시로 자리 잡게 됐다. 이후 2020년 3월 신광일이 연습생으로 속해있던 미스틱스토리와 전속 계약을 알렸고, 5월 8일 싱글 앨범 [Dear]을 발매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라틴어로 빛을 뜻하는 루시는 가요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들은 바이올리니스트가 속한 밴드로, 본래 밴드에서 사운드를 리드하는 강렬한 리드 기타 대신 서정적인 클래식 바이올린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한 청량하고 밝은 사운드에는 어릴 적 장난기 가득한 소년이 더해져, 그들은 이내 루시라는 찬란한 빛을 만든다. 이렇게 그들은 해맑고 천진한 음악을 그려가며 오늘도 누군가를 비출 찬란한 빛을 완성해 간다.

 

만화 속 멋진 히어로는 아니지만

   누구나 어린 시절 만화 속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치는 모습을 보고, ‘나도 크면 저런 사람이 되겠지’라고 생각해 본 적 있을 것이다. 평범하던 주인공이 무시무시한 악당을 단숨에 물리칠 때면, 나도 마냥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그때의 나는, 10년 후 그보다 더 훌륭하고 대단한 사람이 되어 세상을 뒤집어 놓을 것이라 상상했을 지도 모르겠다.

내겐 두 손에 빔

하늘을 가르는 날개

괴력의 힘은 없지만

그래 너의 곁에선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너에게 내 세상을 줄게

루시의 <히어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만화가 아니기에, 그저 또렷한 현실일 뿐이다. 나는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가 될 수 없었고, 평범한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그렇게 주어진 자리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어쩌면, 아직 나는 히어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그를 위해서라면, 세상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으니.

   루시는 청량한 멜로디와 산뜻한 스트링 편곡, 그리고 천진한 가사로 사랑을 고백한다. 그렇게 그들은 현실을 뒤로한 채 만화 속으로 뛰어들어가 사랑을 고백하는 히어로로 변신한다. 비록 악당을 물리칠 초능력도, 세상을 구할 괴력도 없지만, 너만을 지키는 히어로가 되겠다는 귀여운 고백은, 그 어떤 달콤한 말보다 진심 어린 사랑이 담겨있다.

   “저는 사랑스러운 너만의 히어로, 김루시입니다!”

 

, 그거 사실 내가 그랬어

(▲ 벅스 [Childhood] 앨범 정보)
(▲ 벅스 [Childhood] 앨범 정보)

   유년기. 자유이자 동심, 그리고 순수한 마음을 지니는 시기. 첫 정규앨범 [Childhood]는 이 모든 것을 잃지 않고자 하는 루시의 염원이 담겨 있으며, 네 멤버가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참여해 그들만의 풋풋한 감성을 그대로 앨범에 녹여냈다. 리드미컬한 밴드 사운드는 톡톡튀는 앰비언스 사운드와 만나 음악적 경계를 넓혔으며 장난스럽지만 솔직하고 가볍지만 진지한 가사는 루시만의 독특한 감성을 선사한다.

   지금까지 사계절을 완성한 루시는 이번 앨범을 통해 또 하나의 서사를 써내려간다. 마냥 어리고 서툴렀던 어린 날의 우리부터, 그 모습을 바라보는 오늘 날의 우리까지. 우리의 모든 시간이 담기긴 이번 앨범은 우리의 모든 유년기를 담아, 루시만이 완성시킬 수 있는 풋풋하지만 애틋한 동화를 선보인다.

많은 사람들 사이를 안 닿고 지나기

남모르게 은밀히 자리에 앉기

맨 먼저 퇴근한 사람이 술래인 거야

꼭 말해줘 다시 만나 또 놀자고

루시의 <놀이>

 


🎵 음악주저리

지브리, 새로운 세계를 그리다

by 현

 

   어른이 된다는 것은 지켜야 할 것이 늘어나고, 책임질 것이 많아지는 과정인 것 같다. 과거를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이 현실 속에서, 우리가 지나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매력적인 세계, 순수한 캐릭터, 주인공의 성장스토리, 현실과 연결된 이야기. 이런 애니메이션을 단순히 아이들만의 전유물이라고 폄하하기엔, 그 세계는 우리와 너무나도 친밀히 맞닿아 있다. 그리고, ‘사람과 생물, 그리고 지구에 대한 사랑’이라는 슬로건 아래, ‘스튜디오 지브리’는 오랫동안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아 여전히 저마다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1985, 미야자키 하야오(Miyazaki Hayao)와 타카하타 이사오(Takahata Isao)에 의해 설립된 스튜디오 지브리는, ‘사하라 사막을 통해 불어오는 열풍을 의미하는 리비아어 ‘GHIBLI’에서 따왔으며, 애니메이션 업계에 선풍을 일으키자는 의미이다. 지브리는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편견을 타파하고, 명실공히 세계적인 스튜디오로 입지를 다지게 되면서 수많은 명작들을 탄생시켰다. 또한, 토토로와 가오나시 그리고 국민 첫사랑 하울까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이제는 대중문화의 아이코닉한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는 늘 음악가 히사이시 조가 함께 한다. 히사이시 조와 미야자키 하야오는 미리 대화를 통해 전체적인 스토리를 담은 ‘이미지 앨범(Image Album)을 만든다. 이 이미지 앨범은 작품에서 테마가 될 수 있는 몇 개의 이미지를 표현한 음악들로, 이 단계에서는 거의 히사이시 조 자신의 이미지가 중심이 된다. 이미지 앨범을 중심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와 세밀하게 논의하여 ‘사운드 트랙 앨범’을 제작한다. 사운드 트랙 단계에서는, 테마음악을 보다 정교하고 구체적으로 재구성하며, 보다 더 적절한 장면에 음악들을 배치한다. 이런 작업 과정을 거쳤기에, 지브리의 영상과 음악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지브리는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들로,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생각해야 할 질문들을 건넨다. 당신을 더 넓은 세계로 안내할 멋진 지브리 OST들을 만나보자.

 

1. 이웃집 토토로(1988), ‘바람이 지나는 길

   <이웃집 토토로>는 순수함을 잃지 않은 아이들의 주변에서 펼쳐지는 신비한 이야기이다. 장면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지브리 특유의 색채로 꾸민 대자연은 애니메이션 그 이상의 경이로움을 안겨준다. ‘바람이 지나는 길은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영화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주된 멜로디가 각 파트로 전개될수록 주선율이 변화하면서 반복되는 미니멀 음악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전반에 걸쳐 계속해서 반복됨에 따라 메이와 사츠키 자매의 눈에 비친 토토로의 신비한 느낌을 표현하고, 순수나 동심이라는 말로 미처 다 표현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을 되살려준다.

 

2. 붉은 돼지(1992), ‘머나먼 시대를 찾아서

   <붉은 돼지>는 비행정 시대를 배경으로 한, 명예와 여인과 돈을 걸고 하늘의 해적과 싸우는 돼지 형상의 조종사 이야기를 그린다. 전쟁과 파시즘, 개인의 도덕성에 대해 많은 해석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무리 변했더라도 우리는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극 중 ‘머나먼 시대를 찾아서’는 배경인 지중해를 닮은 여유롭고 낭만적인 느낌이 든다. 평범하지만 편안하면서 따뜻한 멜로디는 장면의 분위기뿐 아니라 지나와 포르코 사이의 아련한 감정까지도 잘 묘사하고 있다.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붉은 돼지> 속, 머나먼 시대를 찾아가는 여정에 울려 퍼지는 음악은, 현실의 영역에서 꿈의 영역까지 확장될 것이다.

 

3. 모노노케 히메(1997), ‘Princess Mononoke’

   <원령공주>로 유명한 <모노노케 히메>는 근대화의 과정에서 자연을 파괴하려는 인간과 이를 지키려는 신과의 피할 수 없는 싸움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인간들은 자연과 투쟁하는 문명을 구축했고, 이는 분열된 세계의 갈등으로 이르게 된다. Princess Mononoke’는 서양 악기편성을 중심으로 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자연의 웅장함과 깊이를 표현했다. 또한, 카운트 테너 요시카즈 메라의 청아한 목소리를 더해, 구슬프고도 아련한 이 곡은 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숲을 지키려고 필사의 노력을 펼치는 정령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대변한다.

 

4.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언제나 몇 번이라도

   애니메이션 최초로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을 수상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영령의 세계에서 부모를 잃어버린 소녀 치히로의 모험, 그리고 그를 통한 그의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다. 주제곡인 언제나 몇 번이라도는 오사카 출신의 대중음악가 기무라 유미(Kimura Yumi)가 작곡 및 연주와 노래를 담당했으며, 작사에는 시인 겸 작사가인 카쿠 와카코(Kaku Wakako)에 의해 가사가 완성됐다. 뚜렷한 멜로디 라인으로, 듣는 대중에게는 친숙하면서도 쉽게 흡수되는 이 곡은, ‘그 너머에서 반드시 너를 만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며, 작은 바람과 조금 슬픈 이별을 말하듯 소박하고도 따스하다.

 

5.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인생의 회전목마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소설가 다이애나 윈 존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90세 할머니 형상이 된 소피와 마법사 하울의 미묘한 인연과 감정, 그리고 움직이는 성을 둘러싼 미스테리한 스토리를 담았다. ‘인생의 회전목마는 전체적으로 묘한 여백이 느껴지며, 중심 멜로디는 물론 이야기의 전개까지 뚜렷하다. 소피와 하울의 감정, 성 안의 가족들, 움직이는 성의 거대함과 환상적인 느낌, 하울의 저주 등 곡 하나의 다양한 분위기와 감성이 뿜어져 나온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전반에 걸쳐 여러 번 변주되어 인생의 회전목마가 전해진다.

 

   지브리의 음악은 서정적이면서도 환상적이며, 웅장하고도 장엄하다. 또한, 캐릭터나 주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애니메이션의 본질과 핵심을 정확히 표현하면서도 심플하게 감성을 전달한다. 지브리의 음악들은 언젠가의 분위기와 향기를 구축하며, 듣는 순간 어떤 장면의 인물, 대사, 배경을 내 앞에 흩뿌려놓는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한번 나의 세계와 사랑에 빠진다.


💿 둠칫두둠칫

열두 시가 되면, 주문이 풀리고 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갈 거야

by 영

깊은 산속 작은 옹달샘 그 옆에 나

나 덕분에 이제 그 누가 와서 먹나요

혁오의 <하늘나라>

 

   우리는 즐거운 이야기를 함께 했어요. 별이 가득한 밤 하늘을 날았고, 세상을 위협하는 악당을 물리쳤죠. 시간이 멈춘 이곳에서, 당신과 함께라면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아요. 하지만, 어쩌면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죠. 종종 슬프고 외로워 보이는 당신이, 더 이상 이곳에 있지 않기에.

   마지막으로 건네는 인사예요, 안녕 피터팬.

모꼬지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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