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꼬지기입니다.
모든 영혼들이 하나둘 잠을 청하는 시간, 밤. 어두운 밤이면 우리는 칠흑 같은 어둠을 직면하기도, 쏟아지는 빛들을 마주치기도, 나 혼자인 것 같은 적막함에 스스로가 흐릿해지기도 해요. 하지만 잊지 말아요, 아무리 짙은 밤도 날이 밝으면 사라진다는 것을.
삼월 첫째 주, 『모꼬지기』 26호에는 허락된 자유로운 밤을 그리는 '나이트오프', 젊음을 재구성하다 '얼터너티브 록', 그리고 별의 후손인 구독자님을 위한 플레이리스트까지, 총 세 가지 이야기를 선물해 드립니다.
⭐ 뮤직스타뜰
허락된 자유로운 밤, 나이트오프 (Night Off)
by 현
밤이 오고 있다. 차가운 밤공기가 내 뺨을 스치고 시린 기운이 손끝까지 퍼지며 숨은 옅게 흩어진다. 까매지는 세상은 짙게 깔린 감상들을 잡아당기고, 이런저런 잡념들이 우리를 덮쳐온다. 오늘의 밤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뮤직스타뜰 스물여섯 번째 아티스트, 나이트오프(Night Off)를 소개한다.
나이트오프는 언니네이발관의 기타리스트 이능룡과 못(Mot)의 보컬 이이언이 만든 프로젝트 그룹으로, 그들의 이야기는 갑작스레 만들어진 술자리에서 둘이 함께 음악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지인의 즉흥적인 제안으로 시작됐다. 여러 가지 일들로 ‘언제 한 번 밥 같이 먹자’처럼 기약 없는 느슨한 약속으로 이어지던 그들의 협업은, 언니네이발관이 해체함으로 새로운 출발을 그려냈다.
둘은 다양한 작업을 통해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이이언은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의 첫 솔로 앨범 [인디고]에서 '체인지(Change) pt.2'를 협업했으며, 이능룡은 싱어송라이터 겸 작가 요조의 EP [이름들]에 작곡과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작곡과 연주, 가사와 노래, 프로덕션 모두에서 자신들만의 문법을 분명히 드러내며, 나이트오프의 구체적인 형태를 잡아가고 있다. 외출이 허용된 자유로운 밤이라는 뜻의 ‘나이트오프’, 그들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짙은 장막 속 숨겨진
쓱쓱 대충 그린 듯한 선들이 모인, 그렇기에 아름다워지는 그림이 있다. 불안정해 보이는 조각들이 모여 전체가 되고, 황량함과 쓸쓸함이 매력적인 공간이지만, 뜯어보면 그 안엔 이름 모를 따뜻함이 공존하는, 그런 낯선 시도들은 우리를 나이트오프라는 공간으로 인도한다. 쓸쓸한 감상의 거친 채도와 명도, 이상한 부유감으로 떠받친 소리의 흐름은 위태로운 목소리를 만나, 까만 밤처럼 아득하다가도 별이 쏟아지는 밤처럼 황홀하기도 하다. 그저, 음악 자체가 밤하늘이 됐다.
“무엇도 끝이 없는 건 없겠지만
끝내 익숙해지진 않겠지만
반짝이는 순간들은 너무 예쁘니까
반짝이는 순간들은 너무 예쁘니까”
나이트오프의 <반짝이는 순간들은 너무 예쁘니까> 中
나이트오프의 파동은 잔잔하다. 그들은 해로운 희망과 가망 없는 기대를 정리하고, 지금 내게 주어진 무언가에 집중하고자 한다. ‘잠’에서 “벽에 기대어 앉으며 짐을 내려놓으니 한 줌의 희망이 그토록 무거웠구나”라고 읊조리듯, 섣부른 위로가 아닌 내가 널 이해한다는 공감이자 고백이 되어 우리를 어루만진다. 존재에 대한 불안함,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에 대한 아쉬움, 여러 고민 끝에 나온 이런 이야기는 사려 깊고도 아름답다.
오늘도 흘러갈 우리의, 마지막 밤
나이트오프의 첫 번째 EP [마지막 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듯하면서도 곳곳에서 이질적인 질감이 우리를 툭툭 건드린다. 내려놓고 싶은 오늘의 ‘잠’부터, 이 미운 세상 속 ‘예쁘게 시들어 가고 싶어 너와’, 지나간 사랑에 대한 ‘리뷰(Review)’, 그저 별로인 ‘오늘의 날씨는 실패다’, 돌고 도는 ‘우린 매일매일’, 거짓도 진심도 없는 ‘해프닝(Happening)까지, 많지도 적지도 않은 여섯 곡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머금은 단편 소설처럼 자리해, 음반 자체를 한 권의 소설집으로 만들어 버린다.
아름답고 독특한 서정성이 가득한 이 앨범은 감정적 진폭이 크지 않으나, 미세한 굴곡의 드라마를 그려낸다. 멜로디를 고조시켜 감정적인 클라이맥스를 만드는 대신, 쓸쓸하고도 나른한 독백의 목소리와 변동하는 여러 겹의 사운드가 만나 새로운 밤을 창조하고 있다. 나이트오프 특유의 몽환적인 멜랑콜리함으로 가득한 [마지막 밤]은 낯선 호흡들로 이어지며, 오늘도 흘러갈 우리의 밤을 이야기한다.
“이대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지나고
잠들고 버리고 지우고 마시고 취하고
기억해 내지도 못할 말들을 또 내뱉고
버리고 지우고 마시고 또다시 난”
나이트오프의 <해프닝(Happening)> 中
🎵 음악주저리
젊음을 재구성하다, 얼터너티브 록 (Alternative rock)
by 영
우리의 일상과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음악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즐거움, 기쁨, 슬픔, 우울 등 다양한 감정을 연주하던 음악들은 다양한 장르로 나누어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중, 강렬한 비트와 리듬을 자랑하는 록 음악은(Rock music)은 전 세계 젊은 세대의 문화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록 음악은 1950년대 초 미국에서 발전된 대중음악 장르로, R&B와 컨트리 음악, 가스펠 등이 혼합된 로큰롤(rock ‘n’ roll)에서 파생됐다. 전통적으로 일렉트로닉 기타를 중심으로, 일렉트로닉 베이스, 드럼, 보컬로 이루어져있으며, 백비트가 있는 4/4박자의 반복적인 리듬을 사용한다. 록은 점차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왔지만, 오랜 세월동안 헤비메탈, 하드록 등 주류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드디어 기존 메탈적 성향을 탈피한 새로운 형식의 록 음악,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얼터너티브 록이란 무엇일까?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대안적인 록 음악,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
얼터너티브 록이란 1980년대 사회비판적인 가사가 주를 이루던 기존의 록 음악에서 벗어난 대안적 성향을 가진 음악을 의미한다. 또한 강렬한 기타 솔로를 중심으로 하던 메탈적 성향을 벗어난 모든 록 음악을 지칭한다. 펑크, 뉴웨이브, 고딕 록, 인디 팝과 같은 다양한 하위 장르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대적인 트렌드를 추구하는 모던 록 (Modern rock)과도 상당 부분 중첩된다.
얼터너티브 록은 상업 자본의 영향 아래 성장했던 기존 록 음악에 대한 반발을 기초로 성장하였다. 그렇기에 장르보다는 태도로서의 의미를 짙게 가지고 있으며, 어떤 음악이 얼터너티브 록인지에 관한 특징은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 다만, 하드록, 메탈 등과는 반대로 강렬함보다는 서정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음악계에 찾아온 반향
얼터너티브 록이 등장하면서, 음악계에는 커다란 반향이 생겨났다. 그중 반향을 주도한 밴드, 너바나(Nirvana)는 기존 음악에 반항하며 단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1990년대 ‘Smells Like Teen Spirit’가 수록된 <Nevermind>를 필두로 너바나는, 순식간에 기존의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 너바나는 당시 사회적으로 버려진 젊은이들, 즉 X세대를 사로잡았고, 새로운 록의 부활을 주도했다. 당시 팝의 황제라 불리던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을 밀어내고 너바나는 빌보드 앨범 차트의 정상을 차지했다. 이를 계기로 주류에 열광하던 상업적 팝의 시대는 X세대의 호소를 담은 록의 시대로 순식간에 변화했다.
이후, 너바나는 얼터너티브 록의 대표 주자로 떠오르며, 이들에게 영향을 받은 수많은 밴드들이 탄생했다. 하지만 얼터너티브 록이 장르가 아닌 태도인 만큼, 많은 밴드들은 그런지, 포스트 펑크, 뉴웨이브 등 다양한 장르를 연주하며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냈다. 실험성 짙은 라디오헤드부터, 브릿팝의 대표주자 오아시스, 마지막으로 오늘날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콜드플레이까지, 지금도 그들은 얼터너티브 록의 정신을 이어받아 역사의 순간을 이어나가고 있다.
우리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는 록. 그중 세상에 대한 반항으로 시작된 얼터니티브 록은 많은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그렇게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반항은 오늘도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며 강렬함을 무기로 우리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열광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시작될 것이다.
💿 둠칫두둠칫
우리는 별의 조각을 먹고 산다
by 현
“홀로 있는 이곳을 난 유영하고 싶어요
아무것도 없는 곳 그렇기에 편안한 곳
홀로 있는 이곳을 난 유영하고 싶어요
빛 한줄기 없는 곳 그래도 주저 않는 곳”
onthedal, lanjoon의 <유영> 中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과거 언젠가 폭발과 함께 사라진 별들의 탄생, 진화, 그리고 죽음이 우리의 몸속에 고스란히 녹아있죠. 수많은 선택이 존재하는 우주, 그 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흘러가는 찰나의 시간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가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더 찬란한 건 아닐까요.
당신은 유일하고도 아름다운 별 이예요.
모꼬지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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