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받아보시는 레터 뿐 아니라, 제 블로그, 혹은 다양한 콘텐츠의 초안 등. '시작은 했는데, 어느새 그 대상에 대한 감흥이 낮아져, 미완성인 상태로 저장되어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임시저장된 콘텐츠'의 개수는, 잘은 모르지만 항상 최상위권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를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에 중독되어버린다면, '플래너 구입 - 일이주 깔짝이다가 포기, 한두달 뒤 새로운 플래너 구입...' 의 패턴이 반복된다고 보거든요. 비싼 돈을 들여, 사진 촬영을 배우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뒤, 슬그머니 잠적한 다음, 두달 뒤에는 '스킨스쿠버를 배우겠다'라고 외치는, '시작 중독'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임시저장된 무언가'가, 제 허용 수준을 초과한다면 어떻게든 '그때 시작한 글을 완성시키는 것'에 집중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의미입니다.
받아보시는 분들은, '뭐 이런, 별것도 아닌 레터를 쓰는데 힘이 드느냐'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나름 성의를 보여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에 글을 쓰다가, 임시저장 해버리고, 새롭게 글을 시작하는 빈도가 블로그보다는 훨씬 높습니다. 블로그는 사실 강제적인 것도 아니고, 누군가 제게 돈을 지불하면서 읽는 것도 아니기에 쓰면서 큰 부담이 없습니다.
방금 이야기한, 글을 쓰다가 '임시저장'을 누르고, 새롭게 '글쓰기' 버튼을 누른 다음, 적당한 사진 한장 맨 위에 박아넣는 행동. 이를 행하며 느끼는 은근한 쾌감이 있습니다. 맘에 들지 않는, 낡은 휴대폰 케이스를 처분하고, 새로운, 기스 하나 없는 케이스로 갈아 끼는 것처럼요. 글과 휴대폰 케이스 사례는, 큰 차이점이 하나 있지요. 휴대폰 케이스는 실제로 낡은 것이지만, '임시저장된 글'은 실제로 낡은 것이 아니라, 낡았다고 합리화해버리는 것이니까요. 애초에 30분 전만 해도, '와 이 글감으로 글을 쓰면 정말 괜찮겠다'라는 충동이 올라왔을겁니다. 30분만에 낡았을리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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