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모놀리스입니다. 오늘도 아이디어 노트로 찾아왔습니다.
지난번에는 F1의 색깔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었는데요. 이번에는 야구입니다. 최근 MLB 월드시리즈를 보다가 경기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장면이 있었습니다. 바로 경기 전 타격 연습이었죠.
연습하는 장면이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 이스포츠에도 붙여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연출 아이디어. 오늘도 여러분께만 몰래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타격 연습도 생중계한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MLB Network는 매 경기 전 타격 연습을 MLB 유튜브 채널에 라이브로 내보냈습니다. 제목도 딱 "LIVE Batting Practice"입니다. 선수들이 케이지에 들어가 배트를 휘두르고, 외야로 공이 날아가는 그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겁니다.

왜 연습을 보여줄까요? MLB Network 제작 담당자의 말이 재밌습니다. 요즘은 타격 연습 때 관중 입장문이 아직 닫혀 있는 경우가 많아서, 팬들이 이 라이브를 반기고 있다는 겁니다. 현장에 있어도 못 보던 장면을 화면으로 열어준 셈이죠.
사실 타격 연습 생중계가 올해 처음은 아닙니다. 2020년 월드시리즈 1차전 전에도 진행자까지 붙인 타격 연습 쇼가 있었고, 그때는 선수 모자에 카메라를 달아 선수 시점까지 보여줬죠. 올해는 반대로 훨씬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구장 카메라 신호를 가상 서버 위의 vMix로 받아 유튜브로 바로 내보내는 구조인데요. 본방송에 힘을 빼지 않고도 매 경기 붙일 수 있는 방식인 셈입니다.
하나 더 재밌는 건 화면에 올리는 그래픽입니다. MLB가 올해부터 쓰는 AI 기능인 Scout Insights에서 "이 선수의 이번 시즌 기록이 왜 특별한지" 같은 문장을 골라 띄운다고 합니다. 연습 장면에 이야기를 한 줄 얹는 것만으로도 그냥 흘려 보던 연습이 보는 재미가 있는 콘텐츠가 되는 거죠.
우리 선수들도 경기 전에 손을 푼다
그럼 이스포츠로 돌아와 볼까요? 야구 선수들이 타격 연습을 하듯, 이스포츠 선수들도 경기 전에 반드시 손을 훈니다. 종목마다 방식이 조금씩 다를 뿐이죠.
- 카운터스트라이크2: 봇이 끝없이 나오는 에임 연습 맵이나 데스매치로 헤드샷 감각을 끌어올립니다. 총을 거의 안 놓고 사람을 잡는 연습이라, 보고 있으면 그 자체로 꽤 화려합니다.
- 발로란트: 게임 안 사격장에서 봇을 잡거나 에임 트레이너로 반응 속도를 올립니다. 에이전트 스킬 타이밍을 다시 맞춰 보기도 하죠.
- 리그 오브 레전드: 롤은 제가 유심히 본 종목이 아니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는데요. 제가 본 거로는 연습 모드에서 막타를 치거나 챔피언 콤보를 돌려 보며 손을 푸는 것 같습니다. FPS처럼 에임을 다듬기보다 손가락과 리듬을 깨우는 연습에 가깝죠.

큰 대회장에는 보통 선수 대기실에 연습용 PC가 따로 깔려 있고, 선수들은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여기서 손을 푼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화면에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가끔 비하인드 영상으로 짧게 스치는 게 전부죠. MLB가 닫혀 있던 타격 연습을 열어준 것처럼, 우리에겐 대기실이라는 닫힌 문이 있는 셈입니다.
워밍업 라이브, 경기 전 또 하나의 채널
그래서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아이디어는 이겁니다. 경기 전 선수들의 워밍업을 본방송과 별도의 라이브로 내보내는 겁니다.
구성은 간단합니다. 대기실 연습 PC의 화면과 선수 얼굴을 담은 카메라 하나면 충분하죠. CS2 선수가 데스매치에서 연달아 헤드샷을 꽂는 장면, 롤 미드라이너가 막타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챙기는 장면은 그 자체로 볼 만한 그림이 됩니다. MLB처럼 가볍게 만든다면 본방송 인력을 빼오지 않고도 충분히 붙일 수 있고요.
여기에 자막 한 줄을 얹으면 더 좋습니다. 에임 맵에서 봇을 몇 초 만에 잡았는지, 막타를 몇 개 챙겼는지 같은 기록을 선수의 평소 기록과 나란히 자막으로 띄워주는 겁니다. 오늘의 컨디션을 가늠하기 좋겠죠?
예를 들면 "워밍업 데스매치 헤드샷 비율, 이번 대회 평균보다 높음" 같은 한 줄이죠. 해설자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자막 한 줄이면 시청자는 "오늘 이 선수 손이 좋네?" 하고 알아차립니다.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관전 포인트를 손에 쥐게 되는 거죠.
물론 조심할 점도 있습니다. 대기실은 전략을 마지막으로 맞추는 곳이라, 에임 연습이나 막타 연습처럼 전략이 드러나지 않는 화면만 내보내야 합니다. 무엇보다 선수와 팀이 동의하는 선에서, 경기 직전 집중을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겠죠.
마치며
경기는 첫 라운드가 시작될 때가 아니라, 선수가 손을 풀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시작된 건지도 모릅니다. MLB는 그 시간을 화면으로 열어서 팬들에게 돌려줬죠. 우리 이스포츠도 이미 그 재료를 매일 가지고 있으니, 대기실 문만 살짝 열어도 충분히 우리만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정리한 저의 아이디어 노트는 여기까지 전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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