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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note) 색으로 주는 정보

F1에서 훔쳐온 아이디어. 이들은 색으로 말하네요?

2026.10.05 | 조회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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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모놀리스입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하게 아이디어 노트로 찾아왔습니다.

저는 스포츠뿐 아니라 영화, 예능, 방송 등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곤 합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이스포츠 방송에 접목해 연출 포인트로 만들어보려 하죠.

 

최근 한동안 F1을 열심히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색깔이었습니다.

색으로 보여주는 F1만의 방송 포인트를 이스포츠에도 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연출 아이디어. 오늘은 여러분께만 몰래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보라색 섹터

F1 퀄리파잉을 보면 화면 한쪽 타이밍 타워에 드라이버 이름과 함께 색깔 바가 계속 바뀌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첨부 이미지
  F1 타이밍 타워 섹터 컬러  
  F1 타이밍 타워 섹터 컬러  

F1은 트랙을 세 구간(섹터)으로 나누고, 구간을 통과할 때마다 색을 붙입니다.

보라색은 그 세션에서 누구보다 빠른 기록, 초록색은 그 드라이버의 개인 최고 기록, 노란색은 자기 기록보다 느린 경우입니다. 규칙은 이게 전부입니다.

 

이 단순한 규칙이 주는 힘이 대단한데요, 랩타임이 뜨기도 전에 색이 먼저 결과를 알려줍니다.

첫 섹터에서 보라색이 뜨는 순간 시청자는 "어? 폴 포지션 바뀌는 거 아니야?" 하고 숨을 죽이게 되죠. 해설자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시청자 스스로 화면을 읽고 긴장하는 겁니다.

규칙을 한 번만 배우면 그 뒤로는 모든 장면이 저절로 읽힌다는 것, 이게 색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황판에도 색이 있다.

색은 기록에만 쓰이는 게 아닙니다. 트랙 상태와 서킷 지도에도 색이 들어갑니다.

먼저 트랙 상태입니다. 타이밍 타워 위쪽 상태 표시는 옐로 플래그가 나오면 노랗게, 레드 플래그가 나오면 빨갛게 바뀌고, 상황이 정리되면 다시 돌아옵니다. 시청자는 화면 구석의 색만 보고도 "아, 지금 무슨 일이 났구나" 하고 알 수 있죠

  옐로·레드 플래그가 표시된 타이밍 타워  
  옐로·레드 플래그가 표시된 타이밍 타워  
VSC 로 인해 전체 맵 역시 노랑색으로 변한 모습
VSC 로 인해 전체 맵 역시 노랑색으로 변한 모습

다음은 분석용 지도입니다. 'Track Dominance'라는 그래픽은 트랙을 잘게 나눈 뒤, 각 구간에서 누가 더 빨랐는지에 따라 드라이버의 팀 컬러로 지도를 칠합니다.

두 드라이버의 랩을 비교할 때 숫자를 줄줄이 읽어주는 대신 지도 한 장으로 "이 선수는 고속 구간, 저 선수는 저속 코너"를 보여주는 겁니다.

  Track Dominance 그래픽  
  Track Dominance 그래픽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F1이 실시간 지도에는 상태를, 분석 지도에는 우위를 담아 역할을 나눴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히트맵은 어떤가요

그럼 우리 이스포츠로 돌아와 볼까요? 우리에게도 색으로 칠한 지도가 있습니다. 바로 히트맵이죠. 발로란트나 CS2를 보셨던 분들이라면 맵 위에 빨갛게 번진 얼룩을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CS2, 발로란트 히트맵
CS2, 발로란트 히트맵

그런데 히트맵과 F1의 색은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히트맵은 "여기서 킬이 많이 났다"는 밀도를 보여줄 뿐, "그게 잘한 건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기준점이 없으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빨간 얼룩을 보고 고개만 끄덕이게 되죠. 게다가 히트맵은 대부분 통계 사이트나 분석 툴 안에 머물러 있어서, 방송의 연출 언어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F1의 색은 비교입니다. 세션 최고, 개인 최고라는 기준이 있으니 색 하나로 좋고 나쁨이 바로 읽히는 거죠.

 

경기 시작 전, 색으로 그리는 지도

그래서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아이디어는 이겁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맵 위에 F1의 규칙으로 색을 칠해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것이죠.

 

발로란트를 예로 들어볼까요? 맵에는 이미 A 메인, 미드, B 롱 같은 콜아웃 구역이 있습니다. 이 구역을 F1의 섹터처럼 쓰는 겁니다.

 

구역마다 그 팀의 이번 대회 성적을 보고, 대회 전체 최고면 보라색, 팀 자체 최고면 초록색, 평소보다 부진하면 노란색으로 칠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라면 탑, 미드, 바텀 라인을 각각 하나의 구역으로 보고 같은 방식으로 칠할 수 있겠죠. 정글은 드래곤, 바론 같은 오브젝트별로 색을 칠하면 "이 팀은 드래곤 싸움이 보라색" 같은 이야기가 한눈에 보입니다.

 

이 지도 한 장이 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큽니다.

 

시청자는 경기 전에 "오늘 이 팀은 미드가 보라색이네, 미드를 봐야겠다" 하고 관전 포인트를 미리 손에 쥐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 경기에서 그 구역에 교전이 터지면 캐스터가 "아까 보셨던 그 보라색 구역이죠!" 하고 받아줄 수 있습니다. 경기 전에 깔아둔 복선을 경기 중에 회수하는 셈이죠.

두 팀을 맞붙일 때는 F1의 Track Dominance처럼 구역마다 우세한 팀의 컬러로 지도를 칠해도 좋습니다. 지난번 NBA 코트 이야기에서 말씀드렸던 팀 컬러 각인이 여기서도 이어지는 거죠. 대결 구도가 지도 위에 그대로 그려지니 이쁘게 나올 것 같다.

 

마치며

색은 시청자가 가장 빨리 읽는 언어입니다. F1은 보라, 초록, 노랑이라는 규칙 하나로 수십 년째 시청자와 대화하고 있죠. 우리 이스포츠도 이미 히트맵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있으니, 거기에 기준점 하나만 더하면 충분히 우리만의 방송 언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정리한 저의 아이디어 노트는 여기까지 전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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