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별이어도 좋아

[일별이어도 좋아] 의도한 적 없는 이별

2024.09.07 | 조회 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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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편지

춤추는 거북이 무구가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이별을 의도하고 만나는 경우가 있나? 일단 제목을 지어두고, 소개할 영화를 나열해 두고, 막상 글을 쓰려고 생각해 보니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그 어떤 이별이 의도를 가지고 있을까요. 그런데 어딘가에는 분명 존재할 수도 있는 의도된이별들을 상상해 보니 마음이 조금 쓰렸습니다. 이별이란 게 애초에 그다지 즐거운 경험은 아닐 텐데, 거기에 의도까지 있다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산다면 모두가 반드시 이별을 맞이하며 살아갑니다. 인생의 첫 이별이라 하면 언제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제 초등학생 때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기억이 오늘의 영화를 소개하게 했습니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입니다.

 

이별 영화라고? 이미 이 영화를 보신 분이 계신다면 이런 물음표가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초등학생 여자아이들의 친구 관계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갈등을 다루고 있거든요. 그래서 보통은 성장영화라는 분류에 속하는 편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여름 방학식 날, 외돌토리 주인공 선이는 다음 학기부터 전학 올 지아와 친구가 됩니다. 친구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를 새로 사귀는 것이 어렵다는 건, 나이가 어릴수록 친구가 되는 것이 쉬웠다는 말이기도 하죠.

그냥 같이 놀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때. 선이의 동생 윤이는 아직 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지만, 선이는 이제 그 시간과 이별하고 새로운 관계의 세계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애들이 일 있을 게 뭐가 있어, 학교 가고 공부하고 그냥 친구들하고 놀고 그러면 되는 거지 뭐.”

무심하게 느껴지는 선이 아빠의 말이 너무나 익숙하게 들렸습니다. 또 한편으론 마음을 콕콕 쑤셨습니다. 저도 그런 말들로 마음을 앓았던 때가 언뜻 떠올랐거든요. 애들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 있겠어. 하지만 영화 속에 드러나는 관계의 면면들은 어른의 그것과 다를 것 없이, 오히려 어려서 잘 모르는 것이 있기에 더욱 잔혹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면 일어나는 일들. 때론 그것이 삶에 반짝이는 순간과 기쁨,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주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지나가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혹은 누군가의 의도와 의지로 인해 이별을 만나게 됩니다.

 

영화는 처음 시작과 끝에 피구 시합 장면을 보여줍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일어나는 단순한 게임 같아 보이지만, 그 순간에는 복잡하게 얽혀서 드러나는 관계의 역학과 다양한 감정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 같이 노는 친구로 만났던 선과 지아가 치열한 여름을 보내고 난 뒤에 다시 마주치게 된 피구 시합. 이 시합이 끝나고 난 뒤에는, 영화의 끝 이후에 둘은, 다시 친구로 살아갔을까요?

 

이 글을 준비하면서 내가 대체 왜 이 영화를 이런 제목으로 소개하려고 한 거지? 소개 영화를 바꿔야 하나, 고민하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습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일면의 진실을 담고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이별하며 성장합니다. 성장은 과거의 나와 계속 이별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으니까요. 안타깝게도 의도한 적 없고, 원한 적도 없으나, 우리는 계속 이별을 만나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으로, 성장의 길로 갈 수 있을 테니까요.

 

이제는 선이보다 선이 부모님의 세계와 좀 더 가까워진 저는, 영화 말미의 바닷가 장면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언젠가 누구나 반드시 맞이하게 될 이별 앞에서 선이 아빠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리고 선이는 그 순간 무엇을 느꼈던 걸까요?

사실 날마다 우리는 이별을 코 앞에 두고 살고 있는데 그것을 쉽게 잊어버리곤 합니다. 조금이나마 더 괜찮은 이별을 하기 위하여, 그리고 성장의 길로 가기 위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주 작은 용기를 내는 것. 그때 우리는 이별을 지나 또 새로운 만남을 향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추신) 영화 초반에는 살짝 어색하기도 하고 풋풋한 어린이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무르익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야말로 성장이 담긴 영화라서 더 사랑스럽고, 애틋하고, 아끼게 된 영화입니다.

영화 <우리들> 포스터 /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우리들> 포스터 /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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