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좋아하세요? 저는 어릴 때부터 편지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쓰기도 좋지만, 받는 것은 더더욱이요. 그렇게 받았던 편지를 차곡차곡 모아둔 보물 상자가 있는데 가끔 열어봅니다. 그리고 종종 이런 질문을 떠올리죠. ‘우리가 언제부터 연락이 끊겼더라?’
한때는 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존재감이 크고 중요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다시 보니 더 이상 내 세상에 존재한 적 없었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처음엔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을 알고도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지나가 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과 다시 보고픈 마음을 담아.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어도 무슨 이유로든 생각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속절없이 흘러간 시간과 지나간 추억들 그리고 그리움과 씁쓸함, 슬픔까지도 만나곤 했습니다.
그러다 운이 좋게 그리웠던 사람을 다시 만나기도 했습니다. 내 기억 속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 다시 과거로 돌아간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그때완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며 놀라기도 하고, 정말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건 뭐였을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누군가를 안다는 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내 기억 속 사람들에 대해 기록하면 기록할수록, 내가 누군가를 확실히 안다고 말하기가 주저됐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정말 다양한 면모가 있고,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수많은 면모 중 아주 작은 하나의 조각쯤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이미 과거로 흘러가 버린, 어쩌면 현재엔 존재하지 않는 조각일 수도 있다는 것도요.
의도한 적 없는 이별을 만나기도 하고, 좋은 어른을 만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와 사랑을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치열하게 고민했던 나날들을 지나, 나만의 길을 찾아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내가 ‘알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적어놓고 보니 그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어요.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 나. 가장 잘 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여전히 어떤 사람인지 다 알지 못하고, 발견하지 못한, 나라는 사람.
저는 이번 저의 책이 아주 편하고 가볍게, 남의 일기장 보듯 재미나고 쉽게 후루룩 읽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읽다가 머릿속에 있던 ‘누군가’를 떠올리고, 생각하고, 써보고, 정리하는, 잠시 멈추고 되돌아보는 시간이 시작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다 보면, 우물 속 저 아래에 어쩐지 밉지만 가엽기도 하고 그립기도 한 사나이*의 얼굴이 보일 거예요. 이 책이 잊고 있던 자기 얼굴을 다시 보게 하는, 사소한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이 세상에 내놓아봅니다.
무구 홍참빛의 수필집 <알던 사람 이야기>입니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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