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에세이

면접탈락, 그런데 입사하라고요?

#105, 회사가 굳이 '떨어진 사람'을 다시 찾는 진짜 이유

2026.11.05 | 조회 1.75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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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구철

제가 처음 직장생활 할 때의 비서 역할 정도는 충분히 AI가 해주는 시대입니다. 
일간 브리핑, 주간 보고가 눈앞에 있습니다. 
물론 커피는 제가 직접 타야 하지만요. 

교육은 곱씹어 이해한 경험이다. 
-찰스 핸디-

과거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6개월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회사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죄송하게도 사실 저흰 잘 놀았습니다.
명강사의 강의보다, 선배의 술자리 조언이 더 와닿았던 것은 화자의 차이가 아닙니다. 
상황과 태도의 차이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아 진작 알았으면!'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녀나 부하직원에게 말한다? 잔소리만 될 뿐입니다.
나와 같은 텃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험과 갈증이 없는 지식은 싹을 틔우지 않습니다. 

시대가 빠릅니다. 유혹이 넘칩니다. 
무언가 나도 빠르지 않으면 뒤쳐진 것 같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서워졌습니다. 
자칫 하다간 이 정보에 휩쓸리겠구나. 생각을 잃어버리겠구나. 

3줄 요약, 3분 요약의 콘텐츠
빠름에 여운은 없습니다. 곱씹어 삼키지 않으면, 배움은 없습니다. 
안다는 느낌과 아는 것은 다릅니다. 

헤멘 만큼이 내 땅입니다. 고민과 땀자국이 내 영역입니다. 
쓱 둘러봐서 안다고,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 책을 보고, 더 글을 씁니다.
이전에 읽지 않던 소설을 읽고, 고전을 읽습니다.  
이 비효율은 밭을 기경하는 노력에 가깝습니다.
과정없이 얻는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이 착각이 과정과 인내를 지워버릴까 두렵습니다. 


첨부 이미지

"대표님, 면접 봤던 회사에서 다시 연락이 왔어요.
커피챗 한 번 하고 바로 합격했습니다."

최근 한 수강생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던 회사인데, 몇 달 뒤 인사팀에서 다른 포지션으로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요즘 이런 소식을 자주 듣습니다. 기사, 통계로 잡히진 않지만, 눈으로 보이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똑같이 떨어져도 누군가는 잊히고, 누군가는 다시 연락을 받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대기업이든 외국계든 지원자는 넘쳐날 텐데, 회사는 왜 굳이 떨어뜨린 사람을 다시 부를까요? 제가 보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효율성, 그리고 신뢰입니다.

 

 

서류는 변별성을 잃었어요

요즘 이력서 어떻게 만드시나요? 아마 대부분 비슷하실 겁니다. AI 활용이요. 그래서인지 요즘 이력서는 대부분 어느 수준 이상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당연히도 취준생의 98%는 이력서에 AI를 씁니다. 자소서 초안으로 85% 가까이요. 때문에 기업에서는 200개 이력서모두 다 비슷해서 차이를 찾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한국경제)

아예 자소서 대신 포트폴리오를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세계일보)

수준이 올라간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다 고만고만. 차별성이 없습니다. 이걸 검증하려면 회사도 상당한 리소스를 들여야 합니다. 이전 뉴스레터에서도 다뤘지만, 서류가 의미 없어진 건 아닙니다. 서류는 최소조건이 됐고, 진짜 당락은 면접에서 갈리게 됐습니다.

 

 

회사는 '경험한 사람'을 원합니다

서류가 변별력을 잃으니 회사는 면접에 집중합니다. 최근 HBR에서는 맥킨지·시스코·구글 같은 회사들이 채용 과정에 대면 면접을 최소 한 번 넣거나, 일부 포지션에는 대면 면접을 반드시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면접을 늘리면 리소스가 많이 투입됩니다. 비효율적입니다. 하지만 때론 비효율이 더 효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경력직 시장에는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인력풀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후보자분들을 만나면 꼭 하시는 말이 있습니다.

"이 바닥 정말 좁아요."

예전 헤드헌팅을 하다 보면 국내에 30명도 안 되는 포지션도 있습니다. 신입처럼 학벌이나 잠재력으로 뽑는 게 아니라, 철저히 경력으로 뽑기 때문입니다. 경력으로 범위를 좁히면 후보도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해당 회사의 조직구성 및 기준을 더한다면요.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오랫동안 채용을 못 했고, 후보자도 많이 만나봤습니다. 이제 더 나올 사람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때 면접 봤던 그 사람, 상황이 안 맞아서 못 뽑았는데 한번 연락해 볼까?"

실제로 인사담당자가 먼저 커피챗을 요청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관심 있는 회사 담당자와 링크드인으로 연결했더니 바로 연락이 온 경우도 있습니다. 기사에서도 드러납니다. 잡코리아에서 조사한 인사담당자들이 체감하는 채용 환경 변화 1위가 '사내 인재풀 구축·상시채용 확대'(18.7%)였습니다. (디지털인사이트)

 

 

재입사 제약도 낮아졌습니다.

한 번 떨어진 사람이 다시 지원하면 꺼리던 회사들도 이제 재지원자를 아무렇지 않게 다시 봅니다. 최근 링크드인에서 제 선배 한 분도 모기업에 재입사한 경우를 보았습니다. 이전에는 불가능 하던 것이었습니다. 이제 그 원칙은 변화와 생존 앞에 낡고 진부한 것이 되었습니다.

해외는 더 뚜렷합니다. ADP 리포트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신규 채용에서 재입사자인 '부메랑 직원' 비중이 35%로 역대 최고였고, IT 업계는 68%였습니다. 구글은 지난해 AI 엔지니어의 20%를 재입사자로 뽑았습니다. (한국경제) 재입사자는 바로 일할 수 있고, 밖에서 다른 경험까지 쌓아 왔기 때문입니다.

서류만으로는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어떻게 일했고, 성과에 실제로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미 만나서 검증해 본 사람이 있고, 인력풀도 적습니다. 그렇다면 회사는 한 번이라도 겪어본 사람을 찾게 됩니다. 지금의 면접이 끝이 아닐 수 있는 이유입니다.

 

 

모두에게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떨어졌다고 모두에게 다시 연락이 오지는 않습니다. 응당 면접에서는 좋은 인상, 같이 일할 동료라는 확신을 주셔야 하죠!

여기서 기억하셔야 할 것이 탈락의 이유입니다.

역량이 부족해서 떨어진 경우.
기준 미달이라면, 응당 기회를 갖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TO의 제약, 누군가 확연히 뛰어난 지원자가 있었던 경우라면, 이후 회사의 상황에 따라 나에게 기회가 올 수 있습니다.

 

역량은 확인됐지만 회사 사정이 안 맞았던 경우.
생각보다 많습니다. 제가 겪은 사례를 말씀드리면,

  • 사업부를 세팅하던 임원이 정리해고되면서 계획 자체가 무산됐습니다.
  • 고객사 프로젝트에 대비해 미리 사람을 뽑으려 했는데, 고객사 쪽 프로젝트가 엎어졌습니다.

통상 이럴 때 회사는 지원자에게 탈락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습니다. 포지션을 종료할 뿐입니다. 지원자에게 결격 사유가 있어서 떨어뜨린 게 아닌 거죠.

뒤의 두 경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떨어졌지만, 면접관 머릿속에 "이 사람은 할 수 있다"는 확인이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운은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만날 때 생깁니다. 준비된 사람이 만나는 기회가 바로 면접입니다.

 

 

면접은 이렇게 준비해보세요.

채용은 같이 일할 동료를 뽑는 일입니다. 면접은 그 동료라는 확신을 주는 사람을 고르는 자리고요. 확신을 주는 방법을 두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명분: 왜 우리 회사인지,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이전 뉴스레터에서 "이 두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지원하지 마세요"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확신이 없다면, 확신을 줄 수 없습니다. 확신은 내가 가진 명분에서 자랍니다.

퇴사는 여러 고민이 쌓이고 쌓여서 결정합니다. 그에 비해 지원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결정하죠. 회사도 이걸 압니다. 이직 사유는 납득이 되는데, "그래서 왜 하필 우리 회사지?"라는 생각이 남습니다. 고만고만한 지원자들 사이에서 왜 이 회사인지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확실히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동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동료는 결국 그 일을 해내는 사람이니까요.
어떤 부분에서 기여할 수 있는지, 경험이 뒷받침 되지 않은 주장은 공허합니다.
이전의 경험을 기반으로, 본인의 장점과 셀링포인트를 어필하세요.

일관성도 중요합니다. 지난번과 이직 사유가 다르거나 강조하는 경험이 완전히 바뀌어 있으면, 면접관은 "지난번과 다른데?" 하며 의심부터 합니다. 그 자리에서만 임기응변으로 답을 만들지 마세요. 내 경력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명분)를 일관되게 가져가고, 그를 기반으로 어떻게 그것이 더 자라났는지 보여주세요.

 

 

질문: 나를 세련되게 셀링하는 방법

명분이 내 이야기로 어필하는 방법이라면, 질문은 상대의 이야기를 끌어내서 어필하는 방법입니다.

여러분은 사람을 만날 때 어떤 사람이 좋으신가요? 자기 이야기만 계속하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내 속이야기까지 꺼내게 만드는 사람인가요? 대부분 후자일 겁니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내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으로 좋은 인상이 남습니다. 면접에서 이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질문입니다.

마지막 질문을 할 때, 나와 면접관 모두 머릿속에 ‘이 사람이 입사한다면’이라는 가정을 그립니다. 조금더 풍성한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회사도 수차례 면접을 통해 지원자를 뽑지만, 지원자 역시 면접의 경험만으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질문은 이렇게 활용하세요. 내 리스크를 헷지하거나, 나를 세련되게 셀링하는 하거나.

방법은 이렇습니다. 첫째, 회사와 직무에 대한 질문을 하세요. 질문도 공부한 사람이 할 수 있습니다. 산업과 직무를 안다면 내 인사이트가 담긴 질문이 나옵니다. 둘째, 상대를 세워주는(말하고 싶어하는) 질문을 하세요.

최근 인상 깊게 본 영상이 있습니다. NBA 신인 드래프트 선수가 레전드 출신 리포터들에게 "이 리그에 잘 적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신의 경험으로 말해 달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레전드들이 정말 진심 어린 조언을 쏟아낸 것입니다. 그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 선수의 자세, 태도였습니다.

제 수강생 중에도 비슷한 분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면접이 좋은 분위기로 끝나갈 무렵, 대표님께 이렇게 물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보완하면 대표님처럼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대표님은 어떤 커리어를 선택하셨을 때 후회가 없으셨나요?" 대표님은 마음을 열고 본인 이야기를 한참 해주셨고, 결과는 합격이었습니다.

질문이든 마지막 한마디든, 목표는 같습니다. 나를 각인시키는 것입니다.

 

 

작은 팁, 마무리도 잘하세요.

작은 부분이지만 중요합니다. 탈락 통보를 받았을 때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짧고 담백하게 마무리하세요.

"결과 안내 감사합니다. 면접을 통해 ○○팀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맞는 자리가 생기면 다시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면접관이나 인사담당자와 링크드인으로 조용히 연결해 두세요. 특별히 연락할 필요는 없습니다. 회사가 인재풀을 열어볼 때 이름이 낯설지 않으면 충분합니다. 이 바닥은 좁으니까요.

 

 

마치며

서류는 고만고만해졌습니다. 그래서 당락은 면접에서 갈리고, 그 면접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경쟁자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그 안에서 조금만 더 특별한 인상을 남긴다면, 기회는 어떻게든 다시 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결국 좋은 직장을 얻는 사람은 매력적인 사람, 좋은 동료라고 생각합니다. 내 직무를 메시지라고 한다면, 메시지는 다들 비슷합니다. 차이가 나봐야 얼마나 나겠어요. 하지만 메신저로서 매력적이고, 함께 일하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라면 훨씬 더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됩니다.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너무 좌절하지 마세요. 서류는 잊혀도, 면접의 잔상은 남습니다. 면접은 자격 있는 사람이 보는 것이고, 그런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떨어진 게 끝이 아니라, 그 회사 인재풀에 이름이 올라간 겁니다. 여러분은 이미 씨앗을 뿌리신 겁니다.

이직은 결국 제자리를 찾는 여정입니다.
옳은 노력은 반드시 제자리를 찾습니다.

 

 

 


'잘봤어요!' 한마디 만으로도 저에겐 지속의 이유가 됩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많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

*좋은 질문은 콘텐츠로, 좋은 후기는 같이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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