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브리티의 앨범 커버는 왜 바뀌었을까?

앨범 발매 전 선공개 싱글 이야기

2021.05.06 | 조회 2.2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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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뮤직데이터

매주 FLO의 음악데이터를 읽어드립니다.

아이유가 아이유 한 2021년 상반기

2021년 상반기에 컴백한 아티스트 중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건 아이유입니다.

1월 27일에 5집의 선공개 트랙으로 [Celebrity]를 선보였고 오랫동안 차트 정상에 머물렀습니다. 이후 3월 25일에 정식으로 5집 앨범 [Lilac]이 발표되자 아이유답게 앨범 수록곡이 전부 차트에 올랐습니다. 앨범이 나오고 벌써 1달이나 지났는데 인기는 여전합니다. FLO 차트에는 "라일락" "Celebrity" "Coin" 이렇게 세 곡이 Top 10에 자리하고 있네요.

그런데 차트를 살펴보니 의아한 점이 있었습니다. 1월에 처음 "Celebrity"를 들었을 때는 앨범 커버가 지금과 달랐습니다. 정면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때 봤던 "Celebrity" 커버는 어디로 갔을까요? FLO 뿐 아니라 멜론이나 지니에도 1월에 봤던 커버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튜브 뮤직과 스포티파이에는 비스듬히 옆을 바라보는 아이유가 있네요?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요?

FLO 등 국내업체에서 셀러브리티를 검색하면 [Lilac] 앨범 커버만 볼 수 있습니다
FLO 등 국내업체에서 셀러브리티를 검색하면 [Lilac] 앨범 커버만 볼 수 있습니다
Spotify에서
Spotify에서 "Celebrity"를 찾아보니 싱글 앨범이 나옵니다

 


선공개 싱글로 앨범 발매 전에 관심 끌기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선공개 싱글이란 개념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선공개 싱글은 정규 혹은 미니 앨범이 발매되기 전에 미리 발표하는 곡을 말합니다. 앨범 수록곡 중 타이틀 곡이 아니면서 묻어두기엔 아까운 곡들이 대체로 선공개 싱글이 됩니다.

선공개 싱글을 내놓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일반 대중에게는 앨범이 나오기 전의 사전 홍보 효과가 있고, 다음 앨범이 빨리 나오길 바라는 팬들의 마음을 달래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선공개 싱글을 가져 감으로써 활동곡을 한 곡 더 늘릴 수 있습니다. 앨범이 나오면 아무래도 수록곡 보다는 타이틀 곡에 관심이 집중되니까요.

아이유의 노래 중에서는 "밤편지"와 "Celebrity"가 선공개 싱글이었습니다.


음악 플랫폼에선 선공개 싱글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선공개 싱글을 내놓으면 음악 플랫폼에서는 조금 난감해집니다. 싱글이기는 한데 조만간 나올 앨범에 수록될 곡입니다. 굳이 다른 앨범으로 분리해서 제공하는게 좋을지, 아니면 하나의 앨범으로 합쳐서 제공하는게 좋을지 곤란합니다.

여기에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른 해결책을 선택합니다. 아이유의 경우 "밤편지"는 정규 앨범 [Palette]에 속한 곡이지만 음악 플랫폼에서는 싱글 앨범 [밤편지]에서만 들을 수 있습니다. 싱글과 정규 앨범을 구분한 것입니다. 반면에 "Celebrity"는 처음에는 싱글로 공개되었지만 지금은 정규 앨범 [Lilac] 안에서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

[Palette]의 선공개 싱글이었던
[Palette]의 선공개 싱글이었던 "밤편지"와 "사랑이 잘"은 각각 싱글에서 들어야 합니다 (사진 출처: 멜론)

 

그래서 "Celebrity"의 커버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음악 플랫폼에서 음악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 앨범이 이름은 무엇이고 누가 불렀으며 앨범 이미지는 어떤 것이다, 같은 정보가 정리되어 있어야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이런 정보를 음악 메타 데이터라고 하는데 대체로 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Celebrity] 앨범이 막 발표되었을 때의 정보입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게 앨범 ID입니다. 일종의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으로 Celebrity라는 이름의 앨범도 여러 개가 존재할 수 있는 만큼 앨범을 구분할 수 있는 고유한 값이 필요합니다. 이 고유한 값을 기준으로 아티스트 정보도 정리하고 발매일도 정리하고 앨범 이미지도 정리합니다.

그런데 [Lilac]이 나오면 이 정보를 업데이트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싱글이었지만 지금은 앨범이니 각종 정보를 업데이트 해줘야 하죠.

차이점이 느껴지시나요? 앨범 ID는 같지만 앨범명이 바뀌었고, 앨범 발매일도 바뀌었으며, 수록된 트랙의 수도 바뀌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앨범 커버의 ID도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1월에 봤던 [Celebrity] 앨범 커버를 지금은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싱글이랑 앨범이랑 따로 두면 안 되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선공개 싱글이 있는 앨범을 서비스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선공개 싱글과 앨범을 구분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선공개 싱글을 정규 앨범으로 업데이트 하는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왜 [Celebrity]와 [Lilac]은 하나의 앨범 ID에 정리하는 방법을 택했을까요?

바로 차트 진입과 유지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의 곡을 여러 앨범에 담으면 차트에 진입할 가능성이 감소합니다. 대체로 음악 플랫폼의 차트 집계는 트랙 ID를 기준으로 합니다. 만약에 같은 곡이 선공개 싱글 앨범과 정규 앨범 이렇게 두 곳에 있다면 트랙 ID가 두 개가 되어 사용자의 청취도 분산되게 됩니다. 청취가 나눠지는 만큼 차트에 오를 가능성도 낮아지게 됩니다.

같은 곡을 둘로 나눴을 때 청취 분산은 얼마나 나누어질까요? 사실 이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략적인 짐작만 할 수 있는데요, "Celebrity"로 살펴보면 정규 앨범이 발매한 3월 25일에 3월 24일 대비 청취량이 약 40% 증가했습니다. 만약에 트랙 ID를 다르게 가져갔다면 증가한 분량만큼 분산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3월 25일 경에 상승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오르긴 하는데 그래도 1월에 처음 공개했을 때랑 비교하면 별 거 아닌데 굳이 합칠 필요가 있나?

청취량의 추이가 아니라 트랙의 순위로 보면 다릅니다. 5월 5일 기준으로 FLO 차트에서 "Celebrity"는 5위 입니다. 그런데 FLO에서 차트 5위 안에 들어가면 차트 상세 화면에 들어가지 않아도 순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FLO 사용자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Celebrity"는 트랙을 두 개로 나눠도 오랫동안 높은 순위로 차트에 머물겁니다. 아이유의 노래니까요. 하지만 굳이 둘로 나눠서 5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을 늘릴 필요도 없을 겁니다.

FLO에서는 5위 안에 들어가면 롤링 배너에 노출됩니다
FLO에서는 5위 안에 들어가면 롤링 배너에 노출됩니다

 

선공개 싱글 외에도 같은 트랙이 여러 번 생성되는 경우는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리패키지 앨범이 있습니다. 리패키지 앨범은 기존 앨범에 2~3곡 정도를 추가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바꿔말하면 2~3곡을 제외하면 수록곡이 전부 겹친다는 의미입니다. 이럴 때 리패키지 앨범에서는 기존 앨범의 타이틀 곡의 청취를 막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트랙의 청취가 하나의 트랙 ID로 정리되어 차트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최근의 사례는 샤이니의 "Don't Call Me"입니다. "Don't Call Me"는 정규 7집과 7집 리패키지에 모두 실려 있지만, 음악 플랫폼에서는 정규 7집에서만 들을 수 있습니다. [Atlantis]에서는 트랙명이 회색으로 되어 있고 청취가 불가능해요. 

"Don't Call Me"는 [Atlantis]에서 들을 수 없습니다

 


메타 데이터는 무엇보다 중요해요

FLO 사용자들이 어떤 음악을 듣는지 알고 싶을 때 필요한 데이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려주는 로그 데이터와 음악이 어떤 것이 알려주는 음악 메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이 메타 데이터가 참 어렵습니다. [Celebrity]는 [Lilac]의 사례처럼 잘 서비스되고 있던 앨범의 앨범명이 바뀌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재생 불가능했던 트랙의 제한을 푸는 사례도 존재하고요.

꼭 음악 메타 정보만 어려운 게 아닙니다. 드라마를 생각해보면 시즌 1로 잘 마무리된 작품이 시즌 2로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러면 분석할 때 무언가 변경점이 있겠죠? 그런데 어떤 드라마의 시즌 2는 출연진과 스토리가 이어지는 반면에 어떤 드라마의 시즌 2는 출연진과 스토리가 전혀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분석하는 포인트가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는 "정보 관리"가 잘 되어야 합니다. 메타 정보는 서비스에 사용되어 사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며, 팀 뮤직데이터 같은 데이터 조직이 서비스를 분석할 때도 사용됩니다. 정리가 잘 된 메타 데이터는 분석 전에 해야 하는 전처리의 양을 확연히 줄여줍니다. 생산성에도 차이가 나고요.

어쩌면 혁신, AI, 알고리즘 같은 멋진 말 이전에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하는 곳이 아닐까요?

 

작업후기 및 예고편

1. 이번 글에 나온 음악 메타 테이블은 아주 아주 간소화한 버전입니다. 초고를 썼을 때는 조금 더 실제로 사용하는 버전에 가깝게 적었는데 덕분에 글이 길고 복잡해졌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내용을 줄였습니다. 실제 데이터베이스에는 위에 언급한 내용은 기본에 작사 작곡 같은 창작정보에 심지어는 세션 기타리스트 정보도 담깁니다. 2. 그만큼 관리해야 할 정보가 많다는 뜻인데요, 콘텐츠 플랫폼에서 (그리고 FLO에서) 정보 관리를 맡아주시는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3. 다음 주에는 컴백이 예정되어있는 여자 아이돌의 첫날 반응 분석글이 발송될 예정입니다.

 

  • 팀 뮤직데이터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FLO)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질감을 공부하며 발행하는 뉴스레터입니다. 기술적인 how to 보다 데이터를 충분히 관찰하는 작업을 우선시 합니다.
  • 데이터의 해석은 발행일 당시의 의견으로 글을 읽는 시기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해석과 분석 주제가 있다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 팀 뮤직데이터의 자료 해석은 서비스와 회사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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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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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파는 김루씨

    0
    almost 3 years 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차트 반영 때문에 곡의 수록 여부를 결정한다는 부분이 재밌었습니다. 해외 서비스들은 어떨까요? 스포티파이를 보니까 거기는 아직 셀레브리티 싱글 앨범이 서비스되고 있어서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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