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에서는 하루에 적게는 20개, 많게는 300개 이상(!)의 새로운 앨범이 발매됩니다. 앨범 발매 직후의 반응이 어떤지 살펴보다, 한 번도 숫자로 확인해본 적 없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노래를 찾아 듣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요?’
질문을 받고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서른셋 이후에는 새로운 곡을 찾아 듣지 않는다’, 각종 기사에서 인용된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원 연구는 역시, Spotify였네요. (이전 글에서도 다루었듯이 청취 행동을 연구할 곳이 Spotify보다 좋은 곳이 드물고, 수집한 데이터로 흥미로운 연구를 제대로 하는 점에 늘 감동하게 됩니다. 연구자 Kalia는 현재도 Spotify에서 개인화 영역을 넘어서 Group Product Manager로 근무 중입니다.)
위 연구의 요점은 30대쯤 음악 취향이 성숙해서 잘 변하지 않으며,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건 연령 차이는 물론 성별 차이도 있다는 내용입니다. Spotify가 작업한 것을 그대로 재현해보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소 거칠지만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준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노래를 찾아 듣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개념 정의 : '새로운 노래를 찾아듣는' 이란?
‘새로운 노래’를‘찾아 듣는다’는 말에는 두 가지 개념이 섞여 있습니다.
- (어떤 방식으로든) 신곡을 듣는다 vs. (내가 몰랐던 옛 곡 중에서) 낯선 곡을 듣는다
- 내가 직접 고른다 vs. 우연히 들을 수 있는 상황에 있다
1번, 새로운 노래는 신곡으로 정해보겠습니다. 여기서 신곡이란 발매한 지 1주일 이내인 따끈따끈한 곡으로 보았습니다. (대다수의 앨범이 발매 1주일이 지나면 재청취율이 1/3 이하가 됩니다. 아주 극소수의 히트곡만을 제외하고.)
‘내가 몰랐던 옛날 곡’은 규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개개인의 모든 청취 이력을 분석 가능한 테이블로 구성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원래 알고 있던 노래를 지금 쓰는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처음 들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Kalia의 연구에서는 새로운 곡보다는 대중적인 인기곡을 함께 좋아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두고 작업한 것 같습니다.)
2번, 새로 나온 앨범을 기사를 통해 알 수도 있고, 음악 앱의 배너를 통해서 알 수도 있고, 신곡이 차트에 진입해서 알 수도 있습니다. 차트에 오르면 의식하지 않고 들을 수 있으니 우리는 차트를 통해서 접한 새로운 곡은 제외해봅시다.
마지막으로 기준을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발매한지 1주일 이내인 곡을 1번만 들은 것으로 충분할까요? ‘찾아듣는다’에는 ‘적극적으로’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서, 발매일로부터 1주일이 지나지 않은 곡을 5곡 이상 듣는 것을 기준점으로 잡은 후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새로운 노래를 찾아 듣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제 이 조건들을 정리한 지표를 ‘트렌디 리스너’ (발매일 1주일 이내의 곡을 + 차트가 아닌 곳에서 + 일주일에 5곡 이상 들은 사람) 라고 줄여서 표현해 보겠습니다.
작년 하반기 자료부터 봅니다.
1월18일~24일 주간은 에픽하이, 유노윤호, AB6IX, 싱어게인, 미스트롯2 등 아티스트 컴백과 음악 예능, 드라마 OST 등이 다양하게 발매된 주간이라 트렌디 리스너 비율이 높은 게 아닐까 추정해봅니다. 3월 22일~4월4일 주간은 아이유, 백현, 강승윤 등의 아티스트 신보 발매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이전 사용자 클러스터링에 관한 뉴스레터에서도, 출퇴근 시간에 음악을 듣는 gowork-gohome 그룹 & 국내 댄스/일렉을 즐겨 듣는 k-dance 그룹이 가장 최긴 음악을 듣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말씀드렸었죠. 아이돌 등 대형 아티스트의 컴백이 '새로 발매된 음악'의 소비량을 끌어올리는 것은 확실합니다.
일단 이 글을 열었던 첫번째 질문에는 새로운 곡을 찾아듣는 사람들은 주간 청취자의 6~12% 수준이라고 범위를 드릴 수 있겠습니다.
새로운 노래를 찾아 듣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 ‘트렌디 리스너’의 인구통계학적 분포는 어떨까요? 리스너의 연령, 성별 정보가 실사용자와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적인 경향은 참고해볼 수 있습니다.
20~24세 여성 중의 10.8%가 우리의 ‘트렌디 리스너’ 의 정의에 포함되며, 다른 연령성별 집단 보다 비율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대와 50대 이상은 FLO의 사용자 연령층이 두텁지 않아, 해석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30대의 경우 100명 중 4~7명 정도가 트렌디 리스너라고 볼 수 있어 20대에 비해 확실히 ‘새로운 노래를 찾아듣는’ 경향이 덜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집단에서나, 트렌디한 고객들은 존재합니다. 새로운 곡을 찾는 것은 음악을 듣는 습관이나 성격의 일부일 수 있고, 그 습관을 오래 간직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진정한 '새로운 곡을 찾고 또 찾는' 리스너들은 유투브나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플랫폼을 선호할 가능성도 높고, 10대 리스너는 틱톡이 이미 차지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성공하려면 틱톡에서 잘되어야한다, 올해 초 가장 핫한 Olivia Rodrigo와 같이 말이죠.) 이런 것들은 FLO의 사용자 데이터만으로는 당장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저희가 이 글에서 다룬 인덱스의 한계입니다.
사실 서른셋 이후에 새로운 음악을 잘 찾아 듣지 않는다는 Spotify의 연구결과는 무려 6년 전의 글입니다. 한국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도 아니기도 하고요. 이전글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청취패턴은 MBTI처럼 딱 잘라내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싶기 때문에, 다음 글에서도 청취자의 습관과 선호가 은근히 드러날만한 것을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작업후기 및 다음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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