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등이 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앨범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마포구비둘기🕊️입니다. 구독자님의 한 주는 어떠셨나요? 저는 요즘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반복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합격을 기대하며 공들인 지원서가 하루 이틀만에 떨어졌다는 통보를 받고 실망하고 있거든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재취업 전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니 체감 난이도가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런 저를 위로해 준 앨범인 최엘비의 <독립음악>을 소개드리려 합니다. 소개드리기 전에 이 앨범은 음악 하나하나의 스토리가 모두 이어지고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는 앨범입니다. 제목처럼 영화같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 앨범의 수록곡을 한 번 정주행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아는 사람 얘기 - 최엘비

“항상 조연으로 살았던 애

여기서만큼은 주인공 해보라 하지”

여기 서른의 나이까지 성공하지 못한 래퍼 최엘비가 있다. 고2 때 처음 랩에 빠진 그는 같은 학교 친구 두 명과 함께 섹시 스트릿($exy $treet)이라는 크루를 만든다. 그 친구 두 명이 비와이와 씨잼이라던가.

무튼 최엘비는 그들과 함께 음악을 할 수록 친구들과 점점 괴리감을 느낀다. 비와이와 씨잼은 각자 낸 앨범이 호평을 받으며 씬의 기대를 받았고 회사의 부름도 받았다. 같은 시기 최엘비는 쇼미더머니3에 나가 3차 예선에 떨어진 그저 그런 래퍼1이었다.

2년 뒤 크루 모두가 함께 출연한 쇼미더머니5에서 최엘비는 1차에서 탈락해 방에서 TV로 비와이와 씨잼이 나란히 1, 2등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는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잘 나가는 두 친구를 따라가는 것은 포기한다. 

씨잼과 같이 섰던 공연에서 본인이 랩을 하던 순간에도 관객들의 환호가 본인이 아닌 씨잼을 향하는 것을 보며 본인을 딸려 온 사은품 정도로 느낀다. 이런 현실이 싫어 본인을 소개할 때 크루 언급을 뺄까 하다가도 내세울 것이 없었던 그였기에 다시 크루 뒤에 숨는다. 원래도 그늘에 깊숙이 숨는 것이 익숙했던 그다.

🎤 주인공 - 최엘비

"누군 국힙원탑에 누군 빌보드 진출을 꿈꿨지만

나는 여전히 빛나는 조연이라도 되는 걸 원해"

열등감은 극에 달해 음악에 대한 권태로 이어졌다. 권태가 만들어 낸 패배감은 '내 아들도 다른 애들처럼 성공할 거야'라고 믿음을 가진 엄마에게 표출된다. 그러면서도 생활비를 받을 때면 태도는 180도 바뀐다. 그런 그는 거울을 보며 혐오감을 느낀다.

그는 영화 속 단역을 보며 자신과 같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그늘에 가려져 배경이 되는 단역들이 궁금해 구글에 검색해 본다. 누군가는 꾸준히 해도 묻히고, 누군가는 꿈 깨듯 현실에 부딪혀 부서진다. 그런데 누군가는 영화를 만들어 주인공을 만든다. 별 볼 일 없어도 각자의 삶을 사는 주인공을 만드는 그들을 보며 최엘비도 씨잼과 비와이로부터 독립한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최엘비는 독립영화를 만들면서 과거의 자신을 직면한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을 양분삼아 자신이 주인공이 된 영화를 만든다. 그리고 과거 자신이 버텨온 덕분에 지금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을 깨닫는다. 보잘것 없을지는 몰라도 의미있는 영화를.

그리고 죽은 친구를 비롯해 꿈을 포기한 친구들의 꿈까지 짊어지고 냉혹한 현실로부터 도망가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어디로 갈지 모르겠고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고 누군가 말하기도 하지만 일단 가보겠다고 말한다.

🎤 독립음악 - 최엘비

“내 음악은 독립해. 그 밑엔 엄마 아빠 돈이 쌓여있어

난 그 위에서 고립돼. 이 탑을 내려가는 법을 찾고 있어”

앨범을 들으며 나도 아는 사람 얘기가 떠올랐다. 그는 중학생 때 푹 빠진 축구로 성공하고 싶었다. 선수를 하기에는 몸치인데 말은 좀 잘하는 것 같았더랬다. 글도나름 쓸 줄 알았다나? 그렇게 그는 '축구로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꿈을 갖는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세상은 넓고 전문가들은 너무 많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맨 땅에 헤딩할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회사에 들어가 증명하고 나면 자기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경기를 분석한다는 회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런데 일주일에 200경기를 봐야 소화 가능한 업무량에 결국 한 달만에 도망 나오듯 뛰쳐 나왔다.

그렇게 첫 번째 도전이 끝났다. 이후로 직장을 다니다가 축구 데이터 분석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며 감췄던 꿈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렇게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교육을 받고 분석관으로 1년정도 프리랜서 생활을 했다. 그러는 동안 친구들은 취업하거나 이직하며 연봉을 불려갔다. 그러나 나는 불안정한 프리랜서 삶을 살았다. 주변인들이 지쳐가는 것이 보였다.

🎤살아가야해 - 최엘비

“난 때론 저것들이 무서워

밤 늦게 도록 잠에 들지 못하는 괴로운 사람들이 나열된 미술관 같아서”

특히 한 번도 실망시킨 적 없는 큰 아들 걱정은 잘 안 된다는 엄마의 믿음에 더 이상 꿈만 쫓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올해 6월 꿈을 포기하고 현실과 나란히 같이 걷기로 마음 먹었다. 아 그런데 '나'라고 했나? 아무튼 꿈을 포기하고 좌절할 시간도 없이 재취업 준비를 했다. 그러나 속에서는 '내가 꿈만 쫓지 않았으면 주위에 폐 끼치지 않았을텐데'라는 패배감이 쉽사리 떠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최엘비는 독립음악을 통해 누구에게나 각자의 삶이 있고 그 삶 모두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리고 이제는 패배감에서 도망가보려고 한다. 최엘비가 이 앨범으로 증명했듯 과거가 부끄럽고 후회될 수는 있지만 미래에 더 큰 성공으로 이어가면 되니까

🎤도망가!(feat. 브로콜리너마저) - 최엘비

“우리들을 무섭게 쫓아오는 현실과 이제는 나란히 걷기에

난 이제 도망가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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