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겨울에도 곧 봄이 오기를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제이미입니다.

눈과 비가 계속되던 2월이 지나고, 어느새 코트 대신 가벼운 재킷을 걸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저에게 봄, 특히 3월은 1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때예요.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쌀쌀하지만, 낮의 따스한 공기를 느낄 때마다 '드디어 겨울이 끝났구나' 싶어지네요.

구독자님에게도 겨울 같은 순간이 있었나요? 누구나 저마다의 이유로 힘든 시기를 겪고, 또 그 시간을 버텨낸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은 어떻게 지나갔나요? 어떤 순간에 '아, 이제 정말 끝났구나' 하고 느끼셨나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두 번의 겨울을 지나며 레몬나무와 이팝나무를 관찰한 이야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적어봤어요. 혹시 지금 구독자님의 마음에도 겨울이 머물고 있다면, 이 글이 그 시간을 견디는 데 작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4년 여름 ~ 2025년 겨울

🍋 작년 여름부터 우리집엔 작은 레몬나무가 자란다.

겨우내 집이 따뜻했던 덕분인지, 레몬나무는 가을과 겨울에도 3~4번의 꽃과 레몬 열매를 맺었다. 초보 식집사가 키우는 작은 화분에서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레몬이 기특했다.

그리고 레모니(레몬나무의 애칭)를 6개월 간 지켜보며 배운 것이 있다.

꽃은 하루아침에 피지 않는다는 것. 꽃망울이 올라와도 꽃이 맺히고 열매가 맺히는 데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

🍋 Fools Garden - Lemon Tree (Cover ver.)

2018년 겨울 ~ 2018년 봄

몇 년 전, 개인적인 일로 인해 회사 생활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시기가 있었다.

유난히 춥다고 회자되던 2018년 겨울이었는데, 개인적인 어려움까지 겹치니 출퇴근만으로도 하루가 버거웠다. 이 겨울이 끝나면 나의 힘듦도 끝나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품으며 출근길 회사 앞에 있는 이팝나무를 매일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1월부터였으니, 약 3개월 동안 매일 아침 같은 자리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 코스믹보이 - 겨울 (feat.선우정아, 유라)

"내가 바랬던 것

하지만 안 이루어진 것

차가운 공기 속에

후후 불어 날려 보내야죠 뭐"

3월이 되자 서서히 봄 공기가 느껴졌지만, 가지는 여전히 앙상했다. 새잎은 보통 언제 올라오나, 꽃은 언제쯤 피나, 봄이 오긴 하는 걸까. 매일 바라보면서도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어느 월요일 아침, 앙상한 가지에 아주 작은 변화가 보였다. 싹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순서대로 1월 - 3월 - 4월의 이팝나무

하지만 싹은 나와 밀당을 하듯 천천히 자랐다.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던 어느 날, 드디어 잎이 보였다. 병아리 발자국처럼 작고 귀여운 연두색 잎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긴 겨울이 끝났음을 실감했다. 레몬나무의 꽃도, 이팝나무의 잎도 하루아침에 피어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긴 기다림 끝에, 그것들은 폭발적인 생명력을 뿜어냈다.

☀️ 페퍼톤스 - long way, 행운을 빌어요

“오랜 시간이 흘러

쓰러질 듯 벅찬 날

이 서툰 노래가 닿기를

긴 여행의 날들

끝없는 행운만이

그대와 함께이길“

TMI지만 나는 요즘 다시 이직을 준비 중이다. 매일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지원서를 쓰는게 지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언제 끝날지, 나를 알아봐주는 곳이 있을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때도 많다.

그럴 때마다 혹독한 겨울을 버티고 초록 잎을 틔워냈던 이팝나무를 떠올린다. 길고 긴 겨울 끝에 마침내 찾아온 봄처럼, 지금의 시간도 언젠가 끝이 나고 새로운 계절이 찾아올 테니까.

꽃이 만개한 4월의 이팝나무

당신의 겨울에도 곧 봄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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