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스널 칼라가 무채색인줄 알았던 것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마포구비둘기🕊️입니다. 어느덧 2월의 끝자락을 보내고 있습니다. 얼어 붙은 공기가 익숙해지나 싶었는데 또 따뜻한 공기가 몸을 감싸니 기분이 좋아지는 하루입니다. 오늘은 쏜애플의 <2월>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별 이유는 없습니다. 2월이 지나가기 전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고나 할까요?

이처럼 저 혼자 있을 때는 행위의 이유를 굳이 캐묻지 않는 편입니다. 침대에 거꾸로 누워있던, 즉흥적인 외출을 하던, 옷을 입거나 스타일링을 하는 것 모두 혼자 있을 때 하는 행동에 '왜?'라는 물음표를 붙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언제나 행동의 원인을 찾아내고 분석하려는 것은 사회만으로도 충분하달까요.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Why?를 찾아내라고 하지만 사소한 일상에서까지 행동의 원인을 생각하고 분석하면 인생이 너무 피곤할 것만 같거든요.

일상 속에서 그냥 몸따라 마음따라 기분따라 말초 신경이 허락하는대로 행동하다보면 가끔 의외의 포인트에서 행복을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런 행복을 발견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인 것 같습니다. 오늘의 글도 이유없이 떠오르던 생각들을 엮어봤습니다. 여러분께 이 글이 재밌을지는 모르겠지만 안 읽히면 넘어가면서 음악과 함께 가볍게 읽어주세요.

🎼 우리 같은 사람들 - 이고도

“어떤 사람들에게선 향기가 난대

나도 뒤에 붙어 보았지만 훔칠 수 없는 향기란 걸 알고 있지”

어디가서 나를 소개하는 자리가 있을 때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소개하곤 한다. 여기서 이야기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참 알록달록하고 다양했다. 어쩜 저렇게 재밌는 경험이 많은지 몸이 혹시 한 개가 아닌가 싶은 사람도 많다.

그러다보니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지만 ‘내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에는 어려움을 느꼈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는 내 얘기를 먼저 하기보다는 타인의 이야기에 숟가락을 얹는 식이다. 아무튼 내가 남의 얘기를 하는 성격도 아니니, 자기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는 상대와 같이 있는 자리면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머리 속에서 천불이 난다.

🪗 Colors - Black Pumas

“A good day to see

My favorite colors”

이와 관련해 겪었던 한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할까 한다. 딱 1년전 쯤 심리 상담가에게 상담을 받았을 때다. 딱히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서울시에서 청년들에게 지원해주는 심리상담 지원 제도가 있다기에 궁금한 마음에 신청을 했다. 그런데 그 때는 몰랐다. 심리 상담이 내게 얼마나 큰 시련이 될지..

상담사는 끊임없이 나에 대해 물었다. 요즘 마음 상태는 어떤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과거에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었던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등등 말이다. 덕분에 내 얘기를 해내느라 참 진땀흘렸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하루는 상담사가 내게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보이는데 힘들겠다”며 나의 노고를 인정해주기도 했다.

내가 내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하는 이유는 내 퍼스널 칼라는 '무채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태어나 학교와 집 말고 샛길로 새지 않는 평범한 학생1 말이다. 아니다. 학생1도 아니고 한 23쯤 되려나? 겪는 동안은 구성원 모두가 불행하지만 지나고 나면 가족간에 이만한 안주거리가 없는 사춘기도 겪지 않았다.(해당 사실은 사춘기 피해자가 됐을지도 모르는 엄마가 직접 내게 한 증언이니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이렇다 보니 고민이 있어도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익숙지 않아 혼자 삭히곤했다.

🥁 찬란 - 나상현씨밴드

“힘겨운 날에 견뎌낸 시간이

언젠가는 밝게 우릴 비추길”

그런데 이 달 초에 어느 북토크에 다녀온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북토크에는 네트워킹 세션도 있었는데 옆자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옆자리에는 어느 중년의 남성이 있었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내가 쌓아온 커리어를 말하게 됐다. 기자로 시작해 마케터를, 그리고 또 축구 데이터분석관 활동을 그리고 다시 마케터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는 나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그가 탄성을 내뱉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설레내요” 본인은 15년동안 한 곳에서만 일해 왔는데 나의 다양한 경험이 부럽다는 것이었다.

마침 당시 내 경력과 커리어 모든 것에 있어 자신감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을 무렵이었기에 그의 말이 내게 더 마음 속 깊숙이 박혔다.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채색이라고 생각했던 내 인생에 정말 다양한 얼룩이 묻어 있었다. 얼룩들은 빛이 나는 건 아니지만 저마다 다른 색으로 제법 화려해보였다.

🎤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 H1-KEY

“나는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삭막한 이 도시가 아름답게 물들 때까지”

그 덕에 자신감을 얻고 운영중인 영감계정에 살아온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의 포부를 풀어낸 콘텐츠를 만들어 봤다. 사실 5장 분량으로 기획했는데 쓰다보니 10장을 넘어가 오히려 줄여내느라 애먹었다.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콘텐츠는 아니었지만 응원의 댓글에 힘을 얻었으니 잃을 것 하나 없는 콘텐츠였다. 최근에 목표도 다시 세웠다. 10년 안에 내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는 것이다.

무채색의 아이콘인 검은색은 사실 모든 색을 섞었을 때 나오는 색깔이다. 혹시 삶이 무채색이라고 생각이 든다면 다시 한 번 돌아보길 바란다. 무채색인 줄만 알았던 검은색에서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다양한 색깔의 입자가 저마다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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