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모르는 당신을 사랑해서

이름도 모르는 첫번째 당신

#23. 나의 서재 소규모 프로젝트 ep.2

2024.06.07 | 조회 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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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

매주 작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 평소 애착을 갖는 물건이 있나요?

깨끗하게 빨아 햇볕에 널어두고 곱게 접어 포근한 냄새가 나는 손수건을 가장 좋아합니다. 긴장하거나 당황하면 이마나 콧잔등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올라오곤 하는데, 주머니에 뽀송한 손수건이 들어있는 날이면 그 존재 자체로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 같습니다.

 

■ 특별히 신경 쓰는 신체 부위가 있나요?

팔꿈치입니다.

건조하지 않게 바디로션을 발라주면 금세 강아지 코처럼 촉촉하게 수분을 머금는데, 그때의 분홍색 빛깔을 참 좋아합니다.

 

■ 언젠간 꼭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스카이 다이빙입니다. 그 순간만큼은 우주정거장에서 연구 중이거나 비행기에서 넷플릭스를 보고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제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요? 상상만 해도 짜릿합니다.

 

■ 평소 본인도 모르게 자주 쓰는 단어나 억양이 있나요?

'진짜'라는 단어를 진짜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짜보단 나은 것 같아서 별로 개의치않습니다.

 

■ 특히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소리가 있나요?

스티로폼 비비는 소리와 쇠를 긁는 소리를 정말 싫어합니다. 지금 쓰면서도 닭살 돋네요.

 

■  스스로 내려본 사랑의 정의가 있나요?

어쩌면 사랑은 별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창하고, 숭고하고, 심지어는 고결해 보이기까지 하는 무엇인 냥 떠 받들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평범한 모습을 띤 무언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정, 설렘, 분노, 행복, 서운함 같이, 타인과 교제하며 느낄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감정들을 뭉뚱그려 놓은 느낌. 그러한 감정들의 얽힌 모습을 명명하는 단어, 그러한 상태. 어떤 사람과는 하룻밤 동안 격렬한 감정들을 느껴볼 수도 있는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와는 오랜 시간 교제하며 느낄 수도 있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말에는 우리의 관계는 행복만을 그리진 못할 것인데, 그럼에도 괜찮겠냐는 의미를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특히 좋아하는 향기나 냄새가 있나요?

모닥불 냄새를 좋아합니다. 추운 겨울날 친구들과 깊은 산골짜기로 글램핑을 떠났을 때, 모두들 잔뜩 술에 취해 텐트에서 기어나와 모닥불을 가운데에 두고 빙 둘러 앉았던 적이 있습니다. 깜깜한 밤과 매서운 겨울산바람, 그리고 취중진담을 땔감삼아 타닥타닥 타오르던 모닥불의 냄새가 참 향긋했던 것 같습니다.

 

■ 본인만의 기분 전환 방법이 있나요?

 (1) 핸드폰과 지갑만 달랑 챙겨 집을 나섭니다.

 (2) 이어폰도 꼽지 않습니다.

 (3)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서가에 놓여진 책들 중 끌리는 책을 한 권 고릅니다.

 (4) 책을 들고 청계천으로 향합니다.

 (5) 불편한 돌 의자에 앉아 책을 읽습니다.

 (6) 지루해집니다. 울퉁불퉁한 돌 때문에 엉덩이도 아파옵니다.

 (7) 생각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술을 마십니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추신 /  글

아무 소개도 없이 그냥 질문과 답만 있는 게 옮겨 적는 입장에서도 참 어색합니다. 마치 '나는 오늘'을 적지 않고 시작하는 어렸을 적의 일기장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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