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모르는 당신을 사랑해서

이름도 모르는 마지막 당신

#26. 나의 서재 소규모 프로젝트 ep.6

2024.06.28 | 조회 1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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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

매주 작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이름이나 배경, 학력 같은 것들을 제외하고 내 소개를 하자니 입이 안 떼지더라구요. 그래서 속으로 한번 쭉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오늘 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 일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제게 선생님이 알려준 방법이에요.

저는 남 눈치를 많이 봐요. 아니면 자의식이 세다고 표현할게요. 남이 어떻게 나를 생각할까 고민하고 때론 내가 만든 '남'의 눈치를 보는 것 같기도 해요. 남들은 그보다는 제게 관심없고, 제 실수에 스스로 보다 더 둔감하다는 것을 자주 느껴요.

하지만 남을 의식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해 답답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오히려 제 눈치의 방향은 어떻게 하면 응원받고 사랑받으면서 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지 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눈치보여서 못한다거나 아쉬워한다거나 하진 않아요. 나와 내 주변이 모두 불편하지 않은 방향으로의 삶의 방식을 찾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제 자의식을 어떤 '행동의 수준을 높여주는 기준이 깐깐한 심사위원'으로 생각할 때도 있어요. 

그치만 가끔 스스로를 잃은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이런 생각을 하는데요, 저는 엄마랑 옛날 영화 이야기를 하는 그 모습이 다정하다 생각해서 옛날 영화들을 좋아한 적이 있어요. 세상에 아무도 없고 나와 그 영화만 있다면 그 영화를 사랑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치만 그런 일은 거의 없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한다는 사실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어쩌면 당연한 건데 저는 늘 이런 걸 나누는 버릇이 있어요.

또 저는 삶에 계속해서 우연성을 부여하려는 버릇이 있어요. 우연적인 것을 좋아하거든요.  내가 찾는 것은 결국 내 한계 내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삶에 우연적인 요소들을 넣어 삶을 발전시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친구의 우연한 추천 노래, 우연히 집어든 와인병, 지도에 다트를 던져 고른 다음 여행지 같은 것들을 좋아해요. 하지만 또 담이 그렇게 크진 않아서, 우연성엔 늘 따라오는 불안정성을 생각해 여러 장치들을 걸어 놓아요. 솔직히 전세계 아무데나 다 좋지 라고 하면서 화장실이 너무 열약한 곳은 은근슬적 뺀다던가, 친구에게 우연히 노래를 추천받아 듣지만 아무에게나 추천해 달라고 하지 않는 것 처럼요. 그래서 저는 늘 우연성과 안전성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는 마음으로 살아요. 둘의 비율을 어떻게 할지, 삶에서 어느정도의 변인을 통제해야 할지요.

요즘 제 관심사는 취향 찾기에요. 만들기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젠 정말 모르는 게 없는 세상에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헤매지 않겠더라구요. 그래서 나이를 핑계삼을 수 있을 때 얼른 헤매려고 합니다. 저는 세상 온갖 일에 관심이 많아요. 처음 하는 일은 늘 두려움보다 설렘이 앞서요. 근데 설렘이 보통 그렇듯이, 그 유효기간이 길지 않지만 그만큼 여기저기 사랑하는 제 모습이 다채로워 보여 좋았어요.

그런데 때론 다채로움이 무채색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낍니다. 진하디 선한 자신만의 색을 가진 사람이 부러워요. 그래서 저는 조금 너무할 순 있지만 다른 사람의 취향을 훔치는 것을 좋아해요.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의 플레이리스트를 탐내요. 물론 염치없이 굴진 않습니다. 그저 욕심일 뿐이에요.

저는 돈보다 취향이 비싸다고 생각해요. 취향은 고드름보단 종유석에 가깝게, 아주 오래 고여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하나를 진득하게 사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언젠간 누군가 내 취향을 탐내는 날을 기다립니다.

자기 소개는 늘 어려운 것 같아요. 스스로를 잘 알아야 하면서도, 잘 표현해 낼 줄도 알아야 하고, 말도 많은 성격이어야 한 것 같아요. 주절 주절 써내려 간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하루 되세요.


추신 

오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나의 서재 첫 소규모 프로젝트  <이름도 모르는 당신을 사랑해서>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나름 야심차게 기획해 보았는데, 어색하고 아쉬운 부분들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치만 신선하게, 재밌게 봐 주셨길 바랍니다. 다음 주 부터는 그 전의 나의 서재로 돌아오겠습니다. 멋진 그림도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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