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군가가 스스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전에 그 사람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시작합니다. 이름이나 성별, 외모, 학력이나 가끔은 집안 배경까지 말이죠. 저는 이런 것들을 크게 그 사람의 배경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면 알게 될 그 사람의 귀여운 습관이나 말버릇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들이 배경이라면 방금 이야기한 것들은 그 사람의 내용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 사람의 배경과 내용 둘 중 어느 것을 먼저 알고 혹은 어느 한 쪽 만을 사랑하는 것이 잘되고 잘못된 일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 그 사람의 배경을 먼저, 그리고 내용을 나중에 알게 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동자의 색이라던가, 좋은 대학교를 다닐 만큼의 똑똑한 두뇌라던가 자꾸 부르고 싶은 예쁜 이름은 충분히 그들에게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제목도 모르고 영화를 보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요.
하지만 문득 나중에 알게 될 것들을 먼저 알고 사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보통의 삶에서는 어려운 순서의 사랑을, 그러니까 이름도 모르고 그 사람을 사랑해 보는 일은 우리에게 또 다른 사랑의 감각을 깨워주진 않을까요?
6월은 이름도, 성별도, 생김새도 알 수 없는 4명의 인터뷰로 진행됩니다. 소심하고, 사소하고, 굳이 싶은 질문들에 선뜻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주는 이들에게 사랑에 빠져보는 것입니다. 그런 사랑도 결국 사랑일 것이니까요.
인터뷰를 읽으며, 편견을 없애보려 노력한다거나, 그들의 배경을 상상하지 않으려 애쓰거나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편견이 덕지덕지 붙고,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에 대한 사랑일 것입니다. 그럼 다음 주부터 시작될 익명의 이야기를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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