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도서: 경영의 실제, 제로투원, OKR, 린 스타트업, Cold Start Problem, Lost and Founder,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슈독, 타이탄의 도구들
피터 드러커라는 인물을 아시나요? 경영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우는 피터 드러커 교수는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태어난 경영학자로, 최초의 경영학을 창시한 사람으로도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드러커는 단순히 경영학이라는 학문을 창시했을 뿐 아니라, 그의 경영에 대한 관점은 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드러커의 경영에 대한 관점은 굉장히 세련되었으며, 깊이있는 내용을 다룹니다. 근원적임에도 전혀 식상하거나 뻔하지 않고, 실제 경영자 입장에서는 알고있던 경영에 대한 정의가 바뀔 정도로 실용적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외의 수많은 성공적인 창업자들이 드러커의 책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현대에서 더욱 빛을 발할 정도로 유용한 인사이트기 때문에 드러커의 가르침이 너무 오래되어 고리타분한 내용일지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필요가 없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피터 드러커가 1954년에 출간한 ‘경영의 실제 (Practice of Management)’라는 저서에 나온 주요 논점들을 설명하고, 각각 스타트업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탐구해보겠습니다. 약 70년전에 집필된 책이지만 놀랄만큼 현대에도 유의미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평소에 이름을 들어는 봤지만 시간이 없거나 실용적이지 않을까봐 읽어보지 못하신 대표님들은 10분을 투자해 경영학의 아버지의 가르침을 흡수해보세요.
혹시 더 읽고 싶은 주제가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추후 시리즈로 다뤄보겠습니다.
1. 기업과 경영
(1) 기업의 제 1목적은 이윤추구가 아니다.
1) 드러커의 관점
피터 드러커는 책의 도입부부터 기업의 존재의의는 이윤의 극대화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합니다. 드러커가 말하는 기업의 제1 존재의의는 고객창출입니다. 드러커는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할 때, 미래에 투자하지 않거나 직원을 해고하는 등 장기적으로 회사에 해로운 선택을 할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결국 기업을 경영할 때는 고객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또 한편으로 이윤의 극대화는 잘못된 목표지만, 동시에 회사라면 이익을 발생시키기는 해야한다는 관점을 고수했습니다. 이는 이윤이 기업이 지는 리스크가 타당하다는 데에 대한 증명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 리스크란 단순히 기업이 스스로 지는 리스크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자원이 배치되는 상황을 포함합니다. 국가 전체에 수많은 기업이 탄생하면 그 중 분명 망하는 기업이 있고, 망하는 기업에 투입된 자금, 고용된 인력, 연구한 기술 등 다양한 자원은 낭비되는 꼴이 됩니다. 낭비가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되는 상황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치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주주가 지는 리스크 뿐 아니라 다른 망하는 기업이 낭비하는 사회의 자원에 대해 보상하기 위해서라도 성공하는 기업은 이윤을 통해, 투입된 자원보다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바른 목표가 고객창출인 이유는 기업의 다른 모든 활동과 역량이 고객에게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드러커는 시장이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기업이 소비자의 욕망을 충족함으로써 창출된다고 말합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때로는 소비자 스스로도 잘 모르지만, 기업은 그런 욕망을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로 바꾸는 일을 합니다. 따라서 기업이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소비자 관점에서 어떤 가치를 받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소비자를 통해 이윤이 창출되며, 고용이 유지되고, 기업의 혁신이 발생합니다.
이렇듯 기업의 수많은 기능은 소비자 욕망의 충족을 통한 수요 창출이라는 목적에서 뻗어나왔기 그 모든 업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그 뿌리에 있는 고객창출을 목표로 해야한다는 내용입니다.
2) 스타트업과의 연관성
벤처 업계에서는 기업의 목적이 고객 창출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관점을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라는 전설적인 만트라로 대신합니다. 모든 것은 고객으로부터 시작되고 고객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만든다면 스타트업은 자연스레 성장한다는 관점은 실리콘 밸리에서도 매우 유명한 의견입니다.
결국 Product-market-fit으로 대표되는 이야기들은 (피터 드러커와 같이 체계적인 이론의 산물은 아니지만) 문자 그대로 고객의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으로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듯 드러커의 시장 창출에 대한 정의와 일맥상통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은 피터 드러커와 매우 유사한 관점을 고수합니다. 기술 스타트업은 유한한 자원의 효용을 계속 증가시켜 자원이 완전히 고갈되는 상황을 막고, 지속적으로 주워진 자원의 생산성을 늘리는 사회의 조직입니다. 투입된 사회의 자원보다 더 많은 결과물을 생산하는 일은 결국 자원의 효용성을 증가시키는 일이죠.
물론 차이도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의 관점은 주로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회사가 활용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스타트업 업계는 자원이 부족한 상황을 당연시하며 투자자와 인재를 설득해 자원을 취득하는 일 자체에도 높은 비중을 두는 편입니다.
(2) 기업의 핵심 기능 두가지는 혁신과 마케팅이다.
1) 드러커의 관점
드러커는 마케팅과 혁신을 기업의 유일한 두 가지 기본 기능으로 꼽았습니다. 마케팅과 혁신은 기업의 필요 조건으로, 의도적인 마케팅과 혁신 없는 단체는 기업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마케팅은 시장을 정의하고, 조사하며, 시장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릴 뿐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생산, 디자인, 영업 등 사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입니다. 즉, 마케팅은 특화된 분야보다는 소비자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일의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회사의 다른 모든 행위에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기업의 필수 요소인 이유도 기업은 소비자의 창출이 목적인 단체이기 때문에 소비자 중심의 관점 없이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필수 요소는 혁신으로, 시장에 기존보다 더 많거나 나은 재화를 제공하는 일을 뜻합니다. 세상에 혁신이 없다면 경제 전체의 재화가 성장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시장이나 경제의 성장도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사회에서는 충족되지 않은 소비자의 욕망을 충족함으로써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는 일이 불가합니다. 즉, 진정한 의미의 기업은 없고 단순히 재화를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중개상인만 존재하게 됩니다.
기업은 고객을 창출하는 존재이고, 고객을 창출하려면 필연적으로 기존에 충족되지 않는 욕망을 더 나은 재화로 충족시켜야하기 때문에 혁신은 기업의 두번째 필요조건이 됩니다. 마케팅과 마찬가지로 혁신도 단순히 제품에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혁신은 소비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일이므로 기존보다 더 나은 서비스 및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데 필요한 모든 영역 (마케팅 기법, 생산, 디자인, 영업, 운영 등)에서 필요합니다.
드러커는 이 두 가지를 기업의 기본 기능이라 부름과 동시에 창업가적 기능 (entrepreneurial function) 이라 칭합니다.
2) 스타트업과의 연관성
피터 틸과 링크드인의 창업자 리드 호프만 모두 기업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두가지를 제품과 고객 도달 방안으로 꼽습니다. 둘 모두 이 중 제품보다는 고객 도달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취합니다. 부족한 제품은 기업의 성장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아주 뛰어난 제품이 기업의 성장을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아주 뛰어난 고객 도달 능력은 기업의 직접적으로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소비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고 제대로 파는 행위인 혁신과 마케팅을 기업의 중추 기능으로 꼽은 피터 드러커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드러커는 제품과 고객 도달 방식보다 더 포괄적인 의미로 혁신과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스타트업 업계의 대가들과 드러커 모두 A) 더 나은 가치와 B) 그 가치를 전달하는 것을 별도이면서도 핵심적인 행위로 판단합니다.
(3) 경영은 목표 설정과 측정을 통해 이루어져야한다.
1) 드러커의 관점
드러커는 기업의 올바른 경영은 기업에게 필요한 목표의 달성을 통해 (Management by Objectives)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주어진 시장이나 경제 상황에 대응해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도적으로 설정하고 주어진 현실을 바꿔 회사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경영이라는 관점을 고수합니다. 즉, 수동적으로 상황에 대응하거나 현실의 제약 속에서 최선을 찾기보다 회사에게 맞는 이상적인 상태 (목표)를 정하고 어떻게든 이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경영의 올바른 방식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회사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상태는 회사의 모습이기 때문에 이런 목표들은 기업의 여러 영역을 아우르기 위해 다면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관리자 (manager)는 이처럼 회사에게 필요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관리하여 달성하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단순 관리직으로 직급이 상승할수록 실무에 쏟는 시간이 줄어들며 조직관리와 목표 설정에 투자하는 시간이 늘어나야 합니다. 즉, 회사의 최고 경영진 (C-Level)들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조직의 목표 설정에 쏟을 필요가 있습니다.
올바른 목표 설정과 대조되는 잘못된 경영 기법의 공통점은 회사가 추구해야하는 목표가 다면적이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많은 조직에서 활용하는 두 가지 경영기법과의 대조를 통해 설명됩니다.
먼저 기업 전체가 일시적으로 하나의 목표에 집중해 이를 달성하는 관성/프로젝트/위급성 (정확한 영문 번역은 Drive)를 기반으로 한 경영이 있습니다. 이 때 회사는 일정 기간 동안 위기의식을 기반으로 단 하나의 지표 또는 사업 영역에만 집중해 모든 구성원이 달리게 됩니다.
예를 들면, 전사적으로 4주간 고객 획득에 100% 집중하는 방식이죠. 피터 드러커는 이런 방식으로는 고객 획득은 늘어나도 임직원은 지치고 기존 고객의 재구매율이나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는 등 다른 회사의 핵심적인 목표를 희생하게 되기에 지속가능하지 못하다고 평가합니다. 회사의 다른 중요한 목표 뿐 아니라 미래를 담보로 굉장히 좁은 영역에 집중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는 특정 영역에 대한 무조건적인 집중으로 인해 새롭게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Drive를 걸어 악순환에 빠지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방식의 경영은 위급사항에서 이례적으로 활용해야하고, 주된 경영 방식으로 자리잡으면 회사에 장기적으로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또, 드러커는 이윤의 극대화 등 하나의 지표만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잘못된 경영이라고 주장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이윤의 극대화를 목표로 회사를 경영하는 경우, 매출을 극대화하며 비용을 최소화하는 일에만 집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R&D 삭감, 무리한 할인, 부도덕한 영업, 인원 삭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웰스파르고 은행이 단순 고객 계좌 수 성장을 목표로 추구하는 동안 고객의 동의 없이 2-3백만개의 가짜 계좌가 생성되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수천억 규모의 환불금과 브랜드 이미지의 가파른 추락으로 이어졌습니다.
2) 스타트업과의 연관성
스타트업에 대입했을 때도 조직 전체를 정렬할 수 있는 목표 체계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습니다. OKR과 같이 스타트업 계에서 유명한 경영 기법도 결국 올바르게 조직 전체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진 린 스타트업 기법도 마찬가지로 이런 목표 및 그 측정을 활용한 경영방식을 제품 레벨에서 적용합니다. 특정 지표들의 관리를 목적으로 작은 실험을 진행하며 그 결과를 측정하고 반영하죠.
그러나 스타트업 계에서는 Drive나 특정 지표의 극대화를 활용한 비정석적 경영 방식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예시는 단기간 개발을 마무리하기 위해 활용하는 개발 Sprint 방식이나, 회사의 고성장을 위해 다면적 목표 관리를 포기하고 블리츠스케일링 등의 전략으로 특정 영역에 집중해 일점돌파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되어야하는 방식이 스타트업 업계에서 자주 활용되고 가끔은 적극 권유되는 이유는 스타트업은 실제로 존재 자체가 위기상황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는 스타트업의 정의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은 창업을 "자원이 부족한 상태로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는 일"로 정의합니다. 짐 콜린스도 창업자를 논할 때, 누구도 가능하다고 예상하지 못하는 큰 결과를 누구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부족한 자원으로 이뤄내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완벽한 정의는 없지만, 널리 알려진 정의들의 공통점은 자원이 부족한 상태로 높은 목표를 추구한다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자금이나 인력 등의 자원 부족으로 위기에 자주 직면합니다. 사실 추가적인 투자 없이 회사가 망하는데 걸리는 기간인 '런웨이'를 계산해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부분의 이윤이 없는 스타트업은 매 순간이 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위기의식을 자극하는 Drive 기반의 경영을 활용하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또한 VC 투자마저도 투자한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것보다 하나의 기업이 거대한 성공을 거두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특정 성장 지표의 극대화에 올인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기업의 리스크보다는 잠재 이득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폭발적인 성장력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죠. 와이콤비네이터의 창업자 폴 그래햄은 스타트업을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고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이라 정의합니다. 이런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스타트업은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고 임직원을 고취시키기 위해 성장 지표의 극대화를 우선시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피터 드러커의 관점에서 보면 현대의 스타트업은 자원의 효율성을 증명하기 위한 최소한의 이윤도 포기하는 매우 비정상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이런 괴리가 발생합니다.
이럴 때에는 스타트업의 대표로서는 회사가 포기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확실히 인지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일 성장지표에 집중하거나 위기의식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팀을 몰아붙이는 프로젝트성 경영 모두 스타트업에 필요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언젠가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기업으로써 이상적으로 추구해야하는 목표들을 설정해보고 이를 조직이 커짐에 따라 회사의 경영방식에 점점 편입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즉, 스타트업이 주로 포기하는 운영적 효율성이나 수익구조 등의 목표가 처음에는 고르게 추구되지 못하더라도, 일찌감치 진지한 목표로 관리되어 인원과 자금이 늘어남에 따라 이런 목표들을 실현할 수 있게 조직의 구조를 바로바로 확장 및 재배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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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안 읽고 아는척하기 (후편)
2. 탈 중앙화된 조직
3. 인재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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