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를 잘못 만들지 않는 비법

창업자에게 가장 헷갈리는 제품 개발 딜레마

2022.06.29 | 조회 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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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스타트업 전용 공략집

이 뉴스레터는 상위 1% 스타트업을 위한 공략집을 지향합니다. 창업 경험이 전혀 없으시거나 기본적인 내용을 찾는 창업자보다 어느정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계신 대표님께 적합한 내용을 담습니다. 실용적인 내용을 전달하는데 집중하며, 뻔하거나 두루뭉술한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참고 문헌: Continuous Customer Discovery, 스프린트, 린 스타트업, 토스 유투브 PO SESSION, 언카피어블, 린 애널리틱스, Productize, 삶의 12가지 법칙, Category Creation Toolkit, Cold Start Problem, 타이탄의 도구들, The Heart of Business

 

오늘은 제품 개발과 개선의 과정에 꼭 도움이 되는 비법들을 다뤄보겠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고 수많은 대가들의 이야기를 잘 정리해 하나의 거대한 패턴으로 엮어봤습니다. 필요한 부분을 알맞게 활용하시고, 질문 사항이나 의견은 언제든지 댓글에 남겨주세요!

 

혹시 질문이나 더 읽고 싶은 주제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에 남겨주세요. 추후 시리즈로 다뤄보겠습니다!

 

1. 우리 제품의 본질 가치는 무엇일까?

 

(1) 이 고민이 어려운 이유

"우리 회사 제품의 본질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창업자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보셨을겁니다.

이런 질문에 대한 고민이 흘러가는 방식은 비슷합니다. 제품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소비자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고,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시간을 아끼거나, 불편함을 줄여주거나, 돈을 벌게해주는 등 몇 가지의 뻔한 이야기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런데 '불편함을 줄여주는 것도 시간을 아껴주는 것은 아닌지', '돈을 벌게 해주는 것도 결국 돈 버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나 자원을 절약해주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모든 일이 시간과 자원을 절약해주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며 모든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가 다 거기서 거기처럼 느껴집니다. 나중에는 이런 방향의 생각이 회사의 미래에 큰 도움이 안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막막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혹시 한 번쯤은 경험해보셨나요?

창업자들은 흔히 이쯤에서 생각의 흐름을 바꿉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의 근원부터 찾기보다는 현재 비슷한 업계에 있는 다른 업체들과 비교해 자신의 제품의 특장점을 위주로 소비자 가치를 정리하거나, 유저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등의 방식으로 각 회사의 가치 제안을 정리하죠.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판단을 내릴 경우 회사가 본질적으로 고객에게 '줘야 되는' 가치보다 이미 제공하고 있는 가치들이나 경쟁사들이 제공하고 있지 않은 부분에만 집중하게 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위의 사고는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바로 회사의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하는 본질적인 가치가 회사의 유니크함을 가르쳐준다고 착각했다는 점입니다.

제품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가장 큰 의의는 회사의 유니크함을 찾는 데 있지 않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한 우선순위와 제약을 찾기 위함입니다.

제품의 경쟁 우위나 독특한 차별점 및 정체성은 제품이 속한 카테고리나 핵심 가치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즉, 회사가 집중해야 하는 가치가 곧 유니크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고민을 통해 설정한 제품의 본질적인 가치는 추후 제품의 진화 방향의 제약 사항 또는 틀로 작용해야 됩니다. 제품의 유니크함은 그 기본적인 틀을 가정으로 삼아 따로 뽑아내야 하는 것입니다.

제품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고민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부분 이 순서를 반대로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회사 제품의 본질적인 가치가 유저의 시간을 절약해주는 것이라면 이에 최대한으로 집중하는 당사만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제품의 유니크함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업계에 따라서는 제품의 본질 가치 자체가 유니크함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간편 투자 플랫폼들이 나오기 전에 투자 시장의 모든 제품은 고객에게 더 큰 금전적 이득을 제공하는 데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렇지만, 로빈후드가 처음 등장할 때는 훨씬 짧은 시간에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에 유니크한 가치를 제공했습니다.

그렇지만 제품이 제공하는 본질적인 가치가 꼭 그 회사의 유니크함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둘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이 고민이 필요한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유니크함을 뽑기 위한 필수 재료가 바로 올바른 카테고리입니다. 인간의 뇌는 패턴을 발견함으로써 사물 간 비교를 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사물을 먼저 비슷한 그룹으로 나누어 생각하게 하는 심리적 카테고리는 차이를 발견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입니다. '분석'이라는 단어 자체도 나누어 쪼갠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따라서, 제품의 유니크함을 찾을 때도 제품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보편적인 카테고리를 먼저 도출해야 합니다. 그 카테고리의 범주 내에서 회사가 전달하려는 본질을 유니크하게 풀어내는 것이 반대보다 훨씬 예측 가능하며 쉽습니다. 

가끔은 유니크한 제품의 모습이나 형태부터 영감이 떠오르고, 그 뒤 그림이 맞춰지거나 고민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방식으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한 경험을 창업자들이라면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훨씬 안정적인 순서는 회사가 제공하려는 본질적인 가치의 카테고리를 먼저 정한 뒤, 이를 기준으로 제품을 구현할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제품이 유니크하게 더 잘 풀 수 있는 문제 영역과 구현 방식은 자연히 떠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전 아티클에서 설명해 드렸지만, 해결하려는 문제에 대해 먼저 고민하는 것이 해결책부터 정하고 역으로 문제에 대입해보는 방식보다 대게는 효율적입니다. 

 

(3) 본질적인 가치의 카테고리

이때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일은 카테고리를 잘 나누는 것입니다. 충분히 본질적이지 않으면 모든 일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으로 삼기 어렵고, 너무 깊게 파고들면 이 세상 모든 제품이 다 똑같아 보이면서 구분이 의미 없어집니다. 충분히 깊이가 있음에도, 유의미한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의 본질적인 가치는 몇 가지 종류가 있을까요? 

이에 답하기 위해서 저는 인간 행동의 본질에 대해 먼저 생각했습니다. 구조적으로 인간의 모든 행위에 꼭 수반되는 두 가지의 결과는 결국 경험과 비용 지불입니다. 사람은 매 순간 끊임없이 경험을 하며, 주로 긍정적인 경험을 찾고 부정적인 경험은 피합니다. 무료거나 노력 없이 즐길 수 있는 경험도 있지만, 그런 경험에도 시간이라는 재화는 무조건 활용됩니다.

따라서, 기업의 제품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본질적인 가치는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릴 수 있습니다: 시간 절약, 금전적 이득, 긍정적인 경험.

 

1) 시간 절약

시간 절약이라는 가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을 더 간략한 다른 과정으로 대체한다는 뜻입니다. 즉, 고객이 원하는 결과 값은 같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토스의 간편 송금 기능은 송금이라는 똑같은 결과를 위해 기존의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기 때문에 시간을 줄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기다림의 과정을 생략해주는 서비스가 전부 시간 절약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시간을 줄여주는 것 같아도 똑같은 목표를 위한 과정을 더 짧은 다른 과정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쓸모없는 데 사용되는 시간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유 시간에 해당하는 기다림은 줄여줘도 시간 절약이라는 가치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쿠팡의 로켓 배송이 꼭 시간 절약은 아닙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다른 목적을 위해 활용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긴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도착하기 전까지 지속적인 고통을 발생시킨다면 로켓 배송이 시간을 절약해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쇼핑의 경우 배송 시간 동안 충분히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이를 줄여준다고 해도 소비자가 활용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의 양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시간 절약이라는 가치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마켓컬리의 장보기를 대체하는 새벽 배송이나 배고플 때 식당까지의 이동을 대체하는 배달 서비스는 시간 절약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똑같은 음식을 먹거나 준비하기 위해 어차피 장을 보러 가거나 식당에 방문하는 이동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이커머스 사업이 처음 생겼을 때는 시간 절약이라는 가치를 제공한 것이 맞습니다. 똑같은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이동과 비교에 소비되는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일단 배송이라는 체계 자체가 보편화된 뒤에는 배송 시간이 더 줄어든다는 것은 비직관적이게도 시간 절약이 아닌 후술할 다른 가치의 일부입니다.

만약 헷갈리신다면 "소비자의 여유시간을 늘려주는가?" 라는 질문을 고려해보시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소비자가 다른 경험에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면 이는 시간 절약이라는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입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다른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일 확률이 높습니다.

 

2) 금전적 이득

금전적 이득이란 말 그대로 서비스나 제품이 이용자에게 금전적인 이득을 제공하는 것을 뜻합니다.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매출 증가, 원가 절감 등이 있고 개인에게는 가격 감소나 수익 창출 등이 있습니다. 금전적 이득이라는 가치는 비교적 그 의미가 명확한 편입니다. 최저가 비교나 부업 플랫폼 등이 이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에 해당합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이라면, 너무 꼬아서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기개발서가 직무 관련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미래의 소득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자기개발서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근원적 가치를 금전적 이득이라고 정의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여기서 금전적 이득이란 시간의 소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입을 증가시키거나, 똑같은 경험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절감시키는 직접적인 가치를 의미합니다. 즉, 이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은 시간 절약과 마찬가지로 다른 경험을 위해 지불할 수 있는 금전을 증가시킵니다. 너무 복잡하게 꼬아서 생각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만약 "우리의 제품이 고객에게 금전적인 이득을 제공하는가?" 라는 질문이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높은 확률로 이 카테고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3) 긍정적인 경험

긍정적인 경험을 주는 제품은 소비자가 무언가(시간 또는 금전)을 소비해 원하는 경험을 얻게 해줍니다. 이 경우, 경험 자체가 무료라고 할지라도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은 무조건 소비하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유튜브 콘텐츠나 SNS 플랫폼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에는 끝이 없지만, 분야가 다르더라도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모든 업체는 소비자의 시간이라는 한정된 재화를 두고 경쟁하기 때문에 고객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요즘 유행하는 SNS 플랫폼이나 게임 등 콘텐츠는 사용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여전히 영화나 일부 콘텐츠는 경험하는 데 시간과 동시에 비용을 받지만, 그만큼 제작 비용도 높습니다. 이런 경험을 위해서는 시간이라는 기본 비용을 지불해야 되기 때문에 아주 우수한 경험을 제공해야만 사람들이 돈까지 지불하기 때문이죠.

 

이렇듯 제품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세 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세 가지의 조합이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콘텐츠 커머스의 경우 기존의 제품을 찾고 비교하고 구매하러 가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여주며, 동시에 가격도 비교해 금전적인 이득도 제공하고, 그 자체로 재미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경우는 한 번에 여러 가치를 제공하기 시작한 경우는 아니고, 한 가지의 가치로 경쟁 우위를 얻기 어려워지자 다른 가치를 제공하기 시작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이커머스 시장의 가격 비교가 무의미한 수준으로 평준화 되어버리자 (이미 0 to 1을 통해 시장이 생겨버리고 경쟁자가 늘어난 뒤) 위메프와 같은 플랫폼들은 새롭게 긍정적인 경험이라는 가치를 차별점으로 삼기 위해 콘텐츠 커머스를 새롭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이미 특정 가치가 대체품에 의해 충분히 충족되기 때문에 새로운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지, 제품이 처음부터 여러 종류의 가치를 균등하게 제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아까 논의한 로켓 배송 같은 예시도 그런 새로운 경험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다리는 과정이 여유 시간을 침범하지 않고 어떤 행위에 들어가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면, 빠른 배송은 사실 원하는 긍정적인 경험(제품의 사용)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 경우 물건의 제조사가 아닌 쿠팡도 구매자의 긍정적인 제품 사용 경험에 일조하는 것이죠.

이렇듯 기업은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점점 새로운 가치들을 제품에 추가적으로 제공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고객을 점유하고 경쟁사에 비해 앞서가고자 차별점을 부각시켜야하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넷플릭스가 처음 시작할 때는 다른 수많은 콘텐츠를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금전적 이득을 고객에게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다른 OTT 플랫폼들과의 차별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아예 새로운 경험을 오리지널 콘텐츠나 독점 공개로 제공하기 시작했죠.

 

(4) 우리 제품이 제공해야 할 본질적 가치를 알았다면 뭘 해야 될까?

위의 기준에 맞게 자사의 제품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또는 제공하려는) 본질적인 가치를 찾아냈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핵심은 집중입니다.

이전 아티클(혁신의 공식이 있을까?)에서 다뤘지만,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혁신은 Order of Magnitude, 즉 10배의 가치를 제공하는 급진적인 혁신이며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0 to 1을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시장에서 제공되지 않는 새로운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정론입니다.

처음 제품을 기획하거나, 제품을 개선할 때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부족한 하나의 가치 제공에 극도로 특화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너무 많은 것을 한번에 하려고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리소스가 부족한 스타트업이 그런 시도를 했다가는 결국 제품이 제공하는 모든 가치가 다 애매하게 되어 0 to 1 또는 10배 이상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아직 초기의 제품이라면 한 종류의 가치에 집중해주세요. 그리고 제품이 제공하는 이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데 (10배 또는 없던 가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해주세요. 50분 걸리던 쇼핑을 5분으로 줄여주거나 스스로 웹사이트를 만들어 파는 것에 비해 장기적으로 10배의 가치를 제공하거나, 이 전에는 이득이 되지 못하던 시간에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등 다양한 방안이 있겠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근원적인 가치를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유니크함은 자연스레 만들어집니다. 물론 이런 유니크함은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점점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 경우에는 새로운 종류의 가치 또는 같은 카테고리의 가치를 다른 지점에 제공해야 될 수도 있지만, 일단은 하나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제품 역량을 집중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2. 사실 순서는 거꾸로야 바보야

힘들게 만든 제품을 실제 유저에게 공개할 때는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이시나요? 많은 스타트업이 먼저 유저를 최대한 늘리고, 이렇게 유입된 유저들이 한번은 시도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며, 그 다음에 들어온 유저들이 제품에 갇히도록 리텐션(재사용률)에 집중합니다. 왜냐하면 유저나 매출이 상승하는 등 제품의 인기를 보여줘야 투자를 받거나, 팀원을 모으기 쉽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순서는 반대가 되어야 합니다. 들어온 유저가 충성 유저가 될 수 있는 리텐션(재사용률)을 먼저 개선하고, 트래픽 중 활성 유저가 되는 비율을 그 다음에, 유저 유입을 맨 마지막에 개선하는 것이 정석이죠.

근데 왜 다 반대로 할까요? 가끔은 제품에 자신이 있거나 속도를 내야만 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PMF(Product-market-fit)를 찾기 이전의 스타트업은 불안해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제품 개선 순서를 반대로 가져가야 합니다. 즉, A/AR/RR (Acquisition, Activation Rate, Retention Rate)이라는 순서로 지표를 개선할 것이 아니라, RR/AR/A 순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리스크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명확합니다.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일을 할 때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단계들이 가장 많이 의존하는 단계부터 처리하는 것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우에는, 본질적으로 사용자가 가치 있다고 느끼는 지가 제일 중요하겠지요. 만약 제품이 유저에게 가치를 주지 못한다면, 마케팅을 아무리 잘해도 욕을 먹거나 힘들게 얻은 유저들이 다 빠져나갈 것입니다. 그 다음, 유저가 유입된 뒤 한번이라도 제대로 사용해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2명 중 1명은 회원가입이 번거로워 앱을 다운 받은 뒤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는다면 유입된 유저의 풀이 낭비되는 것입니다.

앞의 두 단계를 손 본 뒤에야 고객의 유입을 늘리는 것이 정론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야 유저 유입에 들어가는 자원이 낭비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갖고 시작할 수 있죠. 실제로 유저 유입을 위한 광고나 마케팅 비용은 유저 수가 증가함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식당으로 비유를 들자면, 일단 식당의 음식이 맛있는지 확인하고, 사람들이 일단 한번 식사해보는데 망설임이 생기지 않도록 인테리어와 입구를 잘 꾸며 놓은 뒤, 사람들을 모으는 순서가 반대보다 더 효율적인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게 시작하라 또는 진정한 팬(True Fan)을 먼저 확보하라는 말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바이블처럼 전해져 내려옵니다.

그러면 올바른 순서로 제품을 개선하는 일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1) RR 재사용률

아마 Retention Rate, 즉 재사용률을 측정할 때 측정 기간을 얼마로 잡아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실 텐데, 모두에게 적용되는 명쾌한 정답은 없다는 점부터 말씀드립니다.

회사나 속해있는 업계마다 올바른 측정 기준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정확한 과학은 없습니다. 처음에는 잘 모르시겠다면 업계 표준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전략입니다. 너무 길게 고민하지 마시고, 일단 하나를 잡아서 수정해나가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만약 한 달 단위의 Retention이 당사의 제품에 맞지 않는다면 MAU 대신 DAU를 활용하는 등 지표는 일단 트랙킹을 시작한 뒤 유의미한 수치가 될 수 있도록 기준을 바꿔나가시면 됩니다.

재사용률의 핵심은 일단 마케팅 없이 일정 수치에 수렴시키는 일입니다. 유입된 유저가 활성 유저로 남는 비율(Retention Rate)이 일정해지는 시점까지 RR을 개선하셔야 됩니다. 

초반에 대규모 예산을 소모해 유저부터 모으기보다는 Retention Rate을 증가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제품의 유용성을 끌어올리시기 바랍니다. 

 

효과적으로 Retention Rate을 끌어올리는 방법 중에 한 가지는 유저의 Aha Moment (아하! 하게 되는 순간)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아하 모먼트는 유입된 유저가 제품의 가치를 실감해 충성 유저가 되는 순간을 뜻합니다.

이를 찾아내는 방법은 X를 Y기간 내에 Z회 하면, 한 사람은 대부분 충성 고객(회사가 바라는 방식으로 활동하는 유저)이 되는 공통적인 XYZ 행동 패턴을 찾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잘 알려진 페이스북의 아하 모먼트는 가입한 지 10일 안에 7명의 친구를 추가할 경우 충성 유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페이스북은 초기에 회사의 모든 여력을 집중해 아하 모먼트를 최대한 많은 유저에게 선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연락처 연동이나 친구 추천 등의 기능이 생겨났죠.

아하 모먼트의 핵심은 XYZ를 경험한 유저의 대부분(95%)이 헤비 유저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 때, 유의할 점은 단순히 헤비 유저의 공통점을 찾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가령, 헤비 유저 대부분이 A라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A가 곧 아하 모먼트는 아닙니다. A라는 행동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 헤비 유저가 되는 경우에만 A를 아하 모먼트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즉, 아하 모먼트가 아닌 방식으로도 충성 유저가 된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헤비 유저간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헤비 유저들이 띄고 있는 행동 패턴 중, 헤비 유저가 되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 행동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헷갈리신다면 다음의 과정을 따르시면 좀 더 쉽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1) 헤비 유저들이 띄는 공통 행동들을 골라낸다. 이 때 공통 행동은 모든 헤비 유저들에게서 보이는 행동일 필요가 없고, 일부의 헤비 유저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행동이어도 상관 없습니다. 그런 행동들을 위에서 설명한 XYZ의 형식으로 뽑아주세요.

2) 그 행동들 중 이탈 유저가 거의 없는 행동을 고른다. 위의 방식으로 찾아낸 XYZ라는 행동 패턴 중, 거의 헤비 유저들만 보이는 행동 패턴을 뽑아내시면 됩니다. XYZ를 경험한 유저 대부분이 헤비 유저가 되는 행동을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3) 아하 모먼트가 말이 되는지 체크한다. 단순히 숫자나 데이터 뿐 아니라, 실제 인과 관계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성적으로 말이 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들어온지 10일 이내에 7명의 친구를 찾는다면, 아는 사람들과 일주일에 몇 번 정도는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되겠죠. 이를 통해 유저가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가치를 느끼고 충성 유저가 될 수 있겠다는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합니다.

핵심은 헤비유저에게는 보이지만 이탈 유저에게는 없는 행동 패턴을 찾는 것입니다. 

만약 아하 모먼트를 만드는 XYZ를 찾으셨다면 이를 다른 유저들도 경험할 수 있도록 실험을 통해서 제품을 개선하시면 됩니다. 일반적인 제품 개선 과정처럼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며 유저도 인터뷰하고 제품을 업데이트하시면 됩니다.

아하 모먼트를 찾아내는 일의 또 다른 장점은 재사용율의 증가 뿐 아니라 회사가 하나의 목표 하에 단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XYZ로 이루어진 아하 모먼트를 최대한 많은 유저에게 경험시키기 위해 팀이 단결할 수 있다는 점은 우선순위와 팀의 정렬을 두고 고민하는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RR을 끌어올리기 위해 실험하실 때는 AB테스트가 가장 깔끔하고 좋습니다. 기존의 안과 새로운 해결책을 비교하는 것이죠.

그렇지만 사업 초기에 시간과 리소스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A/B 테스트를 위해 시간을 무한정 보내는 것보다는 일단 업데이트를 하고 업데이트 이전의 수치와 비교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한번에 하나의 개선만을 추구하고, 시즌을 심하게 타거나 마케팅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실험이 성공적이었는지 정도는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했을 때 A/B 테스트가 어려울 수는 있지만 측정과 비교 자체를 통으로 건너뛰시면 안됩니다.

유저 유입을 먼저 신경쓰지 않는 것은 맞지만, 어느 정도 유저의 유입이 있어야 실험이나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강박적으로 지금 마케팅은 안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이 단계에서는 최소치만 한다는 생각을 가져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저도 Carrying Capacity 관련 내용을 봤습니다만, retention rate가 유저의 수에 따라 달라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하는 플랫폼들도 있고 유기적인 유저 유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Retention Rate을 언제까지 개선할지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재사용율은 일단 높을수록 좋지만 최소 20% 이상의 어떤 수치에 수렴하는 시점까지는 다른 요소보다는 재사용율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2) AR 활성화율

Activation Rate은 유저의 온보딩 프로세스에서 정해진 단계를 완수하는 비율을 뜻합니다. 즉, 아직 활성화가 되기 전의 총 유저 중 활성 유저가 되는 단계를 지나는 비율을 뜻합니다. 

활성화율을 개선하는 과정은 장애물을 제거하는 과정으로 보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즉, 회원 가입 단계나 서비스를 시도해보는 단계 중 유저의 이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단계부터 개선해주세요. 단계를 삭제하거나 간략화할 수도 있고, 서비스를 시도해보도록 유도하는 문구를 추가하거나, 쿠폰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면, 만약 상당 수의 유저들이 첫 단계부터 튕겨나간다면, 앱에 에러가 있거나 타겟팅이 잘못되었을 수 있으니 근본적인 에러 검수와 마켓팅 캠페인의 타겟팅을 확인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듯 활성 유저가 되는 과정의 단계를 나눠서 전환율을 측정하고 문제가 큰 단계부터 고치는 접근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이 때에는 A/B 테스트를 잘 활용하시는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AR을 개선할 시점이라면 동시에 진행중인 다른 실험들이 너무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전처럼 한번의 업데이트로 빠르게 대충 넘어가는 방식은 점점 개선의 효과를 측정하기 어려워집니다.

 

(3) A 유저 획득

유저 획득 (Acquisition)을 향상시키는 작업은 어떤 것일까요? 여기에는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유저획득비용(CAC)를 낮추는 작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케팅 예산이 0인 기업은 없지만, 유저 당 평균 마케팅 비용이 낮을수록 좋은 것은 당연한 얘기입니다.

CAC를 낮추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바이럴 지수를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바이럴 지수는 흔히 커뮤니티에서 돌아다니는 게시물로 대표되는 바이럴 캠패인이 아닙니다. 바이럴 지수는 평균적으로 유저 1명이 끌어오는 추가적인 유저의 수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평균적으로 2명 중 1명의 유저가 친구를 한 명 서비스에 유입시킨다고 가정했을 때, 바이럴 지수는 0.5 입니다.

바이럴 지수는 자연스럽게 마케팅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수학적인 이유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바이럴 지수가 0.5라면 100명의 유저를 마케팅으로 확보했을 때 이 중 50명이 친구를 한 명씩 초대해 추가로 50명이 들어오고 이렇게 들어온 50명 중에 또 절반에 해당하는 25명이 추가로 들어오고, 여기서 또 12명, 6명... 이런식으로 바이럴 지수는 마케팅의 효율을 증폭시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1/(1-바이럴 지수)가 마케팅으로 유입된 숫자에 곱해지게 됩니다. 바이럴 지수는 마케팅의 효율을 증폭시킨다는 것입니다.

특히, 특정 시점에는 바이럴 지수가 1이 넘을 때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100명의 유저를 유입시켰다면, 이들이 알아서 100명 이상의 유저를 유입시키고 또 그 추가 유저들이 100명 이상을 불러오는 무한 선순환 구조가 생기게 됩니다. 물론, 언젠가 다시 바이럴 지수는 1 이하로 내려오게 됩니다. 그렇지만 바이럴 지수가 1 이상인 기간에는 폭발적인 성장이 이루어지니 바이럴 지수를 잘 트랙킹하고 관리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링크드인 같은 경우는 이런 바이럴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SNS 중 최초로 이메일 주소록 전체를 복사해오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합니다.

UX나 리워드로 초대를 유도할 수도 있지만, 제품의 기능에 바이럴 자체가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슬랙이나 ZOOM 같은 SaaS 제품의 경우, 한 유저가 사용 과정에서 자연스레 다른 유저를 유입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Acquisition (유저 유입)은 맨 마지막에 신경 써야 하지만, 플랫폼 서비스들 같이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유저의 수가 Retention Rate (재사용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자본을 투자해 유저를 유입시키는데 자원을 소모하거나, 타겟팅을 아주 작게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유저의 네트워크는 사실 하나의 큰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작은 유저 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사실을 활용해 처음에는 아주 작은 마이크로 네트워크 내의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네트워크의 밀도가 높아 유저의 수가 엄청나지 않더라도 서비스가 가치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은 전세계 유저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대신 하나의 캠퍼스에서 시작했습니다.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페이스북이 시작했다면 그 안에는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작은 캠퍼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유저를 받기 시작하면 그 안에선 몇 명이라도 "친구"를 맺을 수 있는 지인이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작게 시작하라는 만트라(참고: 스타트업을 제대로 작게 시작하는 법)가 작동하는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타겟을 하나씩 집중 공략하는 일은 네트워크 효과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실 때도 효율적인 전략입니다. 비슷한 그룹 안에서 바이럴이나 소통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타겟팅을 명확하게 설정해 해당 그룹을 가능한 만큼 점령하는 방식이 권장됩니다.

참고로 마케팅을 통해 유저를 획득하는 비용이 충분히 낮은지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유저획득비용(CAC)을 LTV와 비교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LTV는 한 명의 유저가 비활성 유저가 될 때까지 회사에 평균 얼마 정도의 가치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수치입니다. 즉 유저가 회사에 벌어다주는 매출이 유저를 확보하는 비용보다 많다면 (CAC<LTV) 이는 장기적으로는 그 가격에 유저를 유입시키는 것이 이득이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건 당 계약 금액이 큰 비즈니스라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고객을 직접 영업해도 상관이 없겠지만, 개별 유저가 회사에 가져오는 가치가 적다면 영업과 같은 방식보다는 광고, 타겟팅, 바이럴을 잘 조절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물론 광고로 설득하기 어려우면서, 그렇다고 영업하기엔 수지타산이 안 맞는 애매한 금액 대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100만원 정도의 금액은 유저가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쉽지 않지만 영업을 하기에도 애매한 수치입니다.

이 때는 효율적인 타개책들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구독 모델을 통해 회사에 지불하는 금액이 작아보이게 만들어 단순 광고로 구매하도록 유도하거나, SaaS의 경우 Expand-and-Land라는 전략처럼 소수의 실무자를 마케팅으로 끌어들인 뒤 서서히 조직 내 유저풀을 늘려 직접 조직과 협상해 큰 계약을 따내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3. 이걸 도대체 어떻게 계속하라는 거지?

 

(1) 이 과정은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본질적인 가치를 고민하고 제품을 개선하는 과정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소비자가 하나의 거대한 집단이 아니라, 여러 소비자 군으로 나뉘어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어떤 하나의 소비자 군을 점유하더라도, 추가적인 소비자 군을 점유하기에는 현존하는 제품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고, 가치가 없을 수도 있으며, 잘 통하던 기존의 유저 획득 방식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다른 소비자 군을 타겟팅 할 때는 다시금 소비자에게 전달할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재고해보거나 제품의 여러 요소를 개선해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변을 감지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위에서 설명한 지표들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하나의 소비자 군이 포화되었거나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고객 군을 건드려 유입시키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듯 지표의 급격한 변화가 있을 때를 유의해주세요.

두 번째 이유는 경쟁자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서비스가 유명해질수록 너도나도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에는 없던 시장에 0에서 1의 가치를 제공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장점이 없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 유저의 선점이 경쟁 해자에 중요하다면 자금을 최대한 확충하고 효율보다 속도를 우선시하는 블리츠스케일링 전략을 (참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유저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실 수도 있습니다. 세 가지의 본질적인 가치 중 다른 종류의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확충할 수도 있고, 같은 종류의 가치여도 전혀 다른 방법으로 추가 제공하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식당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더욱 치열해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간 절약이라는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가령, 더욱 빠른 프리미엄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식자재를 구매하러 가는 시간을 절약해주는 식재료 배달 서비스를 런칭할 수 있겠죠.  

 

(2) North Star Metric 우리들의 북극성

늘 새로운 제품의 개선이 일어나야 한다면 바뀌지 않는 축은 없을까요? 평생 바뀌지 않을 수는 없지만 꽤 오랜 기간 회사가 바라볼 수 있는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North Star Metric (NSM)이라고도 불리는 북극성 지표입니다. NSM은 회사의 장기적인 성공을 점칠 수 있는 지표로 정말 헷갈릴 때 모두가 몰두할 수 있는 지표를 뜻합니다. Aha Moment도 이런 북극성 지표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NSM 지표는 몇 가지 특성을 갖고 있는데,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반영해야하고, 매출 또는 회사의 성장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선행), 특정 변화의 결과로써 측정이 가능해야 됩니다. 이 세가지 조건이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겠습니다.

1)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의 반영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반영한다는 의미는, 회사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증가함에 따라 지표가 향상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슬랙이 소비자에게 가치를 많이 제공할수록, 슬랙을 더 자주 쓰거나 메시지를 더 많이 보낼 것입니다. 정말 많은 소비자에게 큰 가치를 줄수록 이런 지표들은 점점 향상되겠죠. 이처럼 NSM은 회사의 제품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의 양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2) 매출 또는 회사의 성장을 예측

회사의 성장이나 매출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 지표가 좋은 NSM입니다. 왜냐하면, 후행 지표의 경우에는 이미 회사의 성장이나 매출이 변화한 뒤에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구독 모델을 가진 제품에서 재사용률은 NSM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구독을 연장하거나 해지한 후의 시점에 재사용률이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구독의 연장이나 해지를 예측할 수 있는 사용시간이나 사용량과 같은 선행 지표가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 경우, 이런 선행 지표만 개선하면 하면 자연스레 회사가 성장하거나 재구독률이 증가할 것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선행 지표는 결과를 모니터링하기보다는 행동으로 결과를 바꿔낼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에 훨씬 더 지표를 기반으로 행동하기 (actionable) 좋습니다. 북극성을 축으로 길을 찾듯이, NSM 지표가 제 기능을 하려면 지표를 올리는 것으로 회사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특정 변화의 결과로써 측정 가능

제품이나 마케팅 등 특정 변화가 일어났을 때 그 결과로써 측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지표가 도출되는 공식이 있고, 이 공식의 각 요소들을 조정함으로써 지표가 변경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한 달간 총 사용시간이 NSM이라면 NSM은 유저의 수 X 사용 시간입니다. 이 때 유저의 수는 기존 유저 + 새로운 유저로 정의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총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기존의 유저의 사용시간을 늘릴 수도 있고, 유저의 수를 늘리수도 있으며, 새로운 유저가 아하 모먼트를 경험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사용시간을 늘릴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어떤 행위를 통해 어떻게 NSM이 개선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명확히 회사의 각 팀 및 직원이 하는 행위가 NSM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준들에 부합하는 NSM을 설정하고 관리함으로써 지속적으로 프로덕트를 개선해나가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 팀이 집중할 수 있는 북극성과 같은 지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3) 성장 동력은 결국 둘 중 하나

물론 지속적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제품을 개선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렇지만 큰 틀에서는 제품의 성장 동력이 결국 두 가지 중에 하나라는 것을 인지하면 조금 더 명확해집니다: 1) 회사는 지속적으로 기존 유저의 가치를 증가시키거나, 2) 새로운 유저를 얻어야 합니다.

기존 유저들의 가치를 올리는 것은 직접적으로 매출이 증가하도록 새로운 상품을 판매하거나 더 높은 티어의 멤버십으로 유저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방식과, 유저의 활동이 증가하도록 Retention Rate이나 사용 시간을 증가시키는 방향입니다.

결국 유저에게 제공할 수 있는 3가지 종류의 본질적인 가치 중, 기존에 집중하던 가치를 더욱 강화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추가하고, 이를 위한 기능이나 서비스를 새로운 프로덕트처럼 취급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새 기능의 Retention Rate, Activation Rate, Acquisition을 또다시 측정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반대로 새로운 유저를 유입시키는 일은 회사의 서비스나 제품이 충분히 다른 소비자 군에게도 효율적으로 가치를 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새로운 타겟을 설정해 그 타겟을 위한 RR, AR, A를 개선하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성장할수록 이 과정이 쉬워집니다. 왜냐하면 이미 여러 그룹의 소비자에게 가치를 주고 있다면 제품이 충분히 발전해 이미 그 다음 그룹에게는 바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상태일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타겟을 빠르게 모을 수 있는 Acquisition 채널과 마케팅이 더 중요해집니다.

특히 B2C 제품일수록 사람들의 니즈가 비슷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거의 하나의 거대한 그룹을 끌어들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B2B 비즈니스도 하나의 섹터를 성공적으로 잡았다면, 결국 다음 섹터의 고객들을 유치하는 데 리소스는 보통 훨씬 적게 소모됩니다. 

 

 

프로덕트 개선의 과정은 정말 끝이 없고, 쉽지 않은 일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수많은 선배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은 최선의 원칙들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 설명된 패턴이 여러분의 프로덕트 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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