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가을
온형근
기대지 않아도 쳐다볼 때 싱그러워
말간 오솔길 누구의 빗자루가 쓸고 갔나
한없이 무탈하게 쳐다보다 발목 꺾인다.
화려하여 눈부시다더니 찬이슬 맞고서야
이승의 한때 더 이상 내 놓을 게 없다고
속울음 삼켜 햇살로 진기 끌어올려 내뿜는
고마움 철철 넘치는 찬란한 가을 만끽
-2022.10.8.
작가의 한 마디
누군가 쓸고 간 듯 말간 오솔길을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발목을 다치기도 한다. 화려하다던 풍경도 서리를 맞고 나면 이 세상에 아무것도 남길 게 없다는 걸 깨닫는다. 하지만 속울음을 삼키고 햇살로 생기를 끌어올려 감사함이 넘치는 찬란한 가을을 만끽한다. 순간의 아픔도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로 승화되는 것, 그것이 조원동 원림이 선사하는 깨달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