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마당
온형근
산길, 오솔길, 송간세로를
마당 쓸 듯 선명한 빗자루 자국 파임
뉘라서 싸리비 굵기를 골 패도록 시전했을까
밟혀서 단단해진 길바닥을 긁어내는 존재감
매일 지나면서 그이의 공덕을 가늠한다.
신탁이 아니고야 신출귀몰의 빗자루질을
갈수록 소롯길이 조금씩 넓어 보이는 것도
좌우로 휘두르는 빗자루의 원지름 커져서일까
혼자 쓸다 한 사람이 늘었을까
서리 내린 날이나 눈 내린 날 미끄러질까 봐
가을바람에 휩쓸린 낙엽 뭉쳤을 때 곤두박질 마라고
쨍쨍한 가을볕 날카로운 햇살 뚫은 정갈한 빗질 자국
대체 누구의 눈부신 소행이란 말인가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으니
지상을 딛고 사는 이 아니라는 증좌
금방 숲에서 인기척 하나 스치는 맨발
-2023.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