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원림 미학

협착

조원동 원림 미학.025

2025.01.09 | 조회 26 |
from.
茶敦온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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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동 원림 미학 - 협착
조원동 원림 미학 - 협착

협착

온형근

 

 

 

숲가 어느 살림집일까

수탉이 운다.

 

한 골짜기 지나

잠긴 목책 안에서 목청 높여 응답하는

 

오솔길이 깊고 고요할 때

적막은 까마귀에게도 전해지는지

까악대면서 영혼 이탈 경계하듯 마구 우짖는

해소 기침 쏟아내는 아침나절의 노년이 무색하다.

 

내리막길 언덕쯤에 꾸부려 앉아

아직도, 조금 남은 내리막길을 내려본다.

 

좀 더 머물자

 

내려가면 더 걸을 길 없어지잖아

협착이여

남은 길 저리다 마비되면

끌고 기어서라도 걷게 떠나지 마소

 

어느덧 그대와 한 몸임을

이리 늦게 고백하오

 

시작 메모 산행은 계속이다. 깊어가는 숲속 오솔길에서 문득 멈춘다. 수탉의 울음소리가 골짜기를 타고 메아리친다. 누군가의 살림집에서 들려오는 생의 소리다. 척추협착증으로 저려오는 다리를 잠시 쉬며, 까마귀 울음소리에 고개를 든다. 영혼이 몸을 빠져나갈 듯한 고통의 순간들이 까마귀의 울음에 실린다. 해소기침을 쏟아내는 노년의 모습처럼 소란하다. 내리막길에서 잠시 추스린다. 남은 길을 바라본다. 저린 다리가 마비되기 전에 관조한다. 이제는 친숙해진 통증과 대화를 나눈다. 협착은 이미 나의 일부이다.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동반자이다. 너무 늦은 고백일까. 끌고 기어서라도 걸어가겠다는 의지이다. 아픔과의 화해, 협착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동행의 순간을 겨울산과 거래한다.

(온형근, 시인::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茶敦])

『월간::조경헤리티지』은 한국정원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당대의 삶에서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짧은 단상과 긴 글을 포함하여 발행합니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설계 언어를 창발創發합니다. 진행하면서 더 나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주체적, 자주적, 독자적인 방향을 구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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