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윤동규 37주차

일반화의 오류의 오류

2023.11.27 | 조회 4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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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윤동규

한 주간 쌓인 쓰레기들을 공유합니다

Part 1


재미있는 주제여서 오늘의 에세이는 이 사연의 답변으로 대체합니다. 기껏 다 썼는데 제 씅에 차지 않아서 안 보내는 것 아닙니다. 사실 맞습니다. 요즘 글이 잘 안 써지네요. 이거라도 잘 써졌으면 좋겠습니다.

 

동규님 안녕하세요! 저는 요새 시도때도 없이 떠오르는 저의 생각들에 스스로를 끔찍해하곤 하는데요. 무슨 생각이냐면 타인에 대한 섣부른 판단들입니다. "옷을 저렇게 입었으니 머리가 텅텅 비었을거야" "손님 들어오는데 인사도 제대로 안하네. 인간이 덜 되었군" "실행을 강요하는 옛날 자기계발책같은 말투.. 사상이 고리타분할거야." 3가지 말에 일관성이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데, 어쨌든 이런 생각들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고 그 후엔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이런 편협한 생각을 하다니.. 하고요. 사실 가장 괴로운 건 한편으로는 어느정도는 사실일거라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쓰고 있는 지금도요. 여하튼 이런 생각을 안하고 싶은데 "사람은 다면적임을 잊지 말자! 함부로 판단해선 안돼" 같은 말은 효과가 없고요. "누구나 판단을 하지. 자연스러운거야. 인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아" 같은 말로 같잖은 합리화를 하기는 싫어요. 사실 어떤 한 문장으로 이 문제를 종결시키는 것 자체가 싫은 것 같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싶은데, 그 고민의 깊이가 더 깊어지지가 않아요. 같은 곳을 맴돌아요. 끔찍한 생각을 하고, 스스로를 끔찍해하고, 그리고.. 뭐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고리를 바꿀 수 있을까요?

 

1.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선생님은 일반화를 옹호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가장 괴로운 건 한편으로는 어느정도는 사실일거라고 믿고 있는 것>이라고 하셨지만, 그게 그렇게 괴로울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에 괴로움이 어디 있겠습니까. 스스로의 경험과 확신에 찬 생각인데, 괴로움이 왜 달라 붙겠어요. 그것은 마치 “그런 생각을 하면 윤리적으로 잘못된 것이니, 괴로워 하는 척을 해보자”라는 마음의 소리처럼 느껴집니다. 따라서 선생님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편협한 사고방식을 고치거나 바꾸는 것이 아닌.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는 것입니다. 거기서 출발해보자구요.

2.
저는 일반화의 오류, 일반화의 오류 지랄 지랄 해대는 인간들을 싫어합니다. 일반화는 무조건 안일하고 한심한 생각이라는 일반화를 지들이 범하고 있더만요. 물론 <일반화> 라고 이름 짓고 표현하는 열에 열은 모두 편협한 사고방식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고방식이 어떻게 해서 태어났는지에 대한 공감은 아무도 할 생각도 없고, 심지어 하면 안 된다고까지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너 T발 C같은 분위기죠. 그렇게 F가 위대하다 어쩌고 발광을 하더니 잘 하는 꼴입니다. 

3.
말하자면 일반화는 결국 단편적인 모습으로 전체를 단정 짓는. 말 그대로 편협의 정석과도 같은 사고방식입니다. 선생님이 말씀 주신 것들을 제외하더라도,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라도 사람들은 어떻다, 흑인은 어떻다, 동양인은 어떻다, 여대 나온 애들은 어떻다, 고졸은 어떻다. 그게 실제로 어떤지는 큰 관심이 없이, 자신이 겪은 자그마한 불쾌함을 전체로 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선생님께서 걱정하는 것 역시 그런 안일한 생각을 스스로가 하고 있다는걸 버티기가 힘드시겠지요.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넘어가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안일한 사람입니다. 여기서 벗어나려 하지 마세요. 선생님은 편협한 사람입니다. 

4.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편협과 안일함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뿌리를 찾는 것입니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나. 나는 왜 편협한가? 어떻게 사람이 날 때 부터 그러겠습니까. 경험에서 출발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전 재산을 걸어도 좋습니다. 어떤 경험인지, 나의 편협함에 불씨를 지핀 경험을 훑어 보세요. <옷을 저렇게 입은 사람>에게 있었던 안 좋은 기억.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인간>과 겪었던 불쾌한 기억. <옛날 자기개발식 말투를 남용하던 사람>의 한심한 면모 등등. 파고들고 파고들어서 안 좋은 예시를 찾습니다. 거기서 시작이에요. 꼭 현실 속 인물이 아니어도 됩니다. 상징과도 같은 사람이면 되어요. 뭐 좀 쉽게 찾아보면 아돌프 히틀러가 있겠죠? 

5.
그럼 거기에서 또 다른 변수를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반대 케이스를 생각하는거에요. <옷을 저렇게 입었어도 괜찮은 사람>, <인사는 안 하지만 좋은 사람>, <말투는 옛날 자기개발 느낌이지만 참 현명하던 사람>. 억지로 떠올려도 좋고, 그런 사람을 만날 때 마다 그 이면을 찾아보려 탐구해도 좋습니다. 뭐든지 단박에 짠 하고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알아보는거에요. 내가 편협하게 생각하고 있는 대상이, 사실은 굉장히 다면적인 모습을 감추고 있는건 아닐까?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왜냐면, 선생님은 편협한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편협함을 깨부실 수 있는 건 스스로가 편협했다는 진실과 마주하는 것 뿐입니다.

6.
그러면 슬슬 선생님의 고민에 엔딩이 보일 것입니다. 아 내가 생각이 짧았어. 나의 편협함이 부끄럽군! 이라고 느끼게 된다면, 선생님의 고민은 해결될 것입니다. 아니 나는 편협한게 좋은데! 하고 아무리 떼를 써도 다면적인 인간을 경험한 후엔 스스로에게 창피해서라도 변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걱정하진 않아요. 제가 걱정되는건, 인간의 다면적이 모습을 겪어보지 않고 시간이 계속해서 쌓이는 것. 요컨대 지금의 선생님의 모습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책은 자책대로 하고, 시각은 시각대로 편협한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가지 솔루션이 있을 것 같습니다.

7.
첫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화에서 벗어난 사람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죽을 때 까지 없어도 됩니다. 다만 찾는 것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걸 포기하는 순간 우리 근혜 공주님 불쌍해서 어떡해 질질 짜는 어버이 연합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신천지와도 같지요. 무언가를 믿는 것은 자유 의지입니다. 하지만 믿기만 하고 의심하지 않는 것은 미련한 자세입니다. 의심하세요. 의심하는 것을 멈추지 마세요.

8.
두번째는 긍지를 가지는 것 입니다. 나의 일반화를 통찰력이라 생각하세요. 어차피 일반화를 벗어난 사람을 찾을 때 까진 일반화를 멈추지는 못할 것입니다. 만약 파평 윤 씨(안 좋은 예니까 저희 집안을 들겠습니다)에게 안 좋은 기억이 있었다고 칩시다. 뭐 파평 윤씨는 성질 더럽고 폭력적이고 멍청한 기억 뿐이다. 그렇다면 그 일반화를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로 삼는 것입니다. 사람을 뽑을 때에도 파평 윤씨는 믿고 거르고, 정치인도 뽑지 않습니다. 언젠가 딸이 사위를 데려와도 파평 윤씨라면 반대하고 봅니다. 왜냐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일반화가 아니니까요. 이건 단순한 일반화가 아니라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이고, 수십년간 흔들린 적 없는 이론입니다. 좀 더 자긍심을 가지세요! 당신의 편협함을 믿어요! 긍지를 가지시고 일반화를 멈추지 마세요. 

9.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는. 그것을 숨기고 다니라는 것입니다. 저도. 아니 저 뿐만 아니라, 세상 거의 모든 사람들은 약간의 일반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어요, 왜냐면 애초에 일반화가 나쁘고 한심한 표현이 아닙니다. 논리적인 사고방식 중 하나에요. 식당 가서 끝장나게 맛 없는 한강 라면을 먹었는데, “일반화 하지 말자. 다른 메뉴는 맛있을거야”라고 두번 세번 방문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건, 그걸 또 굳이 말하고 다닐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랬어, 나는 저 식당이 조금 별로야. 조금 세게 말해볼까요? 나는 경상도 사람이 싫어. 경상도 사람이랑 맨날 크든 작든 다퉜어. 나는 그래, 나는. 하지만 속으론 ‘경상도 놈들 다 죽어야 해’라고 말하고 다닐지 알게 뭡니까.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하든 말든 선생님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이것은 몹시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이어진 생각이라고 숨기고 다니십시오. 속으로는 그게 진리라고 생각하더라도. 

10.
너무 선생님 얘기만 했으니까, 저도 조금 제가 하고 있는 일반화를 전달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걸어가면서 휴대폰을 하는데, 앞을 보지 않는 사람은 이기적이라고 일반화 하는 편입니다. 버스나 지하철, 공공장소에서 통화할 목소리를 작게 하는 노력이 없는 사람도 마찬가지구요. 술에 취하면 폭력적으로 바뀌는 사람은 평상시에 억누르고 있을 뿐이지, 속은 폭력을 행사하고 싶어 미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MBTI 뭐든 상관 없지만, 자기 MBTI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촌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근본론자이지만, 근본론자는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죽이는 작업물을 만드는 사람은, 제 아무리 구려도 죽이는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간 윤동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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