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학도에서 살아남기] 섬 알아보기 part 1. 강의산맥

아라 🌷 : 여기가 강의산맥인가 봐!! 다들 국문학과에 와서 들었던 강의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야? 나는 '한국한문학의이해'를 잊을 수 없어. 이 수업에서 '어부가'를 통째로 외우게 했었잖아. “굴원이 기방에 유어강담하고 행음택반할새 안색초췌하고 형용고고라..” 처음에는 음만 외우게 했다가 중간고사 때는 한자까지 전부 외워야 해서 정말 힘들었지. 게다가 매시간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몇 명을 골라 낭송을 시키기도 하셨어. 내가 걸릴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었는지… 😖 또 천자문을 10번씩 쓰는 과제가 두 번이나 있었잖아? 나는 사실 고등학생도 아니고 한문학과도 아닌데 (이런 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이런 무의미한 노가다 과제를 해야 하는 건지 조금 스트레스였어. 기말고사때에는 또 다른 고어 작품을 외웠어야 했던 것 같은데 그건 기억나지도 않아. 😰 우리끼리는 당시 한문학 대신 다른 전공 필수를 들은 학생이 승리자라는 말도 있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 뭐.

숲 🌲 : 내가 제일 좋아했던 강의는 '한국근대시론'과 '한국현대시론'이야! 우리 모두 대학에 오기 전까지는 정해진 답을 무조건 암기하는 식으로 시 공부를 해왔잖아. (난 그게 완전히 잘못된 방식이라 생각해! 😥) 그런데 두 강의 모두 ‘다양한 해석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어서, 기존의 입시를 위한 공부와는 완전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어. 교수님은 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시는 것 같았어. 그래서 가이드라인은 있어도 정해진 답은 없는 강의였고, 정말 많은 학우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 같은 문장을 보고도 이렇게나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니! 🤩 이런 수업 방식이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의 매력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매번 새로운 시와 시인을 만나는 것도 너무 즐거웠고, 행복했어!

쉼표 ⏸ : 나는 '한국문학의장르론'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장르론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지만 몇 없는 전공 수업 중 하나였고, 게다가 좋아하는 교수님이 담당하셔서 듣기로 마음먹었던 강의거든! 막상 강의를 들으니 내용이 굉장히 어려웠어. 문학 작품에 대해 배우는 것이 아닌, 보다 더 깊은 내용, 원론적이고 학술적인 내용을 배우는 강의였어. 🤯 가령 소설이라면 ‘텍스트란 무엇인지’, ‘어떤 흐름 속에서 소설이 나왔는지’ 등과 ‘소설 속 캐릭터에 대한 이론’, ‘소설의 전개 방식에 대한 이론’ 등을 배웠어. 굉장히 어려운 강의라 좌절도 많이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 정말 대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들었던 강의였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