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럴 수 있다 ㅇㅋ, 💃🏻🐆 멋장이미식가 Kelly, 🌎 미라클 지구,
🤎 그리고당신, 구독자
👌_시야가 좁다
“그 커플 여자가 필사적으로 잡더라 진짜.”
“….”
“듣고 있냐?”
“뭘?”
“저쪽에 커플, 회색 후드티 입은 남자랑 머리 엄청 긴 여자. 이별 중인 거 같다고.”
“어디어디, 나도 볼래.”
“이미 갔는데 뭘 봐.”
‘회색 후드남에 머리 긴 여자가 있었나? 아니 근데 회색 후드남에 긴 머리여는 너무 흔한 조합 아니냐고.’
위는 내가 자주하는 대화 패턴 중 하나다.
보통 카페나 길거리에서 저러는데, 함께 있던 상대가 근처 사물이나 주변 모르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던지면 저렇게 못 알아듣는다.
“그 소개팅 하던 테이블, 분위기 별로였지.”
“어, 딱 봐도 애프터 없을 것 같던데.”
“소개팅 하던 커플이 있었어?”
“어….”
여럿이서 카페에 있다가 자리를 이동했을 때.
이동하기 전 장소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 난 모를 때가 태반이다.
길거리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가야할 길 앞으로 화려한 의상 입고 미친자처럼 뛰어가지 않는 이상, 잘 기억 못한다.
그럴 때면 같이 있던 상대는 재밌는 화제거리를 나누고 싶은데 그러지 못 해 좀 짜증난다는 표정, 아니 짜증이라기 보단 아휴 됐다. 이런 표정을 짓는데.
변명하자면 상대의 관심사에 무관심하다기 보다 그런 장면들이 나는 눈에 잘 안 들어 온다.
보통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을 땐 당연히 주위가 잘 눈에 안 들어오고.
아무 생각이 없을 땐, 아무 생각도 안 하는 중이라 뭔가를 눈에 잘 안 담는다.
사실 이야기를 빚는 일을 하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심 갖는 건 내게 꽤 중요한 일인데.
정말 다가와서 귀에 때려박지 않는 이상 남의 얘기 잘 안들린다.
이런 내가 무슨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쓰겠다고….
그래 이건 하소연이다.
새로 쓰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를 디자인 중인데, 기깔나게 안 나와서.
아 어려워 매력적인 캐릭터.
💃🏻🐆_우공이산에 대하여 쓰려고 했던 이야기
지난주 썼던 글은 우공이산에 대한 이야기였다. 일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 일을 매끄럽고 모든 것이 물 흐르듯 흘러간 것처럼 느껴지게 하느냐 마느냐는 내게 너무나 중요한 가치라서. 너무나를 넘어 내 핵심이라서. 몸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체력이 다시 붙기 시작하자 그래도 잘 버티고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게 되면서 우공이산에 대해 쓰고 언젠가 내 산을 만들어야지, 하는 형태의 반짝거리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발행은 늦어졌고 나는 달라졌다. 보여줄게, 달라진 나.
일요일부터 맹장 부근이 욱신거리더니 상반신 여기저기가 과일을 거세게 주무르듯 욱신욱신 통증이 느껴졌다. 월요일에도 그 통증은 이어졌고 조금 더 길어졌다. 그 비싼 돈을 들여 약을 바르고 먹어도 피부는 계속 뒤집어졌고 염증 반응은 전신 피부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제 저녁 나는 결심했다. 사무실에서 늦은 시간 먹은 유부우동은 존맛탱구리였고, 이런 표현에서 빛 바랜 먼지 냄새가 좀 나지만 어쨌든, 선물 준 사람은 불쾌하나 그가 준 초콜릿은 심히 유쾌해 마음을 고급스럽게 해주어 초콜릿도 다양한 맛 별로 이미 먹은 시간이었지만, 결심했다. 밀가루와 당을 줄이자! 내일부터 달라진다, 나!
그렇게 화요일 오전, 바로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 갑자기 이것저것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프로필 사진의 변화한 역사 속 두드러진 체중 증가는 몸 보다는 얼굴의 형태와 각도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 모습들로 발견됐다. 내 프로필 사진을 보고 놀라버리자 정신 없는 출근길에 굳이 그릇을 챙겨 토마토와 브로콜리 등을 챙겼다. 내 지방도 무섭지만 가장 무서운 건 염증이니까. 도와줘요, 슈퍼푸드.
일을 줄이는 건 아직 어렵다. 모든 일을 할 때 허점이 많고 시야가 좁으니까. 하지만 내가 나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하나씩 시도해보며 내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다. 일단은 스트레스 받는다고 버터와 초콜릿, 밀가루에 나를 넘어뜨리지 말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일부 브랜드를 불매하듯이 불편한 방식으로 건강을 쌓아가기.
🌎_다음은 소박한 나의 향수역정의 기록이다.
플로럴, 파우더리.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내가 처음으로 가지게 된 향수는 제주도 특산물 상품인 한란 향수였다. 2월생이라 같은 학년 친구들보다 성년의 날을 한 해 늦게 맞았는데, 그런 나와 나보다도 생일이 한달 늦은 동기에게 동아리 남자 선배가 신경써서 챙겨준 선물이었다. 독하지 않고 고상한 느낌을 주는 꽃향기인데, 향수 자체의 조합이 단순해서 그런지 지속력이 별로 좋지 않아 많이 뿌리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상자째 방에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물건을 오래 가지고 있는 건지.
플로럴, 프루티
그 다음은 더 바디샵의 바디 미스트였다. 일단 향수를 글로는 배우기는 했으되 오 드 빠르펭, 퍼퓸의 진한 향을 두르는 것에는 부담감이 있었던 어린 날이었다. 너무 진한 향으로 지나치는 사람마저 버겁게 하는 사람들을 많이 겪어봤기 때문에 나는 다른 이들에게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신선하면서도 나름대로 깊이가 느껴지는 가벼운 백합향이었다. 왜인지 욕심이 나서 하나를 더 샀다. 리치과육과 열대의 꽃향이었다. 그 리치향은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끝까지 비워낸 향기용품이다. 아주 가벼워서 두번 세번 뿌려도 향기가 약했고 지속력도 없었거든.
워터리, 시트러스, 스파이시
그러고서 몇년 후에야 ‘진짜 향수’ 같은 걸 샀다. 겐조의 르빠겐조 우먼. 이건 90년대에 처음 출시되서 이미 많이 유행하고 흔하게 팔렸던 향이라 그때부터 세련되거나 고급스러운 느낌은 이미 없었는데 들어있는 모든 향이 내가 좋아하는 향이었다. 사실 향수를 자주 안뿌려서 30ml짜리를 아직도 쓰고 있다. 이번 여름에 쓰면 이제 비워지려나. 이렇게 오래 끼고 살아도 될까. 궁금하네.
머스크, 플로럴
그 후에도 몇년을 그냥 살다가 갑자기 끌려서 새로 산 향수가 있으니, 더바디샵의 화이트 머스크. 인공 머스크 향료가 몸에 별로 좋지 않다든지 너무 흔한 향이라 겨울에는 지하철 옆자리의 수더분한 남학생한테서도 나는 향이니, 알고 있었지만 그냥 질렀다. 당시 스트레스 받는 일이 너무 많았는데 그렇지 않았으면 발악하듯 국내에서는 취급도 안하던 30ml짜리를 직구하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겨울에는 이 향을 뿌려둔 니트에 감싸이고 싶을 때가 많다. 그냥 잘 샀다 싶다.
우디, 오리엔탈
이제 좀 시도해보지 않았던 방면을 탐구해보고 싶었졌다. 향초와 디퓨저와 벌레퇴치 스프레이를 산 적이 있어서 신뢰가 있었던 온라인 상점에서 제일 우디, 오리엔탈을 외치는 향수를 제일 작은 용량으로 샀다. 향 이름은 아그라 우드. 향이 주는 느낌은 깊은 숲의 눅눅한 상쾌함, 흙, 가죽. 남자들 향수라는 인식이 있는데 뭐 상관없지. 골뎅, 아니 코듀로이나 울 소재 옷을 입는 계절에 가끔 쓰고 공기가 차가워지는 계절에 환기를 하며 방 안에 뿌리기도 한다. 그래, 고백하자면 옷에는 자주 안뿌리게 되서 가끔 기분전환으로 쓰는 중이다,
플로럴, 레더리
의도치 않은 만남이었으나 너무나 핫딜이었다. 동네 바자회 매대에서 0.5% 정도 썼나 싶은 조말론의 30ml 병을 마주한 것이었다. 가격 6천원. 그렇게 피오니 앤 블러쉬 스웨이드는 내 손에 들어왔다. 물기 없이 어른스러운 듯 하면서도 은근히 포근하게 감싸주는 향이었다. 가볍고 싱그러운 향을 좋아하는 내 취향만으로 골랐을 때는 택하지 않았을 향기인데 막상 내 것이 되니 잘어울리고 좋더라고. 그건 이 세월 동안 내가 이런 향이 제법 어울리는 겉모습이 된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 이달의 편집자 💃🏻🐆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