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3, 금주의 휴식시간

👌,🌎,💃🏻🐆,🐴,::재즈바,수치,

2022.05.15 | 조회 2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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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밋

동갑내기 30대의 좌충우돌 각자도생 일주일 취재기

💃🏻🐆 멋장이미식가 Kelly, 👌 그럴 수 있다 ㅇㅋ, 🌎 미라클 지구,

🤎 그리고당신, 구독자


👌_어느 재즈바

 

종로의 한 재즈바에 갔다.

인스타에서 핫한 곳이라 했다.

핫한 게 도대체 뭘까.

대체로 인스타에서 핫하다 해서 가면 나랑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의심스러웠지만, 그래 가보자. 해서 갔다.

재즈바를 갈때, 예전 같으면 그날 누가 오는지 라인업을 확인하고 갔는데 요즘은 그럴 기력이 없다.

그래서 가서 착석한 후, 공연이 시작 되기 전 대기 시간에 찾아보니 ‘스탠다드 재즈’란다.

재즈에 대해 잘 알지 못 하기 때문에 저렇게 무슨 재즈라고 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지에 대한 감이 오진 않는다.

라인업 확인하고 갈 때도 보통은 검색해서 내 취향에 맞을지 들어보고 갔었지, 인스타에 올려놓은 밴드 정보만으로는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앉아 있자니 친구의 맥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3종이 품절이란다.

친구가 먹고 싶던 3종의 맥주 중 2종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친구는 마지막 위시리스트 맥주를 주문했지만 다시 돌아온 대답은 그것도 다 떨어졌다는 대답이었다.

여기 오늘 오픈 시간이 몇 시지?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지 않았나?

아직 2부 공연은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뭔 맥주가 다 떨어졌을까를 생각하며, 친구는 다시 맥주를 주문했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베이스랑 기타랑 싸웠나 보다.

서로 일부러 맞추기 싫어 고의로 그러는 게 아니면 저럴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가?

음향도 좋게 들리지 않았다.

왜 주문한 과일 샐러드는 가져다주지 않는 거지?

이미 공연 시작 전에 샐러드가 나오지 않는다고 이야길 한 상태였다.

과일 키워서 가져다주려나 보다.

다시 사람을 불러 얘길 했고, 과일 샐러드가 나왔다.

과일 손질에 시간이 걸려 그렇다는 답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와 어떤 화려한 칼솜씨로 과일을 깎았을까 기대했는데.

그냥 내가 혼자 먹으려고 집에서 대충 깎은 거랑 별반 다름이 없었다.

2부 공연은 2-1, 2-2로 진행되었는데 나와 친구는 2-2까지 앉아 있었다.

우리가 여길 온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에 가는 길 내내 그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우리는 2-2까지 앉아 있었기 때문에 베이스랑 기타가 화해하는 걸 목격할 수 있었으며, 보컬 분의 목이 끝자락에 가서야 풀리는 걸 들을 수 있었다.

눈 씻고 봐도 직장인 밴드스럽긴 했는데,

적어도 돈 받고 하는 공연이면 공연자들끼리 화해는 미리 하고 와야 하는 거 아닌가.

보컬은 목을 풀고 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껍질만 깎아온 과일 샐러드는 나오는 데 40분이 걸리는가?

소개팅 자리로는 추천할 수 있다.

모르는 사람끼리 친해지는 데, 싫어하는 사람 욕하는 것만큼 빠른 방법이 있나.

와 저 밴드 되게 못 하지 않아요? 와 여기 너무 별로예요. 이런 말 나누다 보면 급격히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다시는 저길 가지 않을 것이야.


🌎_수치

 

나는 칫솔질을 매우 오래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사실에 대해 상기할 때마다 체신머리가 떨어지는 것 같다. 어느 정도냐면 이를 닦는 내내 세면대 앞에 서있는 게 고되고 부담스러워서(이건 코어 근육이 너무 약한 탓도 있는듯) 화장실을 나와 앉아서 솔질을 다 하고 헹굴 때가 되어서 다시 들어간다. 보통 이 과정을 오롯이 혼자 진행하기 때문에 익숙해져있었는데 몇해 전 아이 엄마인 사촌언니가 내가 이닦는 것을 보고 치약 거품을 너무 오래 물고 있는 게 아니냐며 마치 아기를 말리는 듯 부드럽게 한소리했을 정도다. 물론 나도 치약 거품을 계속 입에 머금고 있자면 목뒤로 넘어갈까봐 걱정되기도 한다. 아마 내가 의식 못하는 사이에 미세하게 식도로 내려가는 것도 있을 거다. 하지만 나 그렇게 오래 솔질을 하지 않으면 이를 못닦겠는걸….

내가 충치가 많기는 했다. (친구와 이야기를 할 때 이걸 화제로 삼으면 고맙게도 다들 자기도 그렇다며 나보다 대단한 본인의 충치 때운 이력을 늘어놓아주는데 그래서 나 자신이 내 충치들에 대해 가진 감정이 달라지진 않았다.) 성장기 끝나면 충치보다는 풍치 걱정을 해야한다며! 아니잖아! 단 것을 좋아하는 기호 탓도 있겠고 야물지 못한 성격 때문에 규칙적인 양치 습관이 없었던 탓도 있겠고 물려받은 체질이 충치에 취약한 탓도 있겠다. 그렇다면 최대한 바꿀 수 있는 걸 바꿔보자 싶어서 치실질도 열심히 하고 이도 꼼꼼하게 닦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칫솔 머리가 작고 가늘고 부드러운 모로 된 칫솔을 선호했는데 점점 그 경향이 발전해서 지금은 큐라덴의 CS7600이라고 엄지손톱보다 작은 머리에 모가 7600가닥이라는 모델을 쓰고 있다. 다만 정가가 1ea 7500(다행히7600원은 아님)이라 다른 칫솔들 낱개 가격을 생각해보면 한숨이 좀 나올 것 같은데 매일 짧지 않은 시간을 들여 반복해야 하는 활동을 맘에 드는 도구와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3개월에 7500원 매우 괜찮은 소비 게다가 궁극으로 절약되는 비용은 수십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치과 치료비라는데까지 뻗어나가다보면 결국 한숨 안 쉬고 넘어간다. 참고로 광고 아니다.

이렇게 용을 썼지만 갖춰진 도구와 익혀둔 방법도 내 의지가 부실하면 소용이 없는 법. 작년 치과 정기검진에서는 스케일링에 앞서 매우 호되게 혼이 났다. 사실 아무도 혼은 내지 않았고 치위생사 선생님으로부터 그냥 앞니 앞부분에 하루이틀 칫솔질을 게을리해서는 안 생기는 정도의 치태가 끼어있다는 사실 고지를 들었을 뿐이지만 나는 매우 매우매우 창피스러웠다. 닦기 까다롭다고 어금니 안쪽 뒤쪽을 먼저, 열심히 닦고 앞니 앞면의 잇몸과 이 사이는 제대로 솔질하지 않은 채 검진 전 2주 정도를 살았던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 개망신 이후로는 앞쪽도 잘 닦고 있다. 흑흑.

+누가 물어보지도 않는 일상의 사소한 선택과 그 이유에 대해 내가 내키는 대로 자잘하게 써도 되는 이 지면이 즐겁다. 그런데 이번 글은 유독 문단마다 아무도 신경안쓰는 혼자만의 수치스러움이 하나씩 들어가있구만.


💃🏻🐆_공백

 

건강하고 싶다. 한 번 했던 수술은 영원히 다시 안 하고 싶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건으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작은 통증들이 계속 모이고 있는데 염려되는 병은 많이 들은 병 뿐이고 많이 들은 병은 크고 무서운 이름들 뿐이다. 지난주에 이어 다시 병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병에 걸리면, 그럼 나는, 가족은, 그리고 시간과 돈에 대해 생각한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개와 가족과 떨어져야만 하겠지. 미래를 대비하고 시간을 쌓아나간다는 건 대체 뭘까. 현재가 쌓여서 미래를 만드는 건데 나는 여전히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살고 있다.


✒ 이달의 편집자 💃🏻🐆

현재를 산다는 건 어떤 걸까요? 내 삶의 목적을 위해 하루 하루를 보내면 그렇게 될까요? 하지만 늘 불안하고 초조하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흔들려요. 그래서 주절주절 이야기할 수 있는 이 뉴스레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시는 필자들과 돌아올 필자 그리고 구독자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이번 주도 다음 주도 작은 행복과 감사로 가득차기를 바라요. 다음주에 만나요.

 

노리밋에서는 두 명이 일주일에 한 번 한 주를 살며 경험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구독자님, 다음 주에도 같이 놀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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