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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내게 너무 무거운 나의 몸
내 몸은 늙었다. 어제보다 늙었고 작년보다 늙었다. 노화를 느낀다고 생각했던 스물 다섯 보다도 훨씬 늙었다. 지금 말랑말랑 폼롤러처럼 쭉 뻗은 채로 자고 있는 우리집 개도 늙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집 개를 늘 건강한 또또라고 부른다. 평생 건강만 하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부른다. 최근 들어 나는 노화를 더 무겁게 느끼고 있다. 요 몇 주간 마지막 순간에 대해 상상한 것도 그 영향이다. 위염인지 식도염인지 장염인지, 어딘가에 있다는 물혹 때문인지, 다른 무언가가 재발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마냥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 그렇다.
내게 나의 몸은 너무 무겁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몸의 무거움과 마음의 무거움이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몸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 때는 늘 마음이 무거운 순간으로 연결된다.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한 답답함, 내가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지금 이 순간에 대한 답답함, 바뀌고 싶은 마음과 바뀌지 않는 현실. 그 안에서 나는 요즘 새로운 발버둥을 치고 있다. 새로운 요가원을 찾아 등록하고 수영을 알아보고 커리어 강의를 듣고 아주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샀다. 그리고 영어 강의와 직무 강의를 수강신청하고 눈썹 문신을 했다. 물론 그 와중에 실수했던 걸 발견해서 멘탈이 와장창 부숴지기도 했다.
새로운 요가원은 몇 번 안 나갔지만 아직까지는 내가 나 자신에게 분노하게 만드는 공간이자 과욕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중간에 너무 너무 뛰쳐나가버리고 싶었던 날이 있었다. 그 날 마지막에 누워 사바아사나를 하면서 깨달았다. 아, 내가 이렇게 동작이 안 되는데 분노하는 이유는 내가 요가를 우습게 보고 있었던 거구나, 내가 나를 과신하고 있었고 오만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내가 어느 정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일이든, 요가든, 그게 뭐든. 말로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그건 아니었던 거다. 여전히 엉망진창, 우선순위 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주니어인데.
커리어 강의는 다소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이미 대학교 때 문화 채플을 참석할 때마다 느꼈던 부분이었다. 축약된 강의는 허술한 부분이 많고 결국 셀프로 보완하거나 알아서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가장 아쉬울 사람은 수강한 사람도 계획한 사람도 아니고 무대 위의 사람이라는 걸. 커리어 강의를 들으며 S.E.S.의 노래가 계속 떠올랐다. 월요일에는 S.E.S.의 노래를 틀어야지.
이제 돌아오는 주는 월급이 들어오고 이제부터 더욱 열심히 긴축재정에 돌입할 계획이다. 지난 달부터 회사 주변 원룸 월세 가격을 종종 확인하고 있다. 몸과 마음이 무겁다면 의도적으로 하나씩, 할 수 있는 거라도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나를 새로운 곳으로 내던지려고 한다. 이미 카메라는 사버렸고 도통 손에 안 익는 목측식이라 필름 여러 개는 버릴 작정으로 만져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카메라도 나를 가볍게 만들어주는 수많은 창구 중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_갈등
나는 지금 한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전화번호로 전화를 할까 말까 일주일째 망설이고 있다. 이 번호는 영업에 쓰이는 번호였기에 해당 매장이 간판을 내린지 만 1년이 지났다는 지금에 와서 내가 뒤늦게 찾아낼 수 있었던 점이 아주 이상하지는 않으리라 짐작되나, 같은 이유로 지금와서 내가 통화를 시도하는 것은 전화를 받는 이에게 꺼림칙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게다가 아직 연결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도 통화가 가능한 번호일지는 확실하지 않다. 전화를 걸어본 후에야 가능성은 열리는 것이다. 연락처를 구하고 통화를 하고 싶어하는 나의 이 소망이 좋은 쪽으로 풀리든, 아니면 좌절되든간에.
물론 용건은 심각한 일이 아니다. 몇 해 전 내가 찍었던 강아지 사진을 강아지의 사람 가족들에게 보내주고 싶었을 뿐인데 1. 이 사진이 정말 그 집 강아지가 맞는지 확신이 없고 2. 이 사진이 찍힌 이들에게 허락받고 찍은 것이 아니라 혼자 지나가다 귀엽다고 생각해서 아무 생각 없이 찍고 몇 년 간 잊고 있었던 것이라 지금와서 앞뒤를 설명하고 사실확인을 받은 후 전달하기엔 다소 어색해졌으며 3. 얼마전에 그 동네에 가보니 그 집(가게)이 없어졌다… 그래서 가볍게 들러 이야기하고 사진을 전달하지 못하고 물어물어 굳이굳이 연락해서 사실확인과 사진전달을 위해 심신 및 시간을 소모해야만 하게 됐다 라는 몇 개의 고비가 있을 뿐. 그냥 그뿐이다.
나는 위에 간단히 쓴 갈등을 유발한 사건에 대해 따로 글을 썼다. 길게, 감성적으로. 이번주의 노리밋에 잘 어울릴 이야기로 느껴졌다. 솔직히 노리밋이 아니라 어디에 적어도 사람들이 잘 들어줄 만한 글이 되었다. 일상에 대한 나의 애정어린 시선과 이웃간의 인사치레에서 묻어나는 정을 소재로 삼았으면서 내 인생의 12년 어치 시간이 빚어낸 자연스러운 내러티브가 들어간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허락을 받지 않고 찍은 사진, 가게가 폐업한 자리를 굳이 다시 돌아본 집요함이라는 지저분한 요소와 그걸 지저분하다고 스스로 찔려하는 습성 등이 꽤 괜찮았던 이번주의 원고를 어두운 하드디스크 저편으로 밀어넣고 이런 뭔소리인지 모르겠는 넋두리를 급히 뽑아내게 만든 것이다. 이런… 이런 사소한 어색함들이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한다. 마치 초등학교 때 학년이 바뀌면 전에 같은 반이었던 애랑은 언제까지 얼마만큼 친근하게 인사해도 되는 것인가로 힘들어했던 것처럼…. 이런 거 신경 안쓰고 그냥 대충 살아야… 나한텐 좋을텐디….
✒ 이달의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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