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에서 매년 7,776명. 아무도 안 하는 안전 AI
이 산업에서 기술이 아직 손대지 못한 층은 생명이 걸린 층이다. 수영장에는 익수 감지 AI가 깔리는데 왜 사람이 가장 많이 죽는 욕조에는 없는가. 답은 기술이 아니라 법에 있고, 그 법을 우회한 회사는 유니콘이 됐다가 이 시장에서 물러났다.
일본 후생노동성 인구동태통계의 2024년 숫자부터. 그해 '불의의 익사 및 익수'로 죽은 사람은 9,905명이었고, 그중 7,776명이 욕조 안에서, 또는 욕조로 떨어지면서 숨졌다.¹ 전체의 79%다.
죽은 사람의 95%가 고령자였다. 65세 이상만 세면 7,363명. 같은 해 65세 이상 교통사고 사망 2,103명의 3배가 넘는다.² 도로에는 신호등과 에어백과 단속 카메라가 있다. 욕조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 주제에는 더 큰 숫자도 돌아다닌다. '입욕 중 급사 연간 약 1만 9천 명'이라는 추계다. 출처를 따라가면 소비자청이 2020년에 인용한 후생노동과학연구 자료인데, 2012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겨울 여섯 달 동안 도쿄·야마가타·사가 세 곳에서 센 구급 출동 건수를 인구비로 전국에 환산한 값이다. 익사뿐 아니라 심질환·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까지 포함한다.³ 13년째 갱신되지 않았고, 소비자청 자신도 최신 자료에서는 이 숫자를 더 이상 쓰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은 확정 집계만 쓴다.
수영장에는 이미 있다
익수를 감지하는 AI는 성숙한 기술이다. 이스라엘 링사이트(Lynxight)는 기존 CCTV에 AI를 얹어 익수 징후를 감지하는데, 수영장 장비 세계 1위 플루이드라(Fluidra)가 2025년 3월 전략 투자했다.⁴ 호주 뉴캐슬시는 2025년 11월 이 기술의 지역 첫 시범 도입을 알리며, 잠재적 사고에 최대 여섯 배 빠르게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⁵ 이탈리아 엔젤아이(AngelEye)는 자사 발표 기준 20개국 300개 이상 수영장에 깔려 있다.⁶
한국도 움직였다. 서울시는 2025년 6월 뚝섬 수영장에서 20개월 유아가 숨진 사고 뒤, 한강 수영장과 물놀이장 여덟 곳 전체에 AI CCTV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2026년 상반기 순차 설치 계획이다.⁷
그러니까 물에서 사람이 쓰러지는 것을 기계가 알아채는 일은, 이미 되는 일이다. 그런데 사람이 가장 많이 죽는 물 — 욕조와 탕 — 에는 이 기술이 한 곳도 없다. 왜인가.
카메라가 못 들어가는 공간
답은 법에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5조 제2항은 이렇게 적는다.
누구든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목욕실, 화장실, 발한실(發汗室), 탈의실 등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의 내부를 볼 수 있도록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하여서는 아니 된다.⁸
발한실. 사우나실을 가리키는 말이 조문에 명시되어 있다. 위반하면 제7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5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다.⁹ 당연한 법이다. 알몸의 공간이니까. 그러나 이 당연한 법의 결과로, 비전 AI라는 이 시대의 대표 기술이 원천적으로 입장 금지된 시장이 하나 생겼다.
손목의 웨어러블도 답이 아니다. 애플워치의 공식 작동 온도 상한은 35도, 착용 시 범위가 가장 넓은 울트라도 55도다.¹⁰ 가민은 60도까지다.¹¹ 건식 사우나 실내는 80도에서 100도 사이다.

카메라는 법이 막고, 센서는 온도가 막는다. 5화의 기술 스택이 이 층에서 멈춘 이유다.
그래서 답은 카메라가 아니다
이 장벽을 정면으로 우회한 회사가 있었다. 이스라엘 바야르(Vayyar)는 카메라 없이 밀리미터파 레이더만으로 침실과 욕실의 낙상을 감지한다. 2022년 시리즈 E에서 1억 800만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넘겼고, 누적 조달은 3억 달러를 넘었다. 아마존이 운영하던 원격 돌봄 서비스 알렉사 투게더에 낙상 감지를 공급하기도 했다.¹² 프라이버시 장벽은 이 회사에게 규제가 아니라 해자였다. 카메라가 금지된 공간에서는, 카메라 없는 센서가 유일한 눈이니까.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마존은 2025년 5월 알렉사 투게더를 종료했다.¹³ 그리고 바야르는 2024년 9월 수십 명을 감원하며 사업을 스마트홈과 자동차 두 시장으로 좁혔다. **시니어케어에서 물러난 것이다.**¹⁴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돈을 낼 사람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다. 이 층이 비어 있는 진짜 이유가 여기 있다.
일본에서는 보일러 회사가 이 층에 들어왔다. 노리츠는 무선랜 리모컨으로 입욕 시간을 지켜보는 기능을 2018년에 먼저 내놓았고, 2021년 1월에는 설정 시간이 지나면 가족의 스마트폰으로 알리고, 스마트폰을 탭하면 욕실 리모컨에서 말을 거는 기능까지 더했다.¹⁵ 2화에서 목욕탕을 죽인 것도, 5화에서 상장사가 된 것도, 이번 화에서 생명을 지키는 것도 전부 보일러다.
한국에도 부품은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2026년 4월 문을 연 스마트병실은 병실은 물론 화장실에도 레이더 기반 센서를 넣어 낙상을 조기에 감지하고 간호사실로 알린다.¹⁶ 이 낙상 감지 솔루션을 공급한 곳은 국내 기업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이다.¹⁷ 기술은 병원까지 왔다. 목욕탕까지는 아직 아무도 안 갔다.
한국의 숫자, 한국의 공백
한국에는 일본식 '욕조 내 사망' 단독 통계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주변 숫자들이 있다.
질병관리청 손상 통계에서 집 안 낙상이 일어난 장소 2위는 화장실(23.5%)이다. 1위 거실(25.1%)과 차이가 크지 않다.¹⁸

그리고 목욕탕 안에서 벌어지는 사고의 모양도 확인된다. 한국소비자원 집계로 2021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접수된 목욕탕 위해사례 1,790건 가운데 **60대 이상이 62.9%**였고, 사고 유형의 89.3%가 미끄러짐과 넘어짐이었다.¹⁹
행정의 돈은 이미 이 공간에 들어와 있다. 2023년 2월 기준으로 충북 음성군은 금왕읍 사우나 시설 건립에 16억 5,000만 원을 배정했고,²⁰ 태백시는 65세 이상 전원에게 목욕비를 월 2만 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건물 예산과 수요 보조 예산은 있는데 안전 센서 예산이라는 항목은 보이지 않는다. 공공목욕탕에 카메라 없는 레이더 한 층을 얹는 것. 이 시장의 B2G 첫 문은 아마 여기다.
공공의 문만이 유일한 문은 아니다. 앞서 본 신축 프라이빗 사우나들은 애초에 도면 단계에서 센서를 넣을 수 있는, 규제 유산도 리모델링 비용도 없는 공간이다. 안전은 개보수보다 신축에서 싸고, 이 시장의 신축은 지금 막 시작됐다.
이제 재료가 다 모였다. 쇠퇴의 구조, 언번들링, 자본의 방향, 기술 스택, 그리고 아무도 채우지 않은 안전.앞선 다섯 화의 숫자들이다. 다음 화에서는 이 재료로 요리를 한다. 종이 위에서, 목욕탕 하나를 처음부터 다시 짓는다.
다음 화 — EP 07 · 그래서, 사우나를 AX한다면? (사고실험 본편)
폐업 비용이 없어 문을 못 닫는 좀비 목욕탕 하나를 넘겨받는다면, 무엇부터 바꾸는가. 1~6화의 모든 숫자를 재료로, 에너지·무인화·멤버십·안전의 순서로 목욕탕 하나를 다시 짓는 사고실험.
숫자에 대하여
일본의 입욕 사망 수치는 집계 층위가 갈린다. 본문이 쓴 7,776명(2024년)은 후생노동성 인구동태통계의 확정수이며, 분류는 '욕조 내 익사'가 아니라 **욕조 내 및 욕조로 추락에 의한 익사·익수(W65~W66)**다. 65세 이상 7,363명과 같은 해 65세 이상 교통사고 사망 2,103명은 소비자청이 동일 통계로 맞춰 비교한 값을 따랐다.
널리 인용되는 '연간 약 1만 9천 명'은 성격이 다르다. 2012년 10월~2013년 3월 겨울 여섯 달, 도쿄·야마가타·사가 3개 도현의 구급 출동을 인구비로 전국 환산한 추계이며 심질환·뇌혈관 질환 사망을 포함한다. 13년간 갱신되지 않았고 소비자청 최신 자료도 이 값을 쓰지 않는다. 이 추계를 경찰의 교통사고 전수 집계와 직접 나누면 배수가 달라지므로(교통사고 사망은 24시간 기준 2,678명, 30일 기준 3,263명) 본문에서는 비교하지 않았다.
애플·가민의 작동 온도는 제조사 공식 사양 기준이다. 핏빗·웁 등 다른 제조사는 공개 사양에 온도를 싣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
질병관리청의 낙상 장소 비율은 전국 추계가 아니라 **응급실손상환자심층조사 참여 23개 병원에 내원한 환자** 기준이다. 한국소비자원 수치는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 접수 건이며, 이용자의 연령 구성이 아니라 사고 접수자의 연령 구성이다. 고령자는 이용 비중과 무관하게 낙상 사고율이 높으므로 '주 고객이 고령층'의 근거로 쓸 수 없다. 원 보도자료는 접속 오류로 대조하지 못해 언론 보도를 경유했다.
지자체 예산은 2023년 2월 보도 기준이며 완공 목표는 2025년이었다. 같은 기사에 나오는 다른 지자체의 15억·82억 5,000만 원은 도서관·체육관을 포함한 생활SOC 복합화 사업비여서 목욕탕 단독 예산으로 볼 수 없어 제외했다. '한국에 욕조 내 사망 단독 통계가 보이지 않는다'는 조사 범위 내 미발견이며 부재의 증명이 아니다. 리캡한 목욕비 지원 수치의 원 출처는 2화 출처 목록에 있다.
출처
1. 후생노동성 인구동태통계 확정수 표5-30 (令和6년판, e-Stat statInfId 000040316523)
https://www.e-stat.go.jp/stat-search/file-download?statInfId=000040316523&fileKind=1
2. 소비자청 — 입욕 중 사고 주의환기 자료 (2025.12.23, 인구동태통계 기반 집계)
3. 소비자청 — 입욕 사고 보도자료 (2020.11.19, '약 1만 9천 명' 추계의 근거)
4. Fluidra — Lynxight 전략 투자 (2025.3.19)
5. 뉴캐슬시(호주) — 수영장 AI 시범 도입 발표 (2025.11.2)
6. AngelEye — 설치 규모 (회사 발표)
https://angeleye.tech/us/us-ymca-angeleye-press-release/
7. 국민일보 — 서울시 한강 수영장·물놀이장 AI CCTV 설치 결정 (2025.7.30)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53857905
8. 국가법령정보센터 — 개인정보 보호법 제25조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운영 제한)
9. 국가법령정보센터 — 개인정보 보호법 제75조 (과태료)
10. Apple — Apple Watch 작동 온도 사양
https://support.apple.com/en-us/108766
11. Garmin — Forerunner 제품 사양 (작동 온도 범위)
12. TechCrunch — Vayyar 시리즈 E 1억 800만 달러 (2022.6.6)
https://techcrunch.com/2022/06/06/imaging-sensor-startup-vayyar-lands-108m-to-fuel-expansion/
13. Amazon — Alexa Together 종료 고지 (2025.5.21)
14. Calcalist — Vayyar 감원·사업 축소 (2024.9.24)
https://www.calcalistech.com/ctechnews/article/ryb2oyera
15. 노리츠 — 「おふろの見まもり」 뉴스릴리스 (2021.1.6 발표, 3.1 발매)
https://www.noritz.co.jp/company/news/2021/20210106-004235.html
16. 전자신문 — 삼성서울병원 스마트병실 개소 (2026.4.27)
https://www.etnews.com/20260427000048
17. 데일리한국 — 스마트레이더시스템 낙상감지 솔루션 공급 (2026.5.20)
https://dai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1368934
18. 질병관리청 — 「2025 손상유형 및 원인통계」 (2026.8.25 발간)
https://www.kdca.go.kr/injury/biz/injury/recsroom/statsSmMain.do
19. 뉴시스 — 한국소비자원 CISS 목욕탕 위해사례 집계 (2025.12.17)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1217_0003445160
20. 서울신문 — 지자체 공공목욕탕 건립 예산 (2023.2.6)
https://go.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20601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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