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폐업이 개업을 추월했다. 그 뒤로 한 번도 뒤집히지 않았다
대한민국 목욕탕은 22년째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있다. 급락도, 반등도 없이. 산업이 이렇게 늙는 경우는 흔치 않다 — 그래서 이 숫자들은 읽을 가치가 있다.
먼저 좋았던 시절부터. 2003년, 전국의 목욕탕은 9,919곳이었다. 인구 4,800명당 한 곳 — 편의점보다 촘촘하던 시절이다. 그해에만 1,442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¹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그해가 정점이라는 것을.
바로 다음 해, 조용한 사건이 일어난다. 2004년, 사상 처음으로 폐업(725곳)이 개업(639곳)을 추월했다.¹ 어느 산업에나 있는 일이다. 경기라는 게 있으니까.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역전은 그 뒤 22년 동안 단 한 번도 다시 뒤집히지 않았다.
그 22년의 끝은 정부 통계에 적혀 있다. 보건복지부 공중위생영업소실태보고 기준, 2025년 전국에서 영업을 신고한 목욕장업은 5,668곳이다.² 정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가 남았다.

주가가 이런 모양으로 움직이면 우리는 그것을 폭락이라 부르지 않는다. 청산이라고 부른다. 급락은 반등을 만들지만, 이 곡선에는 반등 자체가 없다.
오늘의 산업 지형도 같은 통계에 함께 찍혀 있다. 전국 공중위생영업소 28만여 곳 가운데 목욕장업은 5,668곳 — 2%다. 미용실은 19만 곳이 넘고, 같은 쇠퇴 업종으로 불리는 세탁소도 1만 9,054곳이 남아 있다.² 목욕탕은 세탁소의 3분의 1도 안 된다.
서울: 30년 만에 71%가 사라졌다
전국 통계는 뭉툭하니, 서울로 확대해 보자. 서울시 인허가 데이터 3,970건을 전수 분석한 기록이 있다. 이 기준으로 서울의 목욕탕은 1995년 1,764곳에서 2025년 510곳이 됐다. 30년간 71%가 사라진 것이다.³

흥미로운 디테일 하나. 복지부 실태보고가 세는 2025년 서울의 목욕장업은 668곳이다.² 인허가 분석의 510곳과 다르다 — 하나는 인허가 대장을, 하나는 영업 신고를 세기 때문이다. 어느 기준으로도 결론은 같지만, 이 산업은 '몇 곳 남았는가'조차 집계 기준에 따라 흔들릴 만큼 어두운 통계의 영역이 됐다. 이 시리즈가 모든 수치에 기준을 함께 적는 이유다.
숫자를 사람으로 바꾸면
통계의 해상도를 사람 크기로 낮춰 보자. 진주에서 23년째 목욕탕을 운영하는 업주의 증언: 일요일 하루 매출이 180만 원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20만 원이다.⁴ 11분의 1이다.
서울의 한 목욕탕 사장은 72세로, 28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가 인터뷰에서 밝힌 누적 적자는 4억 원이다.³ 여기서 자연스러운 질문 — 왜 그만두지 않는가. 적자가 4억이면 진작 문을 닫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 이 질문의 답은 이 산업의 가장 기이한 비밀과 연결되어 있는데, 다음 화의 주제이니 잠시 아껴 두겠다. 힌트만 남기면: 이 산업에서는 문을 닫는 데에도 목돈이 든다.
손님이 줄수록, 요금은 오른다
쇠퇴하는 산업의 교과서적 반응은 가격 인하다. 목욕탕은 반대로 갔다. 갈 수밖에 없었다. 경남의 평균 목욕 요금은 2020년 5,850원에서 2024년 8,154원이 됐다. 4년 만에 39.4% 인상이다.⁴ 강원의 평균은 9,444원 — 지역 언론의 표현을 빌리면 "1만 원 턱밑"이다.⁵
목욕비 1만 원 시대. 오르면 발길이 줄고, 발길이 줄면 또 올려야 한다. 이 나선의 동력이 무엇인지는 다음 화에서 숫자로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목욕은 죽지 않았다
여기까지 읽으면 결론은 정해진 것 같다. 사양 산업. 시대의 유물. 조용히 사라지게 두면 되는 업. 그런데 데이터에는 이상한 구석이 있다.
같은 시기, 신세계는 하남 스타필드에 찜질스파를 지어 운영하고 있다.⁶ 도쿄에서는 90분에 7,000엔짜리 1인실 사우나가 예약으로 차고, 동네 목욕탕 사우나 요금의 10배를 받는다.⁷ 뉴욕의 사우나 스타트업 배스하우스는 3,500만 달러를 투자받아 전국 확장 중이다.⁸ 글로벌 웰니스 시장은 6조 8,000억 달러 — 2029년 9조 8,000억 달러 전망이다.⁹
죽어가는 것은 목욕이 아니다. '동네 목욕탕'이라는 형태다. 수요는 사라진 게 아니라 다른 그릇으로 옮겨 붓고 있는 중이다 — 누가, 어떤 그릇으로 받아내고 있는지는 3화와 4화에서 일본과 뉴욕을 걸어서 확인한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하나다. 동네 목욕탕은 왜 그 수요를 못 받아냈는가. "집집마다 욕실이 생겨서"라는 흔한 답은 절반만 맞다. 그 변화는 한 세대 전에 이미 끝난 얘기인데, 목욕탕은 지금도 사라지는 중이니까. 진짜 범인은 매출 쪽이 아니라 비용 쪽에 숨어 있다. 그리고 그 범인은, 매일 새벽 불을 켠다.
다음 화 — EP 02 · 목욕탕을 죽인 건 손님이 아니라 보일러다
코로나 2년, 목욕업 매출은 61% 줄었다. 같은 기간 도시가스는 45% 올랐다. 그리고 문을 닫는 데 수억 원이 드는 산업의 기이한 경제학 — 폐업조차 못 하는 가게들의 이야기.
숫자에 대하여
목욕탕 수는 집계 기준이 두 층위다. 정점(2003년 9,919곳)과 2004년 역전, 서울 −71%(510곳)는 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한 기록(한국일보·시사저널) 기준이고, 2025년 전국 5,668곳·서울 668곳은 보건복지부 공중위생영업소실태보고(영업 신고) 기준이다. 인허가 대장에는 휴업·미말소 업소가 남아 있어 두 수치는 항상 다르며, 감소의 방향은 어느 기준으로도 같다. 따라서 '정점 대비 감소율'은 두 기준을 섞은 근사치로만 읽어야 한다.
출처
1. 한국일보 — 인허가 데이터 분석: 2003 정점·2004 역전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3011115240002597
2. KOSIS·보건복지부 「공중위생영업소실태보고」 시·도별 현황(2025)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17&tblId=TX_117430022
3. 시사저널 — 서울 인허가 3,970건 전수 분석·업주 인터뷰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367523
4. 경남도민일보 — 진주 업주 증언·경남 목욕탕 763곳(2026-01-06)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953909
5. 강원일보 — 강원 평균 목욕료
https://www.kwnews.co.kr/article/202601072087977
6. 신세계 아쿠아필드 하남(공식)
https://www.aquafield-ssg.co.kr/hanam/index.af
7. 머니포스트 — 일본 개실 사우나 가격 구조
https://www.moneypost.jp/939775
8. Athletech News — Bathhouse 3,500만 달러 조달
https://athletechnews.com/bathhouse-raises-35-million-plots-expansion-as-social-sauna-boom-scales/
9. Global Wellness Institute — 웰니스 경제 규모
리서치·초고는 AI 보조로 제작하고 사람이 검수·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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