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상장사가 있다. 스마트 사우나의 기술 스택
4화의 마지막 문장. 운영의 사업 밑에는 기술이 깔려야 하고, 그 층을 만드는 회사들은 심지어 상장도 했다. 이번 화는 그 스택을 층별로 걷는다. 하드웨어, 무인화, 예약, 데이터. 그리고 층마다 발견되는 같은 사실 하나.
헬싱키 증권거래소에는 사우나 히터 회사가 상장되어 있다. 핀란드의 하르비아(Harvia). 2025년 매출 1억 9,890만 유로, 전년 대비 13.5% 성장, 조정영업이익률 19.6%다.¹
상장 직후인 2018년 3월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약 9,350만 유로였다.² 2026년 6월 기준으로는 7억 4,300만 유로. 8년 만에 약 여덟 배다.³ 1화와 2화에서 본 한국의 목욕탕, 연료비에 짓눌려 폐업조차 못 하던 그 산업과 같은 '불'을 다루는 회사의 장부다.

정직하게 덧붙이면, 이 회사도 편하지는 않다. 조정영업이익률은 2023년 22.4%, 2024년 21.2%, 2025년 19.6%로 3년 연속 내려왔다.¹ 매출은 늘고 마진은 얇아지는 중이다. 그래도 20%에 가까운 이익률이다.
차이는 무엇을 파는가에 있다. 하르비아는 열을 팔지 않는다. 제어를 판다. 2025년 9월 터치스크린 컨트롤러 '페닉스'와 앱을 내놓으며 사우나를 원격 제어되는 커넥티드 기기로 만들었다. 히터 성능을 학습해 가열 시간을 스스로 최적화하고, 와이파이로 펌웨어를 업데이트한다.⁴ 퇴근길에 앱으로 사우나를 예열하는 세계. 보일러가 비용이던 산업에서, 보일러를 제품으로 뒤집은 회사다.
하드웨어 층: 이미 대기업의 게임이다
이 층의 경쟁은 격이 다르다. 2024년 1월, 미국 코올러(Kohler)는 1928년 창업한 독일 프리미엄 사우나 제조사 클라프스(Klafs)를 네덜란드 사모펀드 에게리아(EGERIA)에게서 인수했다. 8개국에 850명이 일하는 회사다.⁵ 욕실 대기업이 사우나 제조사를 사는 시대다.
배경에는 사우나의 '가전화'가 있다. 글로벌 사우나 설비 시장은 2026년 10억 800만 달러에서 2033년 15억 5,680만 달러로 연 6.4% 성장이 전망되는데 주목할 것은 구성이다. 2025년 기준 이미 58.9%가 가정용이다.⁶ 사우나는 시설에서 가전으로 이동 중이고, 가전이 된 물건에는 반드시 앱과 구독이 붙는다.
무인화 층: 일본은 패키지를 판다
3화의 개실 사우나 붐 아래에는 무인화 기술이 깔려 있다. 예약 SaaS 레세루바(RESERVA)는 개실 사우나용 상품을 따로 판다. 24시간 온라인 예약, 예약 시 카드 선결제로 현장 정산 제거, 스마트락 연동 해정을 하나로 묶은 구성이다. 도입 사례로 소개된 한 회원제 사우나는 "인건비 0의 이상적인 무인 운영"이라고 적혀 있다.⁷ 같은 방향의 도입이 다른 곳에서도 나온다. 사우나 브랜드 허브사우나는 2025년 6월 라인 연동 예약과 QR 체크인을 묶은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발표했다.⁸

무인화는 가맹 상품으로도 진화했다. 도쿄 긴자의 개실 사우나 쿠도치(KUDOCHI)는 2022년 개점 5개월 만에 회원 8,000명을 모았고, 2023년 1월 가맹금 500만 엔에 매출 로열티 5% 조건으로 프랜차이즈 오너 모집을 시작했다.⁹ 2화에서 본 한국과 같은 산업에서, 일본은 창업 패키지를 팔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오해는 짚고 가자. 회원제로 운영하면 공중욕장 규제를 비켜 갈 수 있다는 얘기가 업계에 돈다. 일본 공식 자료는 정반대로 말한다. 후생노동성은 사우나와 개실욕장을 '그 밖의 공중욕장'으로 명시해 허가 대상에 넣고 있고,¹⁰ 도쿄 미나토구의 안내문은 더 직접적이다. **"입욕자가 불특정다수인지, 대가를 받는지만으로 허가 대상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¹¹ 적용 제외는 여관 숙박자 전용이나 사업장 복리후생 시설처럼 다른 법령이 위생을 규율하는 경우에 한정된다. 일본의 무인화는 규제를 피해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규제 안에서 사람만 뺀 것이다.
예약 층: 지도가 예약이 되는 순간
운영 위에는 수요를 연결하는 층이 있다. 이 층의 가격은 웰니스 예약 SaaS 마인드바디(Mindbody)가 보여줬다. 비스타 에퀴티 파트너스가 2018년 12월 인수를 발표하고 2019년 2월 완료했다. 약 19억 달러다.¹²
일본에서는 3화의 그 지도가 예약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라쿠텐트래블과 사우나이키타이가 공동으로 연 사우나 숙소 기획전은 시작 4개월 만에 누적 예약 1만 건을 넘겼고, 2025년 6월 30일 기준 대상 시설은 3,000곳이 넘는다.¹³ 네 사람이 부업으로 시작해 시설 1만 5천 곳을 지도에 올렸던 그 플랫폼이, 이제 거래를 중개한다.
그래서, 한국의 스택에는 무엇이 있나
층별로 세어 보자. 하드웨어는 핀란드와 독일(을 산 미국), 무인화 패키지는 일본, 예약은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 4화에서 확인한 유일한 투자처, 부산의 사사사가 있다. IoT 기반 운영 자동화에 웨어러블 바이오 데이터 연동 AI 프로토콜을 결합한 솔루션으로, 창업 3개월 만에 창원의 대형 사우나 네 곳과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¹⁴ 스택 관점에서 보면 이 팀은 정확히 비어 있는 두 층(무인화와 데이터)을 겨누고 있다.
스택의 가장 아래층에서는 한국도 움직인 기록이 있다. 2화에서 본 것은 정부 실증 데이터가 아니라 보일러를 바꾼 가게의 장부였다. 자부담 3,000만 원으로 연 1,800만 원을 아꼈고, 사장은 2년이면 본전이라고 했다. 같은 기간 부처가 정책자료에 적은 회수 기간은 3~4년이다. 숫자는 갈리지만, 이 층이 한국에서도 작동한다는 것만은 확인됐다. 문제는 그 위층들이 전부 비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나라도 채우지 않은 칸이 하나 있다. 세신이다. 목욕탕에 설치하는 자동 등밀이 기계는 실재한다. 전북 진안군은 2017년 예산 500만 원으로 관내 목욕탕 여섯 곳에 원형 돌림판식 기계를 설치했다.¹⁵ 하지만 이것이 로봇이나 AI로 진화한 사례는 조사 범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에만 있는 서비스의 자동화는, 당연히 한국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
스택은 거의 다 찼다. 하지만 이 산업에는 기술이 아직 손대지 못한 층이 하나 더 있다 — 생명이 걸린 층이다. 옆 나라에서는 매년 욕조에서 교통사고의 일곱 배가 죽는다. 다음 화에서 그 숫자를 만난다.
다음 화 — EP 06 · 욕조에서 매년 1만 9천 명: 아무도 안 하는 안전 AI
일본의 입욕 중 급사는 연간 약 1만 9천 명 — 교통사고 사망의 7배다. 수영장에는 이미 익수 감지 AI가 배치됐는데, 왜 목욕탕에는 없는가. 기술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를 다룬다.
숫자에 대하여
하르비아의 수익성 지표는 두 가지가 함께 공표된다 — 2025년 영업이익률은 19.3%, 조정영업이익률은 19.6%다. 본문은 조정 기준을 썼고, 회사가 함께 밝힌 3년 추이(22.4% → 21.2% → 19.6%)도 같은 기준이다. 시가총액은 매일 바뀌는 값이라 2026년 6월 17일 스냅샷을 시점과 함께 적었다 — 3주 뒤인 7월 3일에는 7억 6,800만 유로였고, 배수도 8.0배에서 8.3배로 움직인다. 상장 직후 시총은 회사 공식 자료의 ‘약 9,350만 유로’를 따랐다(상장 첫날 종가 기준으로는 9,275만 유로).
‘글로벌 사우나 설비 시장’은 사우나 제품(전통식·적외선·전기·스팀) 시장이며 시설 이용료나 회원권 같은 서비스 매출은 포함하지 않는다. 서비스를 포함한 사우나·스파 시장은 같은 시기 40억 달러대로 추정돼 자릿수가 다르다. 연 6.4%는 2026년을 기점으로 한 성장률이다.
일본의 무인 사우나에 대해, 얼굴인식 1초 인증을 내세우는 설명이 유통되지만 그 근거는 설비 벤더의 판촉 자료이고 도입 시설이 실명으로 확인되지 않아 이번 화에서는 쓰지 않았다. 확인 가능한 구성은 예약 SaaS·선결제·QR 스마트락까지다. 무인 운영 패키지가 ‘팔리고 있다’는 것까지가 공개 자료로 확인되는 범위이며, 일본 업계 전반의 관행이라고 말할 만한 도입 통계는 공표되어 있지 않다.
쿠도치의 회원 8,000명은 2022년 개점 5개월간의 실적이고 가맹 조건은 2023년 1월 발표 시점 기준이다. 현재 조건은 확인하지 않았다. 히트펌프 회수 기간은 사업장 운영자의 발언(2년)과 부처 정책자료(3~4년)가 갈리며, 원 출처는 2화 출처 목록에 있다. 자동 등밀이 기계는 진안군 사례로 실재가 확인되나 특허 문서는 특정하지 못했고, ‘로봇·AI화 사례 미확인’은 부재의 증명이 아니라 조사 범위 내 미발견이다.
출처
1. Harvia — 2025년 4분기·연간 실적 발표 (2026.2.12)
https://harviagroup.com/harvia-q4-2025-growth-in-all-sales-regions-continued/
2. Harvia 공식 IR — 상장(IPO) 개요·상장 직후 시가총액
https://harviagroup.com/investor-relations/harvia-as-an-investment/initial-public-offering/
3. Stock Analysis — Harvia 시가총액 (2026.6.17 기준)
https://stockanalysis.com/quote/hel/HARVIA/market-cap/
4. Harvia — Fenix 컨트롤러·MyHarvia 앱 발표 (2025.9.16)
5. Kohler 보도자료 — Klafs 인수 완료 (2024.1.18, 매도인 EGERIA)
6. Grand View Research — 글로벌 사우나 설비 시장 전망
https://www.grandviewresearch.com/industry-analysis/sauna-market-report
7. RESERVA — 개실 사우나 무인 운영 패키지 (컨트롤테크놀로지)
https://fc.reserva.be/reservation-reception-for-private-sauna/
8. PR TIMES — HUB SAUNA, 예약·QR 체크인 시스템 도입 (2025.6.27)
https://prtimes.jp/main/html/rd/p/000000010.000089384.html
9. PR TIMES — KUDOCHI 프랜차이즈 오너 모집 (㈜에이케이, 2023.1.10)
https://prtimes.jp/main/html/rd/p/000000007.000059151.html
10. 후생노동성 — 생활위생: 공중욕장 (사우나·개실욕장은 '그 밖의 공중욕장')
11. 도쿄 미나토구 — 공중욕장 영업 허가 안내
https://www.city.minato.tokyo.jp/kankyoueiseishidou/kuse/egyokyoka/tetsuzuki/yokujo.html
12. SEC 공시 — Vista Equity Partners의 Mindbody 인수 완료 (약 19억 달러, 2019.2.15)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1458962/000119312519041728/d659409dex991.htm
13. 라쿠텐그룹 — 사우나이키타이 공동 기획 「泊まってサウナ」 실적 (2025.6.30)
https://corp.rakuten.co.jp/news/press/2025/0630_01.html
14. 벤처스퀘어 — ㈜사사사 시드 투자·프리팁스 선정 (2026.2.24)
https://www.venturesquare.net/1040556
15. 전북도민일보 — 진안군 목욕탕 자동 등밀이 기계 설치 (2017.6.22)
https://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57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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