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이
저는 모자란 제 자존감을 구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사람이었어요. (소곤소곤, 열등감 덩어리였거든요🤫!) 남에게 위축되지 않을 나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자기 계발'을 했어요. 그 덕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죠. 목표했던 자존감도 어느 정도 충전할 수 있었고, 건강한 루틴도 굳히고, 크고 작은 성과도 내고요. 또 종종 우월감도 느꼈고요. 하지만 그렇게 채운 것이 진짜 자존감이 맞냐고 한다면... 글쎄요!
왜냐하면,
그런 노력으로 얻은 성취감은 단단하지 않았거든요. 뭔가를 이룬 순간만큼은 짜릿했지만, 그 기분은 영원하지 않았어요. 만약 내가 1년에 책을 100권 읽었다면(그냥 예시입니다, 전 책을 진짜 천천히 읽어요...☺️), 같은 기간에 101권을 읽은 사람을 보는 순간 멘털이 와르르 무너지는 거죠. '이런저런 것들을 이룬 나, 노력한 나'가 더 이룬 남과 부딪치는 순간 그동안의 제 노력이, 심지어는 제 자신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요... 언제나 나를 지켜주기에는 너무 가볍고 얄팍했어요.
물론
그 얻기 위해 달린 시간을 후회하진 않아요. 비록 그러다 가장 소중한 건강을 살짝 해치긴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와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을 알게 됐으니까요. 언제라도 한 번은 오긴 왔어야 했던 지점인 것 같아요. 그런데 '못난 나'를 지우고 '잘난 나'를 세우려던 노력이 잘못된 방향이었다면, 이제 어디로 가죠? 다시 '못난 나'로 돌아가야 할까요🤔?
길을 잃었을 땐,
명상이 확실히 도움이 돼요😉. 역설적으로, 그 방황이 세속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더더욱이요. 자존감을 화두에 두고 명상을 하니 서서히 이런 의문이 제게 들어 왔어요. 잘 하는 나만 나고, 못하면 내가 아닌가? 남과의 비교 위에 세운 '나'가 진짜 나일까? 자존감은 우월감이 아닌데? 나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남을 깎아내리는 모습, 나보다 '못한' 사람들 옆에서 가짜 자존감을 채우는 것은 내가 되고 싶은 내가 아닌데?
제가 얻은 답은
진짜 자존감이란, 우주에 나 혼자 남아도, 온 세상이 날 까내려도, '내가 나로 존재하는 힘'이라는 것이었어요. 외부 상황에 따라 '흥😏!' 할 필요도 없고 '힝😢'할 필요도 없이 그냥 나로 존재하는 것이요. 그냥 있는 그대로 그게 나구나, 받아들이는 거죠. 그게 진정한 '자기수용'일 테고요.
그럼
평생 맘에 안 드는 나를 끌어안고 그대로 살아야 할까요? 아니요, 나를 수용한다는 것이 거기 주저앉아 머물러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내 맘에 드는 나와 내 맘에 안 드는 나 모두를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가면 되죠!
아직은
저도 한참 그렇게 해보는 중이라 이게 최종 목적지가 맞는지 몰라요😉ㅋㅋㅋ (구독자님이 따라하셔도 책임 못짐😋!) 하지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있어요. 잘난 나에만 집착하고 못난 나는 억눌러 놓고 살았던 때보다 훨씬 편안하고 가볍다는 거예요. 이제야 온전히 나로 산다는 느낌도 들고요. 그리고 다른 사람을 볼 때도 훨씬 편해졌어요. 나를 지키기 위해 남을 판단하고, 점수를 매기고, 내 '위'면 미워하고 내 '아래'면 비웃으며 동정하고... 이런 삶이 행복할 리가 있을까요? 또 진정으로 효율적일 가능성은요?
앞으로
제가 닿고 싶은 방향이 있다면, 지금의 '그렇구나😌'에서 '그렇구나☺️💓'로 가는 길이에요. 나든 남이든 이 세상 모든 것을 큰 사랑으로, 천진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여러 성인들이 말씀하신 궁극의 행복, 순수한 아이 같은 상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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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니
잘 읽었습니다! :) 저도 누군가를 항상 넘어서려는 느낌으로 자존감을 채워왔던 거 같아요. 그게 진짜 자존감이 아니라는 건 제 에너지가 모두 소진된 다음에야 알 수 있었지만요. 아무도 나에게 승부를 걸지 않았는데 지기 싫어하는 기분ㅠㅠ 혼자서만 잔뜩 짊어지고 있던 가짜 자존감의 짐을 내려놓고, 나의 괜찮은 면과 못난 면을 두루 살피는 건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또 말씀하신 명상으로 그 못난 면을 보살필 수 있더라고요. 그럼에도 자존감이 흔들리는 순간이 종종 찾아오는데, 이렇게 좋은 글과 함께 다시 힘내보려 합니다. 잘 읽었어요 ㅎㅎ
일상과 명상을 넘나들
못난 나를 만나는 것이, 우리가 두려워하던 것보다 훨씬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시네요😊!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데 왜 지금까지 우리는 기를 쓰고 피하고 억눌러 왔을까요? ㅎㅎㅎ 저도 아직 경지(?)에 이른 사람이 아니라서 이런 글을 써놓고도 자주 흔들립니다 ㅎㅎㅎ 그럴 땐 무니님의 응원 댓글을 생각하면서 힘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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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
내가 나로 존재하는 힘💪🏻 너무나 공감되는 표현입니다 ^^ 가끔 저는 어린 시절의 자존감 낮은 못났던 모습이 문득 떠올라 차인표식 거친 칫솔질을 할 때가 있는데요. 최근 유튜브 채널(요정재형)에서 정재형씨가 게스크 강지영씨에게 그런 말을 하더군요. “나이가 들어서 어린 시절의 나를 미워하면 안돼. 잘 껴안아주고 토닥이면서 가야되는 거 같아“ 넘다들님 말씀처럼 내 맘에 드는 나와 내 맘에 들지 않는 나 모두를 잘 이끌고 가야겠고요. 이제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제 인생에 수십년동안 실패, 좌절과 같은 것들에 대한 맷집은 좋아졌고, 이것들은 일종의 파일럿 테스트와도 같은 거다!!라고요. 오늘도 일상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봄에 한 번 뵈어요 ㅎㅎ
일상과 명상을 넘나들
너무 좋은 깨달음을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아롱✨️님! 맞아요, 영원히 내 곁에서 나를 토닥여줄 사람은 결국 나뿐이잖아요 😘!! 저도 상황이 어찌됐든, 나를 데리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한다면 그 결과가 언젠가는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거라 믿어요!! 그 과정에서 만나는 행복은 행복대로 누리고, 고통은 나를 강하게 해주는 고마운 대상이라 여기며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다면, 인생이 그렇게 괴로운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히 살다가 날 풀리면 얼굴 보고 이야기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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