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시(금)

9월 1주 차 고양이들

이번 주 표어 : 못된 놈들을 거꾸로 매달기

2024.09.06 | 조회 117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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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고양이들의 시선

매주 금요일 고양이들의 시선이 담깁니다.🐈‍⬛

<대장 고양이의 편지>

 

To. 구독자

 

우리가 함께한 지 벌써 한달이 지났어!
여름에서 가을로 지나는 시간에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뻐


 

from. 대장 Q가

 


 

고친소; 새로운 고양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시 쓰는 고양이, 신희린

안녕, 내적관종 고양이인 희린이라고 해.
조금은 부끄러울 수도 있는 마음들을
하나씩 꺼내보려고 해.
한 달 동안 잘 부탁해.



시 쓰는 고양이, 서인백

제 글은 솔직히 그리 밝은 글이 아닙니다.
저는 우울 때문에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정확히 정의하기 위해 글을 쓰기 때문에
제 글은 거짓된 희망을 품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 글을 읽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길 바라며
제 우울에 공감하기보단 위로받길 원합니다.
부디 저의 우울이 당신의 우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쓰는, 이따금 사진도 찍는 낭만 고양이, 하녹

안녕! 그림 그리는 것도, 글 쓰는 것도,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는 낭만 고양이 <하녹> 이야.
내 이름 <하녹>은 ‘여름 녹음’ 에서 따왔어.
내가 바라 보는 세계를 지구인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앞으로 잘 부탁해!


사진 찍는 고양이, Q

좋아하는 걸 잔뜩 하는 중이야!
내가 좋아하는 걸 같이 할 수 있어서 기뻐.
카메라를 들고 더 자주 나가볼게.


 

<시 쓰는 고양이 희린의 시>

 

첫 번째 시, 붉은 요람

붉은 요람, 신희린 네가 밀어내던 알 하나만 겨우 지켰지. 다른 아이들은 모두 터져버렸다. 부리로 널 죽이려다 그러지 못했어. 둘밖에 없으니 사이좋게 지내렴. 이 말이 무색하게 넌 동생의 날개를 찢어버렸다. 나는 이제 한눈에 너와 네 동생을 구분하게 되었지. 좁은 둥지가 너의 날개를 좀먹는 동안 너는 동생의 솜털로 둥지를 붉게 칠해놓았어. 엄마, 내가 엄마가 쉴 곳을 만들어놨어. 나는 말했지. 아가야 정말 착하구나. 네 동생이 죽는 동안 나는 쉴 틈 없이 날았단다. 부리로 널 죽이는 상상을 비행처럼 반복하며. 떨어진 깃털이 유언장이 되고 땅에서는 엄마, 엄마, 죽은 아가들이 부르짖지. 아가야 엄마 왔다. 엄마, 나 배고파. 엄마가 먹을 걸 잔뜩 물어왔단다. 엄마, 동생이 죽었어. 아가야 정말……. 모든 엄마는 산란으로 결정될까. 그렇다면 나는 너의 엄마가 아닐 텐데. 아가, 도대체 이건 누구의 잘못이니. 메마른 붉은 솜털 송송 박힌 둥지의 잘못이니. 하루 먼저 태어난 네 조급함이 잘못일까. 아니면 널 두고 도망친 네 엄마의 잘못이니. 네 엄마는 이제 나뿐일 텐데. 어느새 너는 나보다 거대해졌구나. 너의 거대한 부리가 먹이를 받기 위해 내 머리를 감쌀 때마다 나는 둥지보다 따뜻한 안식처를 그곳에서 발견했지. 아가야 이대로 삼키면 돼. 너는 아무 말 없이 먹이만 삼켰다. 아가, 나의 부리는 이제 물렁하단다. 너는 둥지에 몸을 튼 채 썩어서 냄새나는 동생의 솜털을 쪼고 있다. 아가야 너는 이제 어디든지 갈 수 있단다. 너는 고개 돌린 채 붉은 울음소리를 내며 날개를 편다. 아가야 어디로 갈 거니. 엄마한테 가요. 너는 그대로 날아가 버린다. 붉은 진눈깨비가 둥지 위로 흩날린다.

 

아가야, 넌 어디로 갈 거니. — 희린의 기록

 

시쓰는 고양이 신희린 인스타그램 @whitx_whin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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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고양이 인백의 시>

 

두 번째 시, 외로운 염세주의자의 사랑은 그 무엇보다도 단단할테니

외로운 염세주의자의 사랑은 그 무엇보다도 단단할테니, 서인백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아낌없이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조건 없이, 대가 없이 나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친절하고, 친근하고, 웃어주고, 용서하고 내가 상처받더라도 괜찮았다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진심이 통했는지 운이 좋았는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결국 나를 좋아해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돌아봐 주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나는 끊임없이 불안했으며 마침내 홀로였다 나를 한 번이라도 돌아봐준 사람이 더 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들면 내가 먼저 관계를 끊어내고 나만 혼자 힘들어했다 부작용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을 좋아하던 내가 사람을 의심하고 첫 만남에 설레던 내가 낯을 가리게 되고 이별을 무서워하던 내가 만남을 무서워하게 됐다 사랑에 기대고 싶어 하지만 사랑을 믿지 않는 멍청이가 되었다 이제야 겨우 마음을 표현만 하던 내가 마음을 주고 받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행복에도 늘 끝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끝은 나로 인해 빚어진다는 사실이,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고, 빠져들고, 좋아하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도 사람인지라 대가 없는 희생이 힘들었다 애써 웃어넘기고, 애써 용서했던 모든 것들이 마음 깊숙이 남아있다 나의 사랑은 늘 트라우마로 남아서 나는 이미 흉터투성이다 그래, 그러니까 내 말은, 이렇게 길게 쓰여진 문장들 속에서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하게 될 때 나는 너를 그만큼 미워하게 될 거야 근데 제정신이 아닌 내가 충동적으로 너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비로소 고맙다며 눈물을 보여준 너를 내가 사랑해도 괜찮으면 그땐 우리 손 잡고 바다로 가자 나의 흉터를 새살로 덮어주라

 

요즘 저의 취미는 사랑, 특기는 이별입니다. ㅡ 인백의 기록

 

시쓰는 고양이 서인백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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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쓰는 고양이 하녹의 그림과 에세이>

하녹, 여름 소동, 디지털 페인팅 후 캔버스에 프린트 , 높이 42.0 *  폭 29.7 cm , 2024
하녹, 여름 소동, 디지털 페인팅 후 캔버스에 프린트 , 높이 42.0 *  폭 29.7 cm , 2024

첫 번째 에세이, 여름 바람은 청명한데도, 마음은 뜨겁게 어지러워서.

여름 바람은 청명한데도, 마음은 뜨겁게 어지러워서. - 김하녹 ‘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 다는데-.’ 이 문장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명백히 이상하다. 첫 번째, - 개’도’ - 개는 당연히 인간보다 열등하고, 열등한 개가 걸리는 더운날의 감기는 그보다 우월한 인간은 걸리지 않는다는 인간 중심 적인 오만이 보여서이고, 두 번째, 바이러스는 더운 환경에서 더 기승을 잘 부린다. 추운 환경 보다 더운 환경에서 각 종 전염병에 걸릴 확률이 올라가면 올라갔지 내려가지는 않는다. 아니라면 문과 고양이인 나를 대신하여, 이과 고양이가 잘 설명해주도록 하자. 여름 말미에 독한 감기에 걸렸다. 인간보다 금수가 나은 존재이다. 그러니 금수보다 못한 내가 여름 감기에 걸린 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 감기가 코로나였다. 난생 처음으로 걸려봐서, 코로나 임을 인지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나는, 내심 내가 혹시 슈퍼 항체 보유자가 아닐까 - 그런 상상을 했었다. ‘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어디 연구실에 끌려가는 건 아닐까!’ 나를 끌고간 국가 기관과 협상을 해서 백신 개발 연구에 참여 하는 대신, 슈퍼 백신이 나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돌봐 달라고 신신당부하는 상상도 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본인도 옷을 바꿔입고 변이 혹은 변종하여 (이것도 귀찮으니까 이과 고양이가 정정하자), 내 면역체계에 침투했다. 아 젠장. 한밤 중이었다. 무언가가 단단히 잘못 되었음을 느꼈다. ‘몸살이 이렇게 아플일인가?’ 침을 삼킬때마다 면도날을 삼킨듯한 통증이 목을 그대로 흝고 또 흝었다. 아니 정말로 날선 면도날이 목의 점막을 그대로 긁어 내려가는 것 같았다. 숨도 잘 안 쉬어 질 정도로. ‘단순한 몸살이 아니구나.’ 날이 밝자 마자 병원에 기어서라도 갈 심산 이었다. 이런 때 쓰는 말은 아니겠지만, 동 트기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더니. 아침이 되어 병원들이 문을 열기 전 , 약 없이 통증을 버텨내야만 하는 한 밤중은 그렇게 새까맣게 아프고 길었다. 집 바로 근처가 병원인데, 어찌나 멀게 느껴졌는지. 동이 트고, 날은 꼬박 새운 뒤, 천근 만근 무거운 몸을 일으켜 병원으로 향했다. ‘쓰러져도 병원에서 쓰러지자.’ 머릿속엔 정말 그 생각 뿐이었다. 비척비척 접수대에 다가갔다. 아, 이름과 생년월일을 말해야 하는데, “ 선생님… 저 쓰러질 것 같아요 ” 그 한 마디를 남기고 그 자리에서 바닥에 철푸덕 쓰러졌다. 그나마 예고를 한 덕에 , 바닥에 몸이 닿기 전에 사방에서 손이 뻗어와서 내 몸을 지탱했다. “ 주변에 코로나 걸린 사람 있으신가요 환자분?” “ 없는데…저는 검사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목소리도 잠겨서 잘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이게 왠 쇳소리야. 그래. 슈퍼항체 같은 건 없었고, 나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집에 돌아 오자마자 까무룩 잠이 들었다. 무슨 꿈을 꾼 것 같은데, 선잠에서 깨어나니 땅거미가 스물스물 지고 있다. 내가 누워 있던 자리 만큼 침대는 열기로 따끈했다. 옆에 놓고 잠들었던, 빳빳하게 프린팅된 약봉지가 다소 소란히 바스락 거렸다. 그래 약 먹어야지. 몸 상태가 저조하니, 에어컨 바람은 차갑고 아프게 느껴졌다. 에어컨을 껐다. 창가에 비척비척 걸어가 다가가 창문을 조금 열고 , 차가운 창틀에 잠시 뺨을 기대었다. 눈앞에 여름이 조각조각 일렁인다. 노란빛, 초록빛, 하늘빛… 수채빛 여름이 일렁일 때 , 무거운 눈꺼풀이 스스륵 감기고 목의 통증은 잠시나마 잦아 드는 듯하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고요한 시간이 방안 가득 스며들어왔다. '여름 소동'은 너무도 화창하고 맑았던 날과 달리, 시끄럽고 어지러웠던 내 마음이 서러워 그린 그림. 세상이 너무도 소란스럽게 느껴져서, 그저 두 귀를 손으로 막고 웅크리고 싶었던 어떤 찰나의 마음을 담아내었다. 어쩌면 그동안 몸과 마음을 너무 못 돌본 채, 달리기만 했는지도 모르겠다. 내내 소란스럽던 여름, 코로나로 인해 갑작스러운 적막 속에 놓였다. 그리고 이상하게 마음은 편안했다. 뭔가 하지 않으면 안절부절 못하다가, 뭐라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니 , 쉬어도 된다는 공신력 있는 판정을 받은 것 같아서 그렇다. 참 고요하다. 창틀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식은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살풋 건들인다. … 뺨을 기댄 창가에 고인 여름 햇빛이 시원하다. 바람에는 벌써 가을 향이 묻어난다. 8월 말, 녹빛이 가장 짙은 시기, 지독하게 앓고나니 시나브로 가을에 들어 서있다. 내가 멈춰도 가버리는 어떤 시간은 매정하지만, 내가 가지 않아도 성큼 다가온 계절의 초입은 퍽 다정하기도 하지. 한 바탕 실컷 꾼 꿈같은 여름이다. 우리 꼭,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또 보자. 여름 안녕!

 

... — 하녹의 기록

 

그리고 쓰는 고양이 김하녹 인스타그램 @hanokdrawdreams

 

。.。:+* ゜ ゜゜ *+:。.。.。:+* ゜ ゜゜

 

<사진 찍는 고양이 Q의 사진>

물고기가 있는 정물, Q, 1440mm × 2160mm, 2024, EOS R5, 53mm, f4.5, 1/125s, iso2500
물고기가 있는 정물, Q, 1440mm × 2160mm, 2024, EOS R5, 53mm, f4.5, 1/125s, iso2500

첫 번째 사진, 물고기가 있는 정물

함께 살아가는 금붕어와 오래된 타자기로 쓴 신미나의 시, 복숭아가 있는 정물. 오래된 물건을 참 좋아해. 다정한 것 같아서.

 

나의 장점은 내가 좋아하는 걸 잘 알고 있는 점이야 ㅡ Q의 기록

 

사진 찍는 고양이 Q의 인스타그램 @mylovecomefindme

 

 


 

<고양이들의 한 마디>

  • 희린의 한 마디 : 내 필명은 본명이야. 
  • 희린의 이번 주에 할 일 : 마음껏 쉬고 낮잠을 자기, 하늘을 보면서 걸어보기

゚+*:ꔫ:*+゚

  • 인백의 한 마디 : 요즘은 썬글라스를 써도 햇빛이 강해서 눈을 뜰 수 없어요
  • 인백의 이번 주에 할 일 : 카페인 줄이기, 물 많이 마시기

゚+*:ꔫ:*+゚

  • 하녹의 한 마디 : 다들 아프지마!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어. 
  • 하녹의 이번 주에 할 일 : 단행본 원고 그리고 편집해야 해! 그리고 광합성 많이 할거야.

゚+*:ꔫ:*+゚

  • Q의 한 마디 : 요즘은 홍차마시는 게 취미야
  • Q의 이번 주에 할 일 : 영화 보러 가기, 새로운 Tea 구매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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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산짱돌주먹

    0
    21 days 전

    바이러스는 환절기나 낮밤 기온차가 클 때 기승을 부립니다 사실 그냥 항상 똑같은데 인간 몸이 기온차에 적응하느라 면역력이 약해져서 그때 특히 감기에 약한 것임 독감 시즌입니다 독감접종 잊지 마시고 구충제도 챙겨 드세요 - 코로나는 안 걸렸는데 독감은 걸린 간호학과

    ㄴ 답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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