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얼마 전, 제 친구 명주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너는 사람들 인생을 안 겪어봤는데, 어떻게 다 공감해?”
무슨 말인고 하니, 상담가가 모든 인생을 살아본 게 아닌데 어떻게 모든 내담자의 상황이나 마음에 공감하냐는 거였어요. 주변에 간호사 생활을 정말 힘들어하는 절친이 있는데, 자신은 간호와는 아무 관계 없는 IT 개발자라, 어떻게 공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였어요. 저는 명주에게 물어봤지요.
“네가 생각하는 공감이란 게 뭔데?”
구독자님은 어떠세요? 공감이라고 하면 왠지 상대의 상황을 나도 겪어보거나, 간접 경험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문장은 이런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장들은 결국 공감을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공유감정”으로 정의한 셈입니다. 이런 정의대로라면, 당연히 상담가도 모든 내담자에게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직업을 경험해 보았거나, 주변에 모든 직업을 가진 지인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상담가들은, 또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이것만 기억하세요. 공감의 핵심은 ‘경험의 유무’가 아니라, ‘정보 시각화’에 달렸다는 것으로요. 영어로는 Data Visualization이라고 하는데요. 상대방이 말하는 정보를 최대한 귀 기울여 듣고, 그것을 머릿속에 영화나 드라마 장면처럼 제대로 구현한 후, 내가 그 속에 들어가 있다고 느끼는 겁니다. 쉽게 말해 VR로 그 사람의 상황에 내가 들어가 보는 것이지요.
자, 그러려면 어떤 것이 중요할까요? 바로 ‘질문’입니다. 제 친구 명주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 명주가 간호사 친구의 상황을 공감하기 위해서 일단 머릿속으로 병원을 떠올리고, 그 안에 트러블의 대상인 동료 간호사들이 떠 올라야 할 것이며, 그녀들의 말투나 행동들이 구현되어야겠지요. 그리고 그 속에 자신이 친구가 되어 들어가 보는 겁니다. 이렇게 내가 전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질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질문이라는 것은 공감의 핵심 요소인 ‘적극적 경청’의 필수 요소지요.
적극적 경청은 말 그대로 듣되, 적극적으로 듣는 것을 말합니다. 소극적 경청이 일절 리액션 없이 가만히 듣고 있는 거라면, 적극적 경청은 질문하고, 반응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일부러 질문하려고 애쓸 필요 없어요. 위에서 말한 대로 정보의 시각화 과정을 연습하다 보면 자동으로 질문거리가 생겨납니다. 몰입해서 상대의 말을 듣고, 그 정보들을 내 머릿속에 이미지로 구현하다 보면 뭔가 자꾸 빠진 부분이 생기거든요. 예를 들어 괴롭히는 동료 간호사는 몇 명인 거지? 한 명이 주동자고 나머지는 방관자인 걸까? 아니면 셋 다 적극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걸까? 내 친구랑 경력이 몇 년 차이가 나길래 저렇게 꼰대처럼 구는 거지? 등등 다양한 궁금증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 것들을 적재적소에 질문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적절한 질문을 건네는 것은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좋은 대화의 토대가 됩니다. 일단 나에게는 상대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구현해서 진심으로 그의 스토리에 들어가 볼 수 있게 해주고요. 상대 입장에서는 계속 질문하는 그 자체가 ‘아, 이 사람은 내 상황에 적극적으로 몰입해 주고 있구나’라는 고마움이 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상대는 내 질문에 답변하면서 의외로 스스로 생각이 정리되고 해답을 찾아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마 상담을 받아보신 분들은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좋은 상담자는 ‘조언자’가 아니라 ‘질문자’인 경우가 많다는걸요. 멘토링이나 컨설팅과 다른 점이 바로 그것이지요. 상대방이 내 도움으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그를 이끌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기꺼이 그의 터널 속에 같이 들어가서 손잡고 길을 찾아가는 것. 그러기 위해서 그의 터널을 내 머릿속에도 구현하고자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질문하는 행위, 그것이 진짜 공감의 베이스입니다.
그러니 주변에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도 흔쾌히 대화를 건네보세요. 적극적 경청과 정보 시각화만 잊지 마시고요. 누구나 충분히 좋은 상담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상담이란 거 너무 어렵게 생각지 마세요, 서로 상(相)에 말씀 담(談), 그저 서로가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내면에 있는 온기의 불씨가 맞닿을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니까요.
이번주의 추천
:: Mind Nook - 유난히 푸르렀던 그 해 여름의 피아노
상대와 내가 충분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집으로 친구를 초대했을 때, 가장 먼저 조용한 음악을 준비합니다. 아무 소리가 없는 적막함 속에서 고민을 털어놓을 때, 누군가는 안전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적막 자체가 무언가 빨리 말해야 한다는 압박이 되기도 한다고 해요. 그럴 때, 저는 피아노 음악이나, 잔잔한 재즈를 틀어놓곤 해요. 상대방이 침묵해도 괜찮다, 말을 하다가 잠시 적막해져도 괜찮다는 제 나름의 배려랄까요? 여러분도 누군가와 좋은 대화를 나누고플 때, 그를 위한 배경음악을 골라보세요. 거기서부터 상대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경청하기 위한 시작점이 될 겁니다.
월간 마음건강 소식
인터뷰 코너 <오프더모먼트> 첫 손님, 브로콜리너마저가 옵니다
오프먼트의 뉴스레터가 <오프레터>에서 <월간 마음건강>으로 버전업 됨에 따라, 다양한 소식을 들려드리는 코너를 만들게 되었어요. 오늘은 인터뷰 코너, <오프더모먼트>와 <오프더레코드>를 소개합니다.
매월 4째주에 소개될 인터뷰 코너는 두 파트로 나눠져 있는데요. 수요일에는 <오프더모먼트> 그리고 금요일에는 <오프더레코드>가 연재됩니다. 오프더모먼트는 저 장재열이 인터뷰 대상자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하는 코너이고요. 인생에서 잠깐 멈추었던 순간에 대해 집중적으로 나누어 볼거에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 그리고 가장 어두웠던 순간 어떻게 스스로 멈춤을 결심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 다시 회복의 첫발은 어떤 계기로 걷게 되었는지를 들어볼 겁니다.
금요일에 연재될 <오프더레코드>는 여러분께서 객원 에디터가 되어 인터뷰이에게 궁금한 질문을 마구마구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질문을 모아서 제가 대신 전달하고, 금요일 레터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정말 여러분이 궁금하신 무엇이든지 좋아요. 말 그대로 오프 더 레코드, 우리끼리만 보는 이야기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첫 인터뷰 대상은 누구냐! 오랫동안 우리의 마음에 위로가 된 뮤지션이죠? 브로콜리너마저를 만나봅니다. 보컬이자 리더인 윤덕원씨를 모시고, 진솔한 삶의 순간들을 나누어 볼거에요, 아래의 링크를 통해 브로콜리너마저 윤덕원님에게 궁금한 무엇이든지 질문 남겨주세요!
지난 주 답변
지난주 질문은 꼭 이루고픈 삶의 순간, 목표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가치를 담아 답변 보내주셨어요. 함께 읽어볼까요? 답변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이번 주 질문
이번 주 질문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구독자 여러분의 생각을 다음 주 레터에서 소개합니다.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눠보세요.
누구보다 내가 가장 공감하고 경청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죠? 지나쳐 버린 인생의 어느 순간, 그 시절의 나에게 지금이라도 공감의 문장을 건네볼까요? 분명 지금의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될 겁니다.
brand story
장재열의 월간 마음건강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레터는 매거진, 워크숍, 컨설팅을 통해 스스로 온전히 멈출 수 있는 마음의 자생력을 기르는 브랜드 오프먼트 offment의 뉴스레터입니다. 뉴스레터에 소개된 다양한 가치를 다양한 매개체로 개발하고, 전달합니다. 아래 홈페이지를 방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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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파티
공감의 핵심은 정보의시각화와 적극적인 경청, 조언자가 아닌 질문자!! 제가 그동안 묵혀있었던 진정한 공감이란?? 질문에 가려운 부분을 딱 긁어준 느낌? 아하 💡이것이구나!! 마치 심봉사가 눈뜬 것 처럼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예요! 감사합니다 진정한 공감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하고 싶어요~ 물론 그 첫번째는 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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