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오랜만에 스타트업 대표인 친구와 밥을 먹었어요. 아주 잘나가고 있는 친구여서, ‘맛있는 것 얻어먹어야지~’라며 룰루랄라 만났는데 웬걸? 안색이 너무 안 좋은 거에요. 핵심 구성원이라고 믿고 의지했었던 직원 3명이 하루아침에 나간다고 말을 했대요. 그 3명은 예전에 저에게도 인사시켜 주었던, 친구가 아주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했던 직원들이었어요. 서로 잘 지내고 있다고 믿었는데, 아무 낌새도 없다가 갑자기 받은 이별 통보에 친구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어요. 상대방 탓을 하며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다가, 또 어느 날은 자신이 모자란 리더인가? 수 없이 자책을 하면서 감정이 널뛴다는 거에요. 그러다 최근 내린 결론은 이거였대요.
“그래, 그냥 월급 주는 직원일 뿐인데 내가 너무 정을 준 거야. 다시는 정을 안 줘야겠어.”
구독자님도 비슷한 경험이 있나요? 이별 앞에서 남 탓이나, 내 탓을 하면서 마음이 널뛰던 경험 말이에요. 꼭 제 친구처럼 리더의 자리에 있지 않더라도 연애의 이별이나 친구, 동료와의 이별도 있으니까요. 그런 많은 이별이 여러분에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관계에 현타를 느끼고 점점 타인에게 정을 주지 않게 되었나요? 아니면 다시는 누군갈 잃기 싫어서 점점 더 남에게 맞추는 사람이 되진 않았나요? 두 유형 모두 이별이란 건 힘들고 피하고 싶다는 전제 때문에 생겨나는 방어기제이지요. 저는 어떨까요?
저는 자칭 ‘쎄믈리에’가 되어 있었어요. “그래~ 나 딱 느낌이 왔었어. 어쩐지 좀 쎄하더라니~”라는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점점 경계심이 늘어나게 된 거지요. 이제 막 알아가는 사이에서, 상대방이 조금만 내 가치관과 달라도 ‘저사람... 쎄하다!’라고 느끼면서, 떠보는 질문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경계심 많아진 내 모습에 저 자신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을 때, 제가 매일 아침 함께 명상하는 크루, ‘모닝 프렌즈’의 멤버인 지혜 님이 이런 말을 했어요.
“저도 최근까지 이별하고 나면 내가 뭘 또 잘못했을까. 그 사람은 왜 이렇게 짧게 왔다가 가서 내 마음을 힘들게 할까. 라고 생각하고 힘들어했었는데요. 제 명상 선생님이 하신 말을 듣고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무슨 말을 들었어요. 지혜 님?”
“그 사람이 왜 떠나갔을까를 생각하기보다, ‘그 사람은 내 인생에 무엇을 알려주려고 왔다 간걸까?’ 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라는 거에요.”
아!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지나간 인연들을 되짚어봤지요. 영원히 사랑할 것처럼 고백했다가 7개월 만에 떠난, 그래서 미움이 남아있던 옛 연인은 사귀는 동안 매일 매일 자정마다 저의 금연 날짜를 세어주는 금연 카운터를 해주면서, 제 20년 흡연 역사에 마침표를 찍게 해 준 금연 귀인이었더라고요.
또, 창업 초기에 딱 4개월 정도 함께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저를 떠나게 된 공동 창업자 친구들이 있었는데요. 오래 함께할 거라 믿었는데, 더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되었다며 어느날 갑자기 떠나갔어요. 솔직히 서운함도 아쉬움도 있었지만, 지혜님의 관점으로 다시 생각해보니 고마운 마음이 먼저 들더라고요.
“아, 그 친구들은 내가 새로운 배를 만들어 항해를 떠나려 할 때, 쨘 하고 나타나서 사업 모델이라는 ’배‘를 만들어준 목수들이었구나. 하지만 단지 ’항해사‘까지는 아니었던 거야. 그래서 이제 막 배가 바다로 나아가려 할 때 자연히 헤어지게 된 거구나.”
이렇게 하나하나 대부분의 인연을 되 짚어보니, 미워할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저에게 와서 무언가 하나씩은 도와주고, 알려주고, 떠났더라고요. 그야말로 시절인연(時節人煙)이랄까요? 때가 되어서 자연히 왔고, 또 때가 되어서 붙잡을 수 없이 자연히 떠나는 사람들. 그 속에서 나는 분노와 짜증, 슬픔보다 ‘그 인연이 내게 남겨준 것’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구독자님은 어떤가요?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르는 어떤 이별이,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은 내 인생에 무얼 알려주러 왔던 걸까. 하고요.
이번 주 추천
::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대화 카드, 'Taste talk'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각자의 다른 취향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죠. 오늘 소개할 추천 아이템은 취향 대화 카드 <Taste Talk> 인데요. 저도 즐겨 읽고 있는 취향 전문 뉴스레터, '바게트 레터'의 운영진들이 만든 카드예요. 이 카드를 접하게 된 계기는 조금 특별했는데요. 12년 전 제가 기업 인사 담당자로 재직하던 시절, 대학 후배가 부탁을 했어요. 자신의 친구가 오빠네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는데 너무 긴장하고 있다고, 응원 한 번만 해주실 수 없냐고요. 그때 면접장에서 아주 짧게 응원해주었던 청년이 12년 만에 DM을 보내, 그때 참 감사했다며 보낸 선물이 바로 이 Taste talk 카드에요. 귀한 선물이라 써보기 시작했는데, 꽤 좋더라고요?
보통 다른 대화 카드들이 각자의 내면이나 성격, 기질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질문이 많고, 그러다 보니 다소 깊은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게 부담이 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이 카드는 나의 음악, 영화, 여행 취향 등 나의 정보 중 가장 부담 없는 내용부터 말하도록 되어있어요. 부담 없는 대화를 이어가는 트리거가 되기에 적합하달까요? 저는 이렇게 소개하고 싶네요.
"서로의 다름을 ‘유쾌’하게 만날 수 있는 대화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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