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안녕하세요. 에디터 민정입니다. 어느덧 가을도 중턱을 지났네요. 낮엔 볕이 따뜻하다가도, 아침저녁의 공기엔 차가움이 느껴집니다. 이맘때쯤에는 주변에서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리는 것 같아요. 육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요. 그래서 이번 레터에서는 조금 더 나를 살피는 이야기, 지친 마음을 돌보는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민정의 가장 충만하고도 불완전한 이야기

"넌 어쩜 그렇게 건강해?"
"어떻게 그 흔한 감기 한 번 안 걸리냐?"
지인들에게 참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실제로 언제 마지막으로 아팠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심지어 저희 신랑이 코로나에 총 네 번 감염되었는데요. 별다른 격리 없이 한 공간에서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옮지 않은 덕에 주변에서 정말 신기해했었답니다. 예전에는 스스로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해 대답하지 못하던 날이 많았어요. 제가 그리 깔끔한 편은 아니라서 "야 그니까 나처럼 좀 더럽게 살아봐. 병균이랑 친하게 지내야 면역력이 높아지지ㅋㅋ" 라는 장난을 치기도 했었고요. 그럼 제가 정말 슈퍼맨이라도 되는 걸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타고나길 혈액순환이 안 돼서 매일 온몸이 띵띵 붓고요. 체력도 좋지 못해 금방 지칩니다. 이런 제가 남들보다 잘 아프지 않은 나름의 이유를 나이 먹으며 조금씩 알게 됐어요. 오늘은 그 비법(?)들을 여러분께 공유해 하려고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잠이 참 많았어요. 학창 시절 별명 중 하나가 '잠만보'였을 정도로요. 12시간 정도 자는 건 거뜬하고요. 굳이 일어나야 할 이유가 없으면 계속 자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중 하나가 바로 저랍니다. 그 때문에 학창 시절엔 등교하는 게 그렇게 힘들더니, 성인이 되고 나서는 출근을 위해 이른 아침에 눈 뜨는 게 고역이더라고요. 권장 수면 시간이 8시간이라고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이 매일 8시간 이상의 숙면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잖아요? 그런데 남들은 그러고도 잘만 살더라고요. 5-6시간씩 자면서 잘 버티는 동료들과 달리, 저는 수면 시간이 8시간 미만인 날에는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피로감이 몰려왔어요. 하루 종일 취한 상태로 일하는 느낌이랄까요? 나는 왜 이렇게 잠이 많을까. 남들은 적게 자고도 멀쩡한데 왜 나만 이렇게 비실 대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유난히 지친 날, 보양식 한 그릇이면 회복이 되는 사람이 있듯, 나는 숙면으로 충전을 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이해해 준거죠. 이게 바로 제가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던 첫 번째 포인트입니다.
한참 직장 생활에 열정을 쏟았던 시절에는 단짝 친구들보다 더 자주 만나던 존재가 있었어요. 바로 구내염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잠만보의 몸으로 살기 쉽지 않았는데, 야근이 며칠 정도 이어질 때면 여지없이 입안이 헐더라고요. 하루는 구내염이 한 번에 두 개나 생기는 바람에 동료들에게 너무 아프다며 우는소리를 냈는데요. 글쎄 동료들 중 살면서 구내염을 단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다른 동료들도 확실히 저만큼 구내염이 자주 생기지는 않는 것 같았고요. 이후 저에게는 또 다른 건강 유지 비법이 생겼습니다. 내 몸은 힘들다는 신호를 구내염으로 보내는구나?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이후로는 입안이 헐면 '요즘 좀 무리했나 보다'싶어서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어주기 시작했죠.

수면 시간과 구내염, 그리고 30대가 된 후 얻게 된 또 하나의 건강 유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독서에요. 저는 서른한 살이 되어서야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되었는데요. 독서라는 게 누구의 지시도, 명확한 목표도 없이 그저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보니 '요즘 나에게 얼마나 여유가 있었나'를 판단하는 가장 명쾌한 기준이 되어주더라고요. 몇 주가 지나도록 좋아하는 책 한 번 펼치지 못했다면 '아, 지금 내가 좀 빡빡하게 살고 있나 보구나'하며 그다음 주의 스케줄을 조절하기도 하고요. 반대로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시기에는 요즘 나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결국 저는 타고난 건강 체질이 아니라, 아플 틈이 없었던 거예요. 정확히 말하면 아플 때까지 나를 내버려두지 않았던 거죠. 내 몸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색을 보이면 멈춰야 한다는 신호로 빠르게 받아들였습니다. 그게 수면 시간이든, 입안의 작은 통증이든,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하지 못하게 되는 소소한 변화든 말이에요. 적절한 타이밍에 멈추는 습관 덕분에 지칠만하면 금세 회복하며 살아온 거죠.

그걸 가능하게 했던 건 나 자신을 예민하게 관찰해온 시간들 덕이었습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남들보다 유난히 쉽게 지치는지, 무엇을 하면서 몸이나 마음을 충전시키는지 알아야 스스로를 내버려두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는 하루에 6시간만 자도 큰 문제가 없다고 느끼지만, 최소 8시간은 자야하고, 가능하다면 9시간 이상의 숙면은 해야 신체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저를 발견한 것처럼. 그리고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두통 혹은 소화장애가 오는 누군가와는 달리 구내염으로 신호가 오는 저를 알아차린 것처럼 말이죠.
나를 예민하게 관찰하는 게 참 중요한 일이라는걸, 30대가 되고 이전보다 체력이 저하될수록 더 절실하게 느낍니다. 우리 모두의 에너지는 유한하고, 그 한계는 각자 다르게 찾아오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기본적으로 제가 그렇게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마인드가 자꾸만 나를 궁금해하고, 괜찮은지 들여다보게 하고, 돌보게 해주더라고요. 좀 웃기게 들릴 수 있지만 저는 조금만 지쳐도 "아이고, 민정이 힘들었나 봐. 오늘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야 돼~", "아, 약한 민정이 얼른 재워줘야지." 하면서 침대로 다이빙해버립니다. 그렇게 한숨 푹 자고 나면 와, 개운해! 드디어 살맛난다! 싶어요.
구독자님은 어떠세요? 요즘 내 상태는 어떤지, 충분히 잘 지내고 있는지, 가끔이라도 스스로에게 안부를 물어본 적 있으신가요? 이 정도쯤은 다들 참고 사는 거라며 무심히 넘겨왔던 내 안의 무게들, 사실 지금 당장 살펴봐줘야 할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스스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져 보면 어떨까요? 그냥 살아남는 게 아니라, 무너지지 않고 덜 상하면서, 오랫동안 나답게 살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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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생
지쳤을 때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곰곰히 떠올려 보니, 어릴적부터 반복해서 보던 드라마를 다시 본다던가, 이명 등.. 몇 가지가 있더라고요! 그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브레이크가 필요함을 알아주고 나를 다독여주는 시간을 마련해야겠어요. 요즘 다시 그 드라마를 찾기 시작했거든요! 덕분에 오늘 하루 휴식을 주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민정
맞아요! 사람마다 지쳤을 때 나오는 행동이나 몸의 신호가 정말 다른 것 같아요. 마음이 힘들수록 업무량을 더 늘리면서 몸을 혹사시키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요...! 지칠 때 어린 시절부터 반복해서 보던 드라마를 다시 보는 습관이 계시다니 이것도 정말 새롭네요! 스스로의 신호를 굉장히 잘 알아차리고 계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ㅎㅎ 따뜻한 댓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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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누나
잠을 잘자는 건 아주 큰 복이라고 하는데 민정님은 큰 복을 타고 태어나셨네요^^ 축하합니다😊 저도 민정님처럼 잠도 잘자고 남들보다 조금 더 체력이 좋은 편이에요 저희 엄마와 가까운 지인들만 봐도 숙면을 하지 못해서 많이 힘들어하고 수면유도제 도움을 받아 애써보지만 잠을 잘 못자니 그게 몸으로 병이 나타나더라고요 옆에서 그걸 보며 상대적으로 잠을 잘 자는 제 자신에게 아주 감사함을 느껴요! 글을 읽으며 난 어떻게 알아차림을 하지? 알아차린 후에 나를 어떻게 대해주지? 생각해보니 저도 잠! 잠이라는 보약을 주네요 ㅎㅎ 저녁 든든히 먹고 포근한 이불 속에 들어가 누우면 스르륵~ 이렇게 오늘도 저에게 감사하고 좋은글 나눠주신 민정님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무쪼록 잘 자고 건강하게 만나요 우리☺
민정
사랑이누나 님도 잘 자는 타입이시군요!☺️ 저도 자는 게 너무 좋고, 자고 나면 그렇게 행복해요(?)ㅎㅎ 그런 면 때문에 살면서 잔소리도 참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네요. 잘 먹고, 잘 자는 거! 제가 생각해도 아주 큰 복인 것 같아요. 저희 앞으로도 숙면과 멀어지지 않는 일상 살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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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경
민정님을 글을 보면서 저도 그랬었는데,,,, 잠만보 였지만 잠을 줄였고 , 구내염이 잦았지만 멈추지 않았고, ..책을 읽지 못했던 시간들..저는 결국 올해초에 탈이 나고 말았어요~~ 무너지지 않고 덜 상하면서 ..오랫동안 나답게 살기위해 ..나를 관찰하고 돌보는일은 너무나도 중요한일이란 저는 늦게 알게되었지만 글을 읽는내내 공감했답니다..건강이 최고란것을 ^^
민정
유경 님, 저와 아주 비슷한 체질을(?) 가지셨나 봅니다☺️ 너무너무 반갑네요ㅎㅎ 저도 주어진 일들 때문에 무리하는 날들도 있지만, 최대한 그 시간을 지속하지 않으려고 늘 노력하고 있어요. 유경님도 건강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으셨으니, 저희 앞으로 스스로를 잘 돌보고 다독이며 살아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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