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연

저는 올해 한국 나이로 37살이고 13년간 같은 회사에서 일해왔습니다. 안정적이고 큰 문제 없이 다니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하루하루 시들어가는 기분입니다. 20대 때는 ‘회사에서 버티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했고, 30대 초반엔 안정적인 월급이 주는 안도감이 컸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가슴에 돌덩이를 얹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살다가 죽는 거겠지?”
비혼 주의자라 인생에 다음 스텝(결혼, 출산, 육아 등)이 없다고 생각하니 끝없는반복 재생의 삶 같습니다. 사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건 디자인 쪽이었어요. 미술을 전공한 건 아니지만, 취미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작업을 해왔고, 친구들 부탁으로 간단한 작업을 해주면 정말 재미있고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다들 너무 잘한다고 말합니다. 얼른 사업자 내라고요.
하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는 경력도 인정되고, 연봉도 꾸준히 오릅니다. 반면, 디자인으로 전향하려면 처음부터 배워야 하고, 수입도 한동안 크게 줄어들 거라는 걸 잘 압니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해서 저금은 좀 있지만 얼마나 버텨야 할지 모르기에 충분한 예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님도 연로하셔서 언제 큰돈이 나갈지 모르고... 주변 사람들 역시 “이제는 씨를 뿌릴 때가 아니고 쌓아 올려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저도 머리로는 알지만, 자꾸 곁눈질을 하게 됩니다.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지고, 주말만 기다리며 사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싶어요. 남은 30대와 40대, 그리고 그 이후를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바꾸는 게 나을지, 아니면 그냥 버티는 게 나을지 고민이 너무 깊어집니다. 혹시 37살에도, 저 같은 특징 없이 사무직으로만 살아온 사람이 진로를 바꿔도 괜찮을까요? 아니면 그냥 마음을 접고 지금에 집중하는 게 맞을까요?
by. 바부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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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의 답장
바부언님의 사연, 어떻게 보셨나요? 이번에는 세월의 경험을 켜켜이 쌓은 4050 왕언니 왕오빠 독자분들의 온기 가득한 답장이 이어졌습니다. 읽는 저 조차도 괜스레 위로받은 뭉클함이 있더라고요. 함께 살펴볼까요?
장재열의 답장

바부언님, 사연을 읽으며 참 옛날 생각 많이 나더라고요. 작가 활동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블로그로만 글 쓰던 그 시절 말이에요. 2013~2014년 정도였던 거 같네요. 많이들 아시다시피 제가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삼성에서 퇴사한 뒤 블로그를 쓰다가 많은 네티즌분들께 공감과 주목을 받고, 뒤이어 작가와 상담가가 된 건 맞습니다. 다만 그걸 요약해서 한 줄인 거지, 그 사이에 제가 거쳐야 했던 시간은 꽤 길었고, 솔직히 쉽지 않았어요. 오늘 처음으로 이 에피소드를 좀 풀어볼까요?
삼성 퇴사 후에 정신질환이 좀 낫고 나서, 저는 5인 미만의 작은 공익 사단법인에서 사무직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노동 강도는 삼성보다는 훨씬 덜했고, 나름 '공익적인 일'을 하는 곳이었지만, 급여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적었어요. 세후 160만 원 정도. 그래도 저는 소비가 크지 않은 사람이었기에 그냥저냥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제 마음이었죠. “내가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나?”라는 질문이 매 순간 저를 따라다녔답니다.
그 시기에도 그런 방황의 마음을 담아서 꾸준히 블로그 글은 올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여전히 그때까지도 이게 직업이나 돈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냥 조금씩 독자들이 늘긴 했지만요. 그러다 어느 날 네이버 포스트라는 서비스로 옮겨 활동을 이어가게 되었고, 거기서 구독자가 확 늘었어요. 그래서 운 좋게도 네이버 본사에서 블로그와 포스트 유저 중 나름 독자 많은 vip 유저 몇 명을 초대해 밥을 먹는 자리에 저도 초대를 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모인 분들이 전부 전업 블로거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왜냐면 저는 당시에도 글을 써서 벌어들이는 돈이 0원이었거든요.너무 신기해서 그분들을 붙잡고 물었습니다.
"정말 이걸로 먹고살 수 있어요? 어떻게 그렇게 되신 거예요?"
그랬더니 모두가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처음엔 우리도 직장인이었어요. 그런데 꾸준히 사이드로 하다 보니 일감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이제 전환해도 되겠다' 딱 감이 오는 시기가 와요. 아마 님도 오실 거예요." 저는 너무 그 말이 현실로 와닿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그게 언제냐고 다시 물었어요. 그랬더니 이렇게 말해주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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